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헛발질’에 영세자영업자 ‘날벼락'
채널A ‘헛발질’에 영세자영업자 ‘날벼락'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3.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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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왕 카스텔라 ‘보건당국이 업체 표창해야'
▲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의 ‘대왕 카스텔라’ 방송 장면. 사진=채널A 화면 갈무리

외식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활발한 가맹사업을 전개 중인 대만식 ‘대왕 카스텔라’가 종합편성방송인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의 보도 이후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하지만 외식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은 ‘먹거리 X파일’이 사실을 외면한 보도행태와 지나친 선정성 등으로 영세 소상공인의 피해만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채널A ‘먹거리 X파일, 대왕 카스텔라 그 촉촉함의 비밀’은 관련 업체들이 카스텔라 제조과정에서 버터 대신 많은 양의 식용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신선한 달걀이 아닌 액상 달걀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유화제 사용 등으로 일반 카스텔라에 비해 지방이 5~8배나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채널A 보도로 대왕 카스텔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들은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증한 대왕카스텔라 가맹본부는 현재 30여 개에 달한다. 이들 가맹본부는 저렴한 가맹비와 교육비 등을 내세우며 영세 자영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 잠실의 D 대왕카스텔라 가맹점은 부랴부랴 ‘이스트, 소다 등의 화학첨가물은 넣지 않는다’며 방송내용과 무관하다는 공고문을 붙이는 등 해명에 나섰지만 소비자 발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제 식용유와 액상계란 등으로 만든 대왕 카스텔라가 해롭다는 채널A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서중 전 대한제과협회 회장은 “케이크의 종류는 원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며 “엄밀하게 따지면 카스텔라는 버터나 식용유 등을 사용하지 않고 설탕과 밀가루를 쓰지만 스폰지케이크나 시폰케이크 등은 각각 버터와 식용유를 사용해 특유의 맛과 식감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만 카스텔라에 식용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더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과제빵 교재의 시폰케이크 재료를 보면 식용유가 전체 40%의 비율을 차지한다. 채널A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다는 식으로 보도한 식용유 사용은 필수적인 케이크 제조방식이다. 방송에서 한 업체가 많은 양의 식용유를 썼다고 주장한 내용도 내막을 살펴보면 허위·과장에 가깝다.

해당 업체는 반죽에 카놀라유 650g, 우유 750g, 밀가루 1kg, 액상 노른자 1kg을 넣었다. 하지만 제과제빵기능사 실기시험의 공식 배합표의 시폰케이크 만들기에 따르면 밀가루 1㎏당 400g의 식용유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빵을 만들 때 많은 경우 유지가 들어가고 주로 쓰이는 유지에는 버터, 마가린, 쇼트닝, 식용유 등이 있다”며 “버터에 비해 식용유가 들어가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어 식용유를 쓴다. 쇼트닝을 쓰는 것은 괜찮고, 식용유를 쓰는 것은 안 된단 말인가”라며 채널A ‘먹거리 X파일’ 보도를 비판했다.

한 제빵 기능사도 페이스북에 “해당 업체는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식용유를 비싼 카놀라유로 바꿔 기준보다 더 많이 쓴 것 아니냐”며 “이는 비난할 일이 아니라 칭찬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해 많은 공감을 샀다.

방송에서 지적한 액상계란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대형 제과·제빵업체 관계자는 “액상계란은 가장 위생적인 방식으로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공급하는 재료”라며 “품질의 균일성과 안전성,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대다수의 제과제빵업체가 액상계란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AI 발생에 따른 계란 수급문제 해결을 위해 액상계란 수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식품공학자인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채널A ‘먹거리 X파일’ 보도에 대해 “대왕 카스텔라의 칼로리는 평균 293㎉로 일반 카스텔라(300㎉)보다 낮다”며 “평균 탄수화물은 32.5%로 절반 수준이고 당류는 17.9%로 무려 68%가 낮다. 단백질은 8.7%로 일반 카스텔라에 비해 44%나 높다. 물론 기름은 4.5배 많지만 그래봐야 14.3%이고 이는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의 비율을 권장하는데 오히려 부족한 함량이다. 식물성 불포화 유지 14.3%가 문제라면 삼겹살은 독극물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이어 “본인들이 애써 샘플을 잘 분석해놓고 왜 그렇게 해석하는지 모르겠다”며 “나 같으면 이렇게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맛있고 저렴한 제품을 개발한 사람에게 표창장을 주라고 보건당국에 건의하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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