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불황에 내몰린 외식업계
소리 없는 불황에 내몰린 외식업계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9.09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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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사태, 횟집·일식집 발길 없어, 복합 요인에 따른 구조적 불황

서울 송파구의 한 일식집. 금요일 저녁 한창 고객이 들어설 시간인 8시 반쯤 4명의 직원이 홀 중앙 테이블에 ‘스탭밀’을 차리고 둘러앉았다. 그 시각 1층 바 테이블에 스시 고객 1명, 2층에 3명이 전부였다.

“가뜩이나 고객이 없어 매출이 형편없는데다 거제도 콜레라 환자 발생 뉴스에 매일 일찌감치 직원 식사부터 챙깁니다.”

일식집 관계자는 “그나마 지금까지 영업해온 식당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지금 막 시작한 곳은 한 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는 메르스도 없고 세월호 참사도 없는데 전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인근 가락시장의 수산시장과 회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수산물 중매인과 활어판매점을 겸하고 있는 B수산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 때 매출과 비교하면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시내 횟집과 일식집은 물론 해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한식집까지 파리를 날리고 있다”고 전했다.

거제도에서 3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뒤 수산물을 주력 메뉴로 하는 외식업체와 관련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아직 콜레라 발생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보건당국에 분통을 터트렸다.

가락시장의 한 횟집 관계자는 “얼마 전 바닷물이 원인이라는 발표가 나온 뒤 손님이 급감했다”며 “이후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콜레라 때문에 고객이 급격히 줄어든 수산물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외식업체들도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남도식 한정식집 Y식당은 올 초부터 줄어들던 고객이 휴가철이 끝난 지난달 중순 이후 더욱 급감했다. 법원 앞 먹자골목에 위치한 Y식당은 평상시 법원과 법무법인 변호사, 기업 관계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Y식당 관계자는 “김영란법 때문에 줄기 시작한 고객들이 최근 법무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아예 찾지 않고 있다”며 “3만 원 이하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전망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란법도 와식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외식업계 매출이 감소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560개 외식업체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6.4%가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지난 한 달간 매출이 평균 18.8% 감소했다고 응답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규모별로 보면 평균 단가 5만 원 이상인 고급형 식당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업종별로는 일식당, 육류 구이 전문점, 한정식 순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특히 아직 시행 전 이긴 하지만, 응답자의 11.8%가 김영란법의 식사 가액 기준인 3만 원에 맞춘 신메뉴를 출시하거나, 기존 메뉴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법 시행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일식, 한정식, 육류 구이 전문점 등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경기 하강과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폐업 속출 등 여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과 연이어 터져나오는 각종 사회비리에다 콜레라 사태, 소비심리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올해 외식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올해 외식업계의 불황은 눈에 보이는 사건 등 뚜렷한 원인이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며 “우리 회사도 활발한 가맹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줄어 인적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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