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쪼개 일자리 만들기… ‘외식업계 감당 여력 없다’
근로시간 쪼개 일자리 만들기… ‘외식업계 감당 여력 없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6.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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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도 수입 감소는 반기지 않아, 인력난에 일자리 늘리기는 공염불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 시행을 위해 이달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처리하지 못할 경우 지난 정부에서 정한 근로시간 단축 행정해석을 폐기한다는 카드도 내놓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행정해석은 고용노동부가 1주일을 5일로 유권해석한 것을 말한다. 앞서 정부와 기업은 일주일을 5일로 할 것인지, 7일로 할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노동부의 주 5일 방침에 따라 현재 근로자는 주 68시간(주중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 일할 수 있다.

이같은 행정해석을 폐지할 경우 기업은 근로자들에게 주말 16시간 근무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외식업체 등은 당장 주당 52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줄여야 한다. 노사정은 그동안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하는데 합의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유예기간 합의도 연장근로수당 중복 할증 문제에 부딪혀 발목을 잡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12시간)와 휴일근로(16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에 50% 할증을 붙인 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를 바꿔 휴일근로를 폐지하고 주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적용하면 중복 할증이 생긴다.

주말에도 일할 경우 기존 휴일근로수당 50%에 연장근로수당 50%를 더해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으로서는 이중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밖에 노사정은 300인 이하 사업장에 특별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방안과 일감이 특정 계절에 몰리는 업종을 고려해 특정일에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무시간은 단축하는 ‘탄력근로제’ 도입도 논의해왔다.

하지만 이런 방안 휴일 근로 중복할증 문제와 맞물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이같은 논란도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된다. 기업들이 곧바로 52시간 근무 원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에서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예기간도 두지 않고 중복할증 문제도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외식업계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 방안은 업계와 정치권에 대한 엄포라는 해석도 나온다.

외식업계를 비롯한 산업계가 충격을 소화해낼 수 없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일 경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사실을 정부가 모를리 없을 거란 분석이다. 정부는 단지 이달 중 국회에서 근로기준법개정을 마무리해 근로시간단축을 앞당기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회는 근로기준법개정 과정에서 그동안 노사정이 마무리짓지 못한 문제까지 논의, 타결점을 내놓아야 한다. 노사정 입장에서 볼 때 외식업계는 사측의 편에 서게 된다. 대다수 외식업체 근로자들도 무작정 근로시간단축을 반기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의 한 외식업체 종사자는 “일주일에 60시간을 일하다 52시간으로 줄이면 한 달에 32시간의 시급을 잃게 된다는 뜻”이라며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걸 반기는 근로자는 아무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새 정부의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이달 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게 인건비 및 설비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근로시간 단축 컨설팅 및 인프라 확충 지원 등이 담긴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확대 △근로소득 증대세제 지원 강화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인건비 변동시 하도급 납품단가 조정 신청·협의 대상에 포함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외식업계의 경우 근로시간을 쪼개 일자리를 늘려 인건비 지원을 받고 싶어도 구직자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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