서울시 ‘노점합법화’ 추진…업계 “경제민주화 역주행”
서울시 ‘노점합법화’ 추진…업계 “경제민주화 역주행”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8.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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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이어지자 신중론… “생계형 노점상 영업 단계적 허용하겠다”
▲ 서울시는 지난 7일 내년부터 시내 8천여 개의 불법노점 합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외식업소 등이 거세게 반발하자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사진=MBN뉴스 캡쳐.

서울시가 불법노점상 합법화를 추진하려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3일만에 입장을 바꾸는 등 시정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내년부터 시내 8천여 개의 불법노점 합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외식업소 등이 거세게 반발하자 9일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는 불법노점상 합법화 추진을 철회하지 않고 보다 체계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것으로 불씨는 남겨둔 상태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2월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서울 경제 민주화’ 대책의 일환으로 불법노점상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영세한 생계형 노점상의 영업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서울시는 “시민 보행권을 침해하지 않는 차원에서 규모를 축소하고 디자인을 개선한 노점에 한해 도로 점용을 허가하는 가이드라인을 담은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법 시행령 55조의 ‘노점도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노점은 관할구청이 신청을 받아 허가해주는 방식으로 점용허가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명동과 노량진 학원가를 두고 있는 중구, 동작구 등 2개구에서만 노점의 도로점용허가를 내주고 있을 뿐이다.

명동과 노량진 노점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의 기존 외식업소 등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외식업소는 매년 크게 오르는 임차료와 각종 공과금, 세금, 시설유지비 등을 지출하는 데 반해 노점상은 연간 50만 원의 도로점용료만 내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소비자들이 음식노점상으로 몰리면서 매출이 떨어지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영세자영업자 생존권 보장을 내세운 당국의 정책에 밀려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불법노점상 영업을 합법화할 경우 기존 외식업소의 피해 증가는 물론 공정한 경쟁을 내세운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외식업소 관계자는 “최근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 외의 국내 소비자가 업소를 찾는 사례가 크게 줄었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대부분 중심 거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점에서 식사까지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근 업소 관계자는 “같은 상권에서 음식을 판매하면서 노점상은 월 5만 원도 안되는 도로점용료를 내지만 기존 외식업소는 월 수백만 원의 임차료를 내야 한다”며 “시 차원에서 노점상을 합법화할 경우 기존 외식업소는 기울어진 마당에서 노점상과 싸워야 한다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반발이 이어지자 급히 당초 계획을 덮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서울시 방안대로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더라도 8천여 개 노점상 중 3천여 개에 달하는 음식노점의 경우 식품위생법에도 저촉되기 때문에 특혜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식품위생법상 외식업소는 건축물 규격과 급수 시설, 화장실과 조리공간의 거리, 냉장시설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푸드트럭 양성화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식품위생법 규정 완화 등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서울시는 음식노점의 합법화를 위해 관련법 개정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지만 법 개정 여부와 별도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음식노점은 단속 없이 영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차량 구조변경에다 식품위생법 준수 등의 규정을 따라야 하는 푸드트럭 사업자의 불이익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거리가게(노점)는 도로법시행령 제55조에 따라 현재도 구청장이 도로점용허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영업행위 합법화를 위해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기존 노점이 보도상 난립으로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어 규모축소, 디자인개선 등 관리강화와 함께 일정한 조건을 갖춘 노점에 대해서는 구청장이 점용허가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사회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 관련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리가게 상생정책자문단에서 논의 중”이라며 “앞으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불법노점 합법화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 시장의 정치행보 연장선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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