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 터널에서 B급 문화의 빛을 찾다!’
‘저성장기 터널에서 B급 문화의 빛을 찾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1.16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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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다면 새 길을 찾아내는 비즈니스가 외식산업이다. 지난해부터 외식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다. 시장이 작아진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맞춤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본은 장기불황을 통과하면서 외식업계의 거품을 걷어내는데 치중했다. 주요 외식업체는 저가 메뉴로 승부했고 ‘B급 구루메’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저성장기로 접어든 우리나라도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식 B급 구루메가 무엇인지 찾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외식의 가치를 알려야 할 때다.

‘파인’과 ‘캐주얼’, ‘패스트’와 ‘다이닝’ 등 의미가 동떨어진 단어를 합성한 용어가 외식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파인 캐주얼’은 최상급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파인 다이닝’(Fine Dining)에 ‘캐주얼 다이닝’(Casual Dining)을 더한 말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맛과 서비스를 즐기는 외식 문화를 뜻한다. ‘패스트 다이닝’도 파인 캐주얼과 비슷한 의미다. 패스트 다이닝은 격식을 크게 따지지 않으면서도 파인 다이닝 수준과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외식업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SPC의 쉐이크쉑과 라그랄리아 브랜드 전략

외식사업 강화에 나선 SPC그룹은 지난해 연말부터 캐주얼 다이닝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캐주얼 다이닝의 사례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그릴리아를 내세운다. 라그릴리아는 피자와 파스타 등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스테이크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SPC그룹 본사 뒤편에 있는 라그랄리아 본점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못지않은 인테리어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1만~3만 원 대의 가격을 유지한다. 앞서 SPC그룹은 미국의 수제 프리미엄 버거 쉐이크쉑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쉐이크쉑은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고기와 제철 신선재료를 사용해 만든 수제버거를 선보인다. 패스트푸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패스트 다이닝을 내세운 외식 브랜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론칭한 수제버거전문점 ‘마미쿡’은 패스트 캐주얼 음식점을 표방한다. 가격대도 낮춰 신선채소, 국내산 신선닭으로 주문 즉시 만들어내는 수제버거를 3200원부터 판매한다.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을 중시하는 ‘알뜰족’과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이 타깃이다.

마미쿡은 지난해 8월부터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면서 1년도 되지 않아 50여 개 매장을 오픈했다.

이디야가 가성비로 회귀한 까닭은?

패스트푸드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패스트 프리미엄이 주목받고 있다. 고급 일식집 수준의 스시를 4만 원대 가격으로 내놓은 캐주얼 스시전문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패스트 프리미엄’이라는 2017년 외식산업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캐주얼과 패스트는 형식적인 간편성이란 뜻보다 가벼운 부담이라는 가격의 측면이 더 강조된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다. 패스트 프리미엄을 말 뜻대로 빠르게 제공하는 프리미엄급 음식으로 해석하면 제 뜻을 읽지 못하게 된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품질 고급화로 저가커피 경쟁을 중단하겠다던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지속적인 경기불황에 시장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결국 다시 가성비로 돌아선 셈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올해 소비자 트렌드로 가성비의 변형인 ‘B+프리미엄’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A급이 아닌 B급 대중 제품에 가치(프리미엄)를 더해 B+급으로 끌어올리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급은 가격 대신 품질을 높여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B급 정서 활용한 신시장 개척

캐주얼 다이닝과 패스트 다이닝은 주류 시장인 파인 다이닝에서 한 걸음 비켜난 B급 정서를 활용한다. 이는 20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에 자리 잡은 B급 문화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B급 문화와 지역 외식산업을 연결해 ‘B급 구루메’라는 독특한 시장을 창출했다.

B급 구루메는 대중적인 포장마차 음식부터 일본식 카레, 멕시코 음식 등 다양한 음식장르를 한 영역에 집어넣는다. 각 지역별로 활성화되고 있는 일본 B급 구루메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이미 저성장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는 고비용 저효율의 허식을 버리고 저비용 고효율의 시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2017년 벽두에 선 외식업계도 차별화된 가성비 전략을 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장기불황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생각한다.

원하는 상품을 가급적 적은 노력으로 얻는 방법을 찾는다. 같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품질이 월등한 상품만 고른다. 결국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팔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몽땅 제거해야 한다. 파인 캐주얼과 패스트 다이닝은 이같은 저비용 고효율 시장 전략에서 나온 외식 장르다.

또 올해 외식 트렌드로 제시된 패스트 프리미엄이 어떻게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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