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 젊은층 입맛 못잡아… 입지 흔들
보해양조, 젊은층 입맛 못잡아… 입지 흔들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02.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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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보해양조가 텃밭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기존 애향심 마케팅의 한계와 하이트진로 등 대기업의 공략에 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해양조의 주력 제품 ‘잎새주’의 광주·전남지역 점유율은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점유율 50%도 불안… 젊은층 ‘참이슬’ 선호

보해양조는 지역 향토 기업으로 그동안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잎새주는 2000년대 초반만해도 점유율이 80~90%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점유율 절반선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이같은 점유율 하락은 기존 애향심 마케팅에 기대 젊은층 공략에 소홀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큰 장·노년층에 기대 젊은 층 입맛 잡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음식점 경영주는 “젊은층 고객은 대부분 참이슬을 찾아 참이슬과 잎새주 판매 비율이 7대 3정도”라며 “앞으로도 참이슬을 찾는 비중이 늘면서  참이슬 매출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등 대기업 제품이 젊은 소비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역의 소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지역, 연령대별로 특징이 나타났다”며 “지방에서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소비가 젊고 참신한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하이트진로의 공격적 마케팅도 영향을 끼쳤다. 하이트진로는 외식 업소의 메뉴판 제작 지원 등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참이슬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도권 시장 진출을 노렸던 보해양조는 자금·조직력의 열세, 낮은 인지도 등으로 야심찬 포부를 접어야 했다. 보해양조가 수도권 시장을 겨냥해 지난 2014년 4월 출시한 전략 제품 ‘아홉시반’을 지난 1월말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홉시반이 시장에 나온지 2년 9개월 만이다. 아홉시반은 알코올도수를 17.5도로 낮추고 용량을 15㎖ 늘리며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수도권 젊은 소비자를 겨냥했지만 뜻을 펴지 못했다.

하이트진로의 지역 시장 공략 거세져

주류업계에서는 아홉시반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수도권에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영업 조직 등이 막강한 데다 지역 기업으로서 제품 인지도도 낮았다. 또 재활용이 어려운 병용기 탓에 주류 도매상 사이에서도 외면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보해양조는 아홉시반의 수도권 마케팅을 8개월 만에 중단했다. 그 뒤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활로를 모색했지만 결국 사업 철수에 이르게 됐다.

점유율 하락과 아홉시반의 사업 철수는 큰 폭의 손실로 이어졌다. 보해양조는 올 3분기 누적 3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80억 원) 대비 -145%나 감소했다. 특히 판관비가 전년대비 34% 증가해 손실 폭을 키웠다.

보해 관계자는 “광주 지역의 술집과 음식점 메뉴판에 잎새주만 있는 곳도 많은 등 잎새주 점유율은 60% 가량 된다”면서도 “하이트진로보다 자금력, 물량 투입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로 회사 차원에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지역 등지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참이슬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참이슬의 지난해 매출은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국내 소주 브랜드가 매출 1조 원을 기록하는 것은 참이슬이 처음이다. 참이슬의 매출은 2014년 9636억 원, 2015년 9756억 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7626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7.8% 늘었다”며 “4분기에도 호조를 보여 연 매출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참이슬은 소주 소비 감소와 이에 따른 출고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세청의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소주 출고량은 95만6천㎘로 전년(95만8천㎘)보다 0.2% 줄었다. 하이트진로의 지역 시장 공략이 성공한 셈이다.

앞으로 하이트진로는 지역 소주 시장 공략에 더 공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지역 젊은 층의 지역 소주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고 특히 맥주 사업 부문의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 부문의 계속된 적자를 메워야 하는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소주 매출 증대에 더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지도, 자본력을 앞세운 하이트진로의 지역 시장 공략이 올해도 거세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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