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막걸리, 제대로 담그면 외식업의 보배죠!’
‘하우스막걸리, 제대로 담그면 외식업의 보배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8.12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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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주류제조면허 제1호, 최고급 화이트와인 뺨치는 약주의 풍미
▲ 김주평 솔마당 대표가 술 저장고에서 1년 전 직접 담근 약주의 탁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 왼쪽) 솔마당에서는 하우스막걸리뿐만 아니라 식초와 각종 장류, 양파청, 매실청 등을 직접 담가 메뉴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이인우 기자 liw@

정부는 지난 2월 세법개정을 통해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 대상에 탁주, 약주, 청주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음식점에서 하우스막걸리 등 전통주를 직접 담가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시설요건도 대폭 완화해 1㎘ 이상~5㎘ 미만 저장용기를 갖추면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깊어지는 불황의 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외식업계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영세한 외식업소에서는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외식업소에서는 적정한 교육을 이수한 뒤 저마다 맛과 향이 다른 술을 빚을 수 있다.

술맛에 반해 단골이 된 소비자들이 몸살 나게 술 익기를 기다리는 날도 멀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하우스막걸리 면허를 받은 한식 바비큐 전문점 솔마당(대표 김주평·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1252)을 찾았다.

오리 바비큐를 대표 메뉴로 하는 솔마당은 실내 좌석만 500여 개에 달하는 중견 외식업체다. 테라스형식의 야외 테이블과 가건물 테이블 좌석 300여 개를 더하면 총 800여 명의 고객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다.

뒷마당에는 다른 외식업체에서 볼 수 없는 널따란 장독대가 눈길을 끈다. 수백 개의 큰 독에는 간장과 된장, 고추장, 식초, 과일청 등이 익어가고 있다. 마당을 끼고 돌면 또다른 건물이 연이어 나온다. 술과 식초를 담가 익히는 곳이다. 그 뒤편에는 한여름에도 땀이 쑥 들어가는 온도의 저온 술 저장고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특산주 면허에 하우스막걸리까지

술 저장고에는 30여 개의 대형 항아리가 2층 선반까지 가득 메우고 있다. 각종 장류, 식초와 마찬가지로 김주평 솔마당 대표가 직접 담근 술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정부가 ‘소규모 주류제조면허 제도’를 내놓기 무섭게 면허를 취득했다.

제도 시행 후 6개월 여가 지난 현재 하우스막걸리 제조에 나선 곳은 전국 5~6개에 그치고 있다. 그는 이미 지역특산주류제조 면허를 갖고 막걸리와 약주를 담그고 있었기에 면허 취득이 빨랐다. 그에게 지역특산주와 하우스막걸리의 차이는 라벨작업을 하느냐 마느냐일 뿐이다.

지역특산주는 성분표시 등을 꼼꼼하게 기재한 라벨을 붙여야 하지만 하우스막걸리는 이를 생략해도 된다. 그만큼 우리 전통주 담그는 일에 익숙하다. 술 담그는 일은 익숙한 차원을 뛰어넘어 달인의 경지에 달했다. 김 대표는 술 담그기의 밑 작업부터 발표, 저장 등 전 과정에서 최고 수준을 고집한다.

밑술을 담가 발효시킨 후 맑은 약주로 거를 때 일반 제조업체는 ‘필터 프레스’라는 압착식 여과장치를 사용하지만 김 대표는 재래식 용수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술은 제대로 담그면 외식업의 보배라는 믿음도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한다.

과거 우리 전통주에서 약주나 청주를 거를 때는 다 익은 술독에 용수를 거꾸로 꽂아 맑은 술을 걸렀다. 하지만 김 대표는 독에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저온 저장고에 보관한다.

정성으로 만들어 낸 최고 품질의 술맛

실제로 지난해 7월 담근 술독에는 은은한 황금빛을 띤 투명한 약주 아래 흰 술밥이 선명하게 보였다.

흔히 말하는 ‘윗술’의 최고봉에 이른 경지다. 술맛은 가벼운 듯 무겁고 향은 짙은 듯 경쾌했다. 곡물인 쌀로 담근 술임에도 과실주인 최고급 화이트와인의 풍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런 술은 소비자 가격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판매하기 어렵다”며 “식당에서 판매하는 술은 이보다 짧은 기간 숙성하지만 일반적인 전통주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해 품질이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솔마당에서는 지역특산주 탁주 브랜드인 ‘솔마당’과 약주 브랜드 ‘단미’ ‘그린비’ 등 3종의 술을 판매하고 있다. 하우스막걸리는 아직 직접 담가 판매하지 않고 있다. 여름 더위가 심해 새로 술을 담그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우스막걸리의 콘셉트도 새롭게 잡아야 한다.

김 대표는 “하우스막걸리는 소비자들이 언제든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편한 술이 돼야 한다”며 “높은 수준과 편안한 술의 접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하우스막걸리를 비롯한 직접 빚는 술은 최선의 고객 서비스이기도 하다. 좋은 음식에 좋은 술을 곁들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묻혀있는 우리 술의 가치를 되살려내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외식업체에서 술 판매에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독자적인 차별화를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단짠단짠’ 미각 트렌드 발효로 잡는다

솔마당은 전통 발효음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음식이 가진 5미(味) 중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단맛과 짠맛을 건강하게 구현하는 방법을 찾던 중 얻게 된 결론이 전통발효식품이었다.

김 대표는 “우리 재래 간장은 제 맛을 내는데 2~3년이 걸리는데 많은 외식업체서 사용하는 산분해간장은 단 하루만에 만들 수 있다”며 “운송과정에서 방부처리를 거친 GMO 통으로 만든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처리한 것이 산분해간장”이라고 지적했다.

고객들에게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려면 품이 많이 들지만 직접 장과 식초를 담그고 술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솔마당에서는 단맛을 내기 위해 양파청과 매실청을, 짠맛을 내기 위해 장을 직접 담근다. 소금은 9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을 쓰고 신맛과 매운맛은 직접 담근 식초와 고추장으로, 쓴맛은 술로 내고 있다.

이같은 발효식품과 술 담그기를 위해 수료한 교육 과정도 수백 개에 달한다. 그동안 각종 강좌 수강에 들어간 돈만 수천만 원에 자격증은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를 가득 채울 정도다.

김 대표는 앞으로 가칭 ‘하우스막걸리협회’를 조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에 긍정적인 제안을 진행하면서 아직 불합리한 주류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이제 기회가 닿으면 그동안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며 “특히 하우스막걸리 제도가 마련된 만큼 우리 술에 대한 강좌를 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란 무엇인가-음식점에서도 술 담가 판매 가능
하우스막걸리 제조·판매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주세법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가능해졌다.
그동안 막걸리를 비롯한 탁주·약주는 5㎘ 이상, 청주는 12.2㎘ 이상의 담금·저장용기를 보유한 제조장만 주류제조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새롭게 공포·시행된 시행령에는 1㎘ 이상~5㎘ 미만의 저장용기를 보유한 제조장에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부여하도록 했다.
면허를 받으면 시설을 갖춘 음식점 등에서 하우스 막걸리를 직접 담가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이전에도 음식점에서 직접 담근 술을 판매할 수 있었지만 이는 해당 사업장 안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받은 외식업소에서는 적정한 포장용기에 담아 외부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소규모 탁주·약주·청주 제조자가 제조장에서 제조한 주류를 외부로 반출해 판매할 경우에는 용기주입시설 및 세척시설과 냉장 유통·보관시설을 외부반출일 전까지 갖춰야 한다. 또 이와 같이 직접 제조한 주류를 판매할 경우, 주류의 병입 및 출고사항은 장부에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병입한 주류를 제조장에서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에는 용도구분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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