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양극화 시대 마지막 비상구를 찾아라!’

중저가 외식업소 매출 감소 가속화, 혼밥족 맞춤 마케팅전략 개발 시급 이인우 기자l승인2017.01.10l9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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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외식업계와 유통업계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최순실 사태의 광풍이 불어 닥쳤다. 소비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외식업계의 최대 성수기인 연말특수가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고급 한식당과 특급호텔은 예년과 같은 예약률을 보였다. 신라호텔서울의 더 파크뷰와 롯데호텔서울의 라세느 등 뷔페는 지난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평소 10만 원대였던 저녁 가격을 15만 원대로 50% 올렸지만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마포의 서울가든호텔 역시 지난해 12월 24일과 25일 예약률이 100%였다. 특히 지난해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신라호텔서울의 라연 등 유명 레스토랑들의 경우 연말은 물론 1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

이와 달리 당초 청탁금지법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점쳤던 1만 원 이하 메뉴를 내놓는 외식업소의 매출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소규모 외식업소는 전체 80% 넘게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3만 원 이상 식사접대를 제한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엉뚱한 곳에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경기불황 속에 소득격차 커져

이러한 대조적 현상은 소비양극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양극화는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일수록 고급 사치재 등의 소비가 늘어 상대적으로 저가 생필품 소비를 주로 하는 저소득 계층에 비해 높은 소비수준을 유지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따른 소득과 소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외식업계도 소비양극화가 진행될 수록 고급 외식업체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중소 외식업체는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근 커피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가커피와 프리미엄 커피의 양립은 이러한 소비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500원~1천 원짜리 편의점 커피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한잔에 1만 원짜리 고급 커피 전문점들도 자리를 잡았다.

먼저 저가커피의 경우 편의점 CU가 지난해 3분기까지 즉석 원두커피 구매 빈도수를 분석한 결과 일주일 평균 2회 이상 즉석 원두커피를 이용한 고객이 4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커피를 구입한 고객도 2015년 7%에서 지난해 1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하반기 전체 상품판매 순위에서 자체 커피브랜드(PB) ‘세븐카페’가 제조사브랜드(NB) 상품을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저가커피 전문점들도 1천 원대 커피를 내세우며 크게 성장했다.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을 비롯해 KJ마케팅이 운영하는 커피식스, 생과일전문점 쥬시, MPK그룹이 운영하는 마노핀 등이 1천 원대 커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 위드미도 지난해 연말 브라질 고급 원두 세라도를 사용한 500원짜리 드립 커피 '테이크원'을 출시했고 씨앤원의 '고다방'은 9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선보였다.

이와 반대로 일반커피보다 1천~5천 원 이상 비싼 스페셜티 커피전문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스타벅스가 주도하는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 평가에서 8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상위 7% 커피를 말한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4년 대형 커피 전문점 중 처음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오픈한 뒤 지난해 12월 기준 50여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SPC그룹도 2014년 커피전문점 파스쿠찌와 차별화한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커피앳웍스’를 오픈했고 롯데그룹의 엔제리너스와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 탐앤탐스 등도 스페셜티 원두를 취급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를 비롯한 외식시장의 양분을 부른 소비양극화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현정부 이후 소비양극화 심화

지난해 12월 통계청의 2016년 3분기 소비지출 계층별 가구 분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월평균 지출 100만 원 미만 가구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4%p 증가한 13.01%로 집계됐다. 반면 월평균 지출 400만 원 이상 가구 비율은 9.90%로  0.64%p 늘어난 9.90%를 기록했다.

경기 불황에 따라 저소득층은 지출을 줄인 반면 고소득층은 오히려 지출을 늘린 셈이다.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부담 등이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비지출 양극화는 지난 2013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3년(3분기 기준) 이후 지출 100만 원 미만 계층 비율은 1.31%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출 400만 원 이상 비율도 1.44%p 늘었다. 이밖에 3분기 월평균 지출 100~200만원 미만, 300~400만 원 미만 계층의 비율은 36.10%, 12.12%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0%p, 0.20%p 줄었다.

이에 반해 지출 중위층인 200~300만 원 미만 비율은 1년 전보다 0.12%p 증가한 28.87%로 확인됐다. 소비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행태는 ‘가치소비’의 양상을 띠게 된다. 가치소비는 소비자 개인이 가치를 두는 품목을 위해 다른 품목 구매 빈도를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외식비를 줄이는 대신 유명 브랜드의 패딩을 구매하거나 식사는 대중음식점에서 해결하고 디저트는 고급 전문점을 찾는 소비유형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유형은 소득수준에 따른 소비양극화와 다른 한 개인의 소비양극화라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중저가 등 중간단계의 소비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불황을 겪어온 미국과 일본은 이미 이같은 소비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꽂히는 상품’만 구매하는 가치소비

가치소비 확산은 외식업계에 유리하지 않다. 고소득층의 경우 특급호텔이나 파인다이닝 등 고가의 외식업소를 자주 찾지만 저소득층은 외식비를 줄이고 다른 생활용품 소비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저가 이하 외식업소의 매출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는 편의점 등 리테일시장은 4천 원대 도시락과 HMR을 주력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시락 등에 이어 1인용으로 포장된 신선채소와 과일 전용 전시대를 새로 설치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 비해 일찍 자리 잡은 ‘혼밥’ 시장을 겨냥해 퇴근길 도시락 등을 구입해 집에서 식사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상품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편의점에서 9천 원짜리 프라이드치킨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식 주먹밥 전문 프랜차이즈 ‘오니기리와 이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명훈 ㈜오니푸드 대표는 “문제는 9천 원짜리 프라이드치킨이 맛있다는 사실”이라며 “편의점은 이제 외식업계의 공공의 적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소비양극화 시대의 또 다른 변화는 ‘혼밥족’ ‘혼술족’이 급속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과거 직장 동료들과 저녁식사와 반주를 즐기던 오피스가 먹자골목은 퇴근시간 이후 텅 빈채로 쓸쓸한 밤을 맞는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일찌감치 귀가하면서 주말 구입해 뒀거나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구매한 간편식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그만큼 외식업계의 매출이 날아가는 셈이다. 외식업계의 대응방안은 크게 가성비에 충실한 메뉴 개발과 혼밥족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나뉠 수 있다.

외식업계, 역발상 마케팅 전개해야

일부에서는 이미 가성비를 넘어 초가성비 상품만 살아남는다고 지적한다. 갈비구이와 냉면 전문점 송추가마골의 경우 1만 원짜리 점심식사 메뉴로 커다란 갈빗대 2개가 들어간 갈비탕을 내놓는다. 고객들은 푸짐한 양에 먼저 놀라고 뛰어난 맛에 두 번 놀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같은 초가성비 상품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업소에서 도시락이나 HMR을 대체할 수 있는 테이크아웃 메뉴를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이미 저가 메뉴 판매의 대세로 자리 잡은 외식배달을 위한 1회용 포장을 활용하면 배달 고객은 물론 테이크아웃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4인용 테이블 위주의 홀 구성도 1, 2인용 테이블 위주로 바꿀 수 있다. 1인용 테이블에 칸막이까지 치는 일본식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해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혼자서도 부담 없이 들어와 식사할 수 있는 알밥 전문점을 론칭했다.

이러한 혼밥족 위주의 외식업체는 빠른 테이블회전으로 높은 매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예 홀 중앙에 큰 테이블을 갖추고 모르는 사람끼리 둘러앉아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방식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 마케팅이다.

소비양극화는 저성장이 지속될수록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외식업계도 이같은 환경에 맞춘 새로운 마케팅을 개발,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다. 이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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