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세계요리올림픽, 우리가 접수한다!’
‘독일 세계요리올림픽, 우리가 접수한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10.2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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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셰프 7명 22, 24일 한식 기반 레시피로 금메달 도전
▲ 지난 16일 밤 독일 에르푸르트(Erfurt)에서 22일부터 열리는 ‘2016 세계요리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셰프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아트센터에서 최종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인우 기자 liw@

22일부터 독일 에르푸르트(Erfurt)에서 ‘2016 세계요리올림픽’(IKA Culinary Olympic)이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한 국가대표 셰프들과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셰프가 열띤 경연을 펼치는 대회다. 우리나라는 단 7명으로 구성된 국가대표가 출전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 각국 선수단은 셰프 1인당 2~3명의 보조 요리사와 지원팀 등 20여 명씩 출전한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과거 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다.

“손으로 눌러봐, 온도 체크하고!”
“자, 이제 메인 나가야 하니까 가니쉬 준비해줘.”

지난 16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아트센터 2층. 호텔외식조리제과 계열 학생들의 실습장인 넓은 키친에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22, 24일 독일 에르푸르트(Erfurt)에서 열리는 ‘2016 세계요리올림픽’(IKA Culinary Olympic·이하 요리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셰프들의 최종 리허설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요리올림픽은 지난 190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대회가 시작된 뒤 4년마다 열리고 있다. 국제 요리경연대회 중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2년 열린 요리올림픽에는 54개국 1600여 명의 셰프가 참가해 자웅을 겨뤘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전시부문에서 은메달, 라이브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전시부문은 가로 3m 세로 4m 테이블에 요리를 진열하는 경연이다. 국가 대표 선수들은 에피타이저, 수프, 미들, 메인, 디저트 등 5코스의 요리를 준비한다. 각각의 코스에는 찬 요리와 뜨거운 요리가 들어가야 하고 이는 창의성, 구성, 전문적인 준비 등을 잣대로 국제심사 위원들이 점수를 매긴다. 

이른바 핫 키친이라고 부르는 라이브부문은 국가별 레스토랑 경연이다. 낮 12시부터 6시까지 에피타이저와 주요리, 디저트 등 3코스의 메뉴 110인분을 완성해 관람객들에게 판매하는 경연이다. 심사위원들은 관람객 사이에 섞여 요리의 맛, 모양뿐만 아니라 조리과정까지 엄격하게 살펴본다.

사비 털어 올림픽 나가는 국가대표

이번 요리올림픽 국가대표는 감독 조우현(54·플로라 대표), 최보식(49·프라임 마리스), 전상경(46·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 문환식(36·광주요리학원), 김동기(32·트라토리아), 유건희(25·한국호텔직업전문학교 교수), 이경수(29)매니저 등 모두 7명.

요리올림픽 국가대표는 세계조리사연맹(WACS)에 등록된 나라에 한해 단 1개 팀만 참가할 수 있다. 나머지는 개인자격으로 참가해야 한다. 올해 대회는 국가대표 7명을 비롯 약 20여 명의 국내 셰프가 참가한다. 국가대표 셰프들은 올해도 여비와 체류비, 식재료 구입비 등을 자비로 마련, 유니폼에 태극마크를 새기고 참가한다.

과거 한국조리사회중앙회에서 국가대표를 뽑아 참가비까지 지원했으나 단체가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누구도 요리올림픽 출전을 도와주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발은 2년에 한 번씩 한국조리사중앙회에서 모집,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이번 요리올림픽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12월 선발됐다.

조우현 감독은 요리올림픽을 비롯, 지난 1992년부터 세계 주요 요리대회 참가를 거르지 않았다. 그가 세계 요리대회에 열정을 갖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식을 기반으로 한 국내 셰프들의 요리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것이다. 세계 요리대회인 만큼 모든 출전자들이 양식을 기반으로 한 메뉴를 선보이지만 각각 출신국의 개성을 살린 요리가 주목받게 된다.

조 감독은 그동안 출전한 세계 요리대회마다 우리나라 장류 등 전통발효식품을 가미해 전혀 새로운 풍미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세계 대표적인 셰프들과 조리업계에 한식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다.

세계 요리 트렌드 입수와 전파가 핵심

▲ 국가대표 셰프인 전상경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가 메인 요리 완성을 서두르고 있다(사진 왼쪽). 에피타이저 접시를 만들고 있는 최보식 국가대표 팀장(왼쪽)과 문환식 셰프.

두 번째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요리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조 감독의 뼈저린 경험이 깔려있다. 그는 지난 1992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요리대회에 첫 출전, 자신만만하게 출품작을 선보였다. 심사위원이나 관객 모두 그의 요리에 매료됐다. 하지만 당시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조 셰프 요리의 맛과 향, 디스플레이 등은 흠잡을 데가 없지만 글로벌 외식시장의 트렌드와 너무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조 감독은 “그 때까지 누구보다 자신만만했지만 알고 보니 우물안 개구리였던 셈”이라며 “그때부터 세계 외식시장의 트렌드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주요 세계요리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생각에 국가대표 셰프들 모두 동감한다.

요리올림픽을 앞두고 매주 2~3회씩 멀리 광주광역시에 달려오는 문환식 셰프는 “최신 세계 트렌드를 확인하고 국내 외식업계에 이를 전파하는 의미가 크다”며 “이를 통해 우리 외식업계도 글로벌 시장과 당당히 겨룰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식 식재료로 조화 이룬 한국적 메뉴

이날 국가대표팀은 라이브부문 최종 리허설에서 껍질 채 조리한 연어구이와 죽순 등으로 구성된 에피타이저와 주요리로 닭가슴살로 감싸 저온 조리한 안심, 아이스크림을 초콜릿으로 감싸 커다란 알 모양으로 만든 디저트 등을 만들어냈다.

에피타이저의 죽순 요리에는 초장 소스를 살짝 둘렀고 연어구이는 들깨와 깻잎, 들기름 등으로 한식의 풍미를 끌어냈다.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맛이지만 외국인들은 매력적인 맛과 향이 될 거란 생각에서 구상한 메뉴다.

완성된 접시는 각 셰프가 초청한 게스트들에게 차례로 제공됐다. 게스트는 대상 청정원 관계자, 식칼 전문업체 대표, 가족 모임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식사를 마친 뒤 최보식 팀장이 서류 파일을 들고 게스트 앞에 섰다.

최 팀장은 전체 요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마친 뒤 “오늘 요리에 대한 여러분의 따끔한 지적을 받고자 한다”며 “먼저 에피타이저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한 게스트는 에피타이저의 초장 맛이 너무 튀는 것 같다고 평가했고 최 팀장은 일일이 서류 파일에 받아 적었다. 이같은 의견은 다시 셰프들의 검토를 거쳐 메뉴 수정 등에 참고한다. 국가대표팀은 이번 요리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만큼 우수한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9개월 이상 업무를 마친 뒤 새벽 2~3시까지 밤잠을 줄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 모여 ‘합’을 맞춰왔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1인 당 1천만 원 이상의 경비를 자발적으로 내고 요리올림픽에 나선다.

개인적인 성취감에 앞서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높은 수준과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최신 트렌드를 국내에 도입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세계요리올림픽을 한식 홍보의 무대로!’

‘2016 세계요리올림픽’(IKA Culinary Olympic) 국가대표는 정부가 아닌 ㈔한국조리사회중앙회가 선발한 셰프들이다. 정부 지원은 물론 식품대기업 등의 지원도 전혀 받지 못한다.

한국조리사회중앙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법인단체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식약처에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외식산업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같은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식 경연대회라면 지원을 검토할 수 있지만 양식 요리대회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조우현 국가대표 감독<사진>은 “한식의 범위를 너무 좁게 보기 때문”이라며 “요리올림픽 등에 나갈 때마다 한식의 요소를 살려 경연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식의 각 코스에 한식 식재료를 적절히 넣어 한국의 맛을 세계화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한식세계화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감독은 “지난 2009년 태국 아시아 컬리너리(요리) 대회에서 토마토소스와 고추장을 베이스로 아스파라거스, 숏파스타, 새송이버섯, 조랭이떡으로 조리한 떡볶이를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며 “해외 요리와의 과감한 접목으로 한식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세계화라는 목표에 더 빨리 다가설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이같은 열린 생각으로 정부가 요리올림픽 국가대표 지원에 나설 경우 국내 외식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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