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얇은 소비자·1인가구 증가로 가성비 소비 확산

‘솔로 이코노미’ 등장 낯설지 않은 1인 소비 정착 이원배 기자l승인2016.12.30l9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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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평균 경제성장률이 수 년간 2%대에 머무르는 등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접어들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또 1인가구의 증가와 불경기가 맞물린 ‘혼자’ 즐기는 소비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소득 제자리인데 빚은 늘고, 지출 줄이는 소비자

최근 식품·외식 소비 트렌드는 불경기 탓에 감소한 지출 여력에 따라 가성비를 우선 고려하는 추세가 자리잡고 있다. 우선 가계의 소득은 줄거나 소폭 증가한 반면 빚은 빠르게 늘고 있어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 가계가 소비·저축 등에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감소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소득 1분위(월 소득 하위 10% 이하)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71만7천 원으로 지난해 보다 16.0%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이어 2분위(하위 10∼20%)와 3분위(하위 20∼30%)는 같은 기간 각각 2.5%, 1.0%씩 하락했다.

반면 갚아야 할 빚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5.4%로 2015년(157.5%)보다 약 8%포인트 크게 늘었다.

2010년 이후 최고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130%)에 비해서도 35%포인트 이상이나 높다. 가계가 1년 동안 번 돈 가운데 세금 등 의무 지출을 제외한 돈을 모두 빚 상환에 써도 부채가 소득의 절반 이상이나 된다는 뜻이다.

소비심리지수 7년 만에 최저

소득은 줄고 빚이 늘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4월과 같은 수준으로 7년 8개월만에 최저로 하락했다.

소득 여력이 줄어들면서 식품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 추구 소비 행태가 강화됐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이이지면서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며 “식품·외식업계의 가성비 소비는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가성비 소비 추구는 HMR, 간편식 섭취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식품소비행태의 주요 특징으로 소포장 및 포장식품 소비 증가와 편의점 제품 구매 확대 등이라고 분석했다.

HMR 시장 3년 만에 세 배로 급성장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11월 주최한 2017식품외식산업전망대회에서는 올해 외식 트렌드의 하나로 패스트 프리미엄(Fast-Premiun)을 제시했다. 이는 가성비 추구 소비의 한 형태로 간편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지만 음식은 건강하고 알차게, 고급화된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담긴 말이다.

실제 국내 HMR 식품 시장은 이같은 추세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다. aT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700억 원이던 HMR 시장 규모는 연평균 14.5% 성장, 지난해에는 2조 원을 넘어섰다. 3년 동안 시장이 세 배로 커졌다.

이마트는 지난 2013년 출시한 피코크 브랜드의 품목을 지난해 1천 종으로 늘렸고 홈플러스 ‘싱글즈 프라이드’, 롯데마트 ‘요리하다’ 브랜드 등이 나와 경쟁하고 있다.

혼자서도 괜찮아, ‘나홀로’ 소비 확산

경기 침체와 함께 1인가구의 증가로 ‘나홀로’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음주하고 영화 관람 등을 즐기는 행위를 일컫는 ‘혼밥’ ‘혼술’ ‘혼영’ 등의 말은 이제 더는 낯설지 않게 됐다.

나홀로 소비 확산으로 최근에는 ‘솔로 이코노미’란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한 온라인 쇼핑몰의 1인용 가구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60% 이상 증가했다.

2017식품외식산업전망대회에서는 올해 식품·외식 소비 트렌드의 하나로 ‘나홀로 열풍’이 지목됐다. 1인소비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과 트렌드가 확산되리라는 전망이다.

aT 관계자는 “올해 주요 키워드로 소개된 나홀로 열풍은 1인외식이 보편화 되는 소비시대를 의미한다”며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을 넘어 혼자 술과 커피를 마시며 나홀로 외식을 즐기는 외식문화의 확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혼밥족은 꾸준히 늘고 있다. aT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 중 56.6%가 혼자 외식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혼자 식사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월평균 혼자외식을 하는 빈도는 6.5회로 나타났다.

▲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식품외식산업전망대회(Korea Food Outlook)’에서 참관객들이 내년 식품산업 이슈와 전망에 대한 주제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이종호 기자 ezho@

남성이 7.3회로 여성의 5.5회 보다 높았고 20대가 7.8회로 가장 높았다. 혼밥하기 좋은 외식업소는 패스트푸드, 분식 순서인 반면 혼밥이 불편한 업소는 서양식과 주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발빠른 트렌드 대응 절실

혼술하는 소비자도 낯설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1월 혼술 실태를 조사한 결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음주 경험자 중(6개월 내) 66.1%가 혼술 경험이 있었고 이들 중에서 6개월 전에 비해 혼술이 늘었다는 응답자는 25.5%로 조사됐다.

혼술 시에는 맥주를 주로 마셨고 이어 소주, 과실주, 탁주, 위스키가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0~30대에 비해 소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을 선호했다. 장소는 집(85.2%)이 월등히 많았고 주점·호프집(7.2%), 식당·카페(5.2%) 순으로 이용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의·식·주를 모두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생활상이 음주문화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aT가 꼽은 ‘반(半)외식의 다양화’도 확산 추세다. 이는 포장외식의 확대와 다양화를 의미하며 배달 어플리케이션 등의 발달로 인해 집에서 나만의 레스토랑을 즐기는 것처럼 개인 취향에 따라 고급화된 포장외식을 다양하게 소비하는 현상이다.

반외식이 늘면서 테이크아웃 소비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KFC 등의 패스트푸드 업체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늘려가고 있고 스타벅스도 테이크아웃이 쉽도록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가정이나 야외에서 소비하는 인구가 늘면서 기존 메뉴를 포장해 판매하거나 신메뉴 개발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는 업계에 분명 우호적인 점은 아니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업계도 이같은 트렌드 변화를 읽고 발빠른 대응을 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배 기자  lwb21@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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