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발등의 불’ 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 단축
외식업계 ‘발등의 불’ 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 단축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5.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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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종 인건비 부담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업종 특성 무시한 정책, 전면 수정 불가피

지난 9일 대통령선거로 10일부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식품·외식산업 관련 정책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달 동안의 선거과정을 거치며 국민소득증대 기반의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정책을 제시해 왔다. 이는 큰 틀에서 볼 때 대다수 중소·영세자영업자로 구성된 식품·외식산업계에 유리한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서민경제 지원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내놓은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은 외려 중소·영세자영업자의 목줄을 죄는 정책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린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연평균 15.7%씩 인상해야 한다.

당장 올해 최저임금협상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7080원으로 올려야 한다. 이어 2019년 8190원, 3년 후 1만 원 시대로 접어들어야 한다. 이같은 최저임금 인상은 4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이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10%의 충격(최저임금 인상률 15%-명목임금 자연 인상률 5%)이 있으면 음식점과 주점, 숙박업종 인건비 비중은 인상 전보다 0.73%포인트 증가한다. 이는 수치상 소폭 증가로 보이지만 월 100만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영세 외식업소 등에는 큰 부담이 된다.

문제는 최저임금 1만 원은 현재보다 무려 45%나 인상, 인건비 비중이 3% 이상 증가하는 꼴이라는 점이다. 외식업계를 포함한 상당수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이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는 222만 명이다.

이들 중 86.8%인 약 192만 명이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을 3년 동안 지속하면 살아남을 영세외식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외식업 관련단체 관계자는 “근로자 소득증대를 위한 정책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새 정부의 외식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업계가 한 목소리로 이같은 정책오류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개정을 통한 법정근로시간 단축도 외식업계를 옥죄는 악법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선(先) 근로기준법 개정(국회), 후(後) 행정지침 폐기(행정부)'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재 법정 근로시간의 최장한도를 판단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국회가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행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기존 지침을 폐기하고 정부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어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행정부 차원에서 현행 지침을 폐기해 주 52시간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주당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상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하되 1주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휴일근로(일당 8시간 도합 16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장 68시간을 일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이같은 행정지침을 폐기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2년 성남시와 안양시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며 "휴일근로수당뿐 아니라 연장근로수당까지 합쳐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고법의 판례는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서 검토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여야는 지난 3월 주 52시간으로 가되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4년간 적용 유예한다는 근로시간 단축안에 합의했으나 새 정부에서 4년 유예 방침도 앞당길 수 있다. 외식업종은 그동안 근로시간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연장근무가 허용됐지만 앞으로 이같은 예외도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킬 경우 음식점업이나 주점업 종사자 1인 당 하루 7시간 30분만 근무해야 한다. 영업시간 전부터 식재료 손질과 조리 등을 준비하고 영업 후 청소 등을 마쳐야 하는 외식업계의 특성상 일손을 줄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종사자를 더 구할 경우 인건비는 최소 1.5배 증가하게 된다. 반면 종사자들은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소득도 줄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업계의 구인난에 비춰볼 때 인력 수급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과 서민경제 활성화 정책은 크게 환영하지만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은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정책을 고수할 경우 외식업계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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