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네 정체가 뭐니?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네 정체가 뭐니?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7.06.2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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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업계의 산업혁명, 선제적 대응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2017년의 화두다. 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아직 막연하다.

수 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을 달려야 하는 처지다. 산업혁명이라면 지난 세기 말 이름 지었던 3차가 가장 최근이다. 불과 20년도 안 돼 새로운 산업혁명을 거론하는 셈이다. 특히 최종 소비단계인 식품·외식업계는 이같은 변화가 더 낯설다.

그렇다고 이미 변태(變態)를 마친 전체 산업의 말단에서 신세계를 기다릴 수는 없다. 식품·외식 정책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학회 등은 올 상반기부터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공간과 시간의 경계 허물기가 핵심인 4차 산업의 속성 상 전체적인 대응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측면에서 업계 현장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강요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빅 브라더’일 수도 있다. 빅 브라더(Big Brother)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1949년 출간한 소설 <1984>에 나오는 용어다. <1984>는 올 1월 하순부터 2월 초까지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등 출간한 지 68년이 지나 다시 조명 받고 있다.

<1984>는 발표 당시 소비에트 공산정권을 풍자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후 첨단 테크놀러지를 동원해 국민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됐다. 미국 언론은 <1984>의 때 늦은 흥행 원인으로 전체주의를 연상하게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AI와 빅데이터, O2O 등 하이 테크놀러지의 지배를 받는 현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1984>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빅 브라더는 사회적 환란을 예방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인 화장실까지 끊임없이 감시한다.

빅브라더는 이미 1990년대 고도의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적 기술을 가진 관료를 말하는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제 급성장하고 있는 IT산업은 테크노크라트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산업혁명 최 말단에 있는 식품·외식업계

스타브 잡스는 아이폰으로 모바일이란 신세계를 열면서 세상을 바꿨다. 마크 저크버그는 모바일과 PC를 넘나드는 플랫폼 페이스북으로 남극에서 북극까지 통신망이 깔린 곳이라면 실시간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만약 이러한 단말기나 플랫폼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면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이라는 말은 어딘가 상상을 초월하는 중앙통제장치가 숨어있다는 뜻이다. 중앙통제장치가 활동을 중지하면 여기서 파생되는 비즈니스와 오락, 휴식 등 인간의 모든 생활도 일단 정지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클라우드’는 문명화된 세계 모든 인구의 개인적 정보부터 대기업 경영정보까지 쓸어 담을 기세로 비대화하고 있다.

이제 세상 모든 움직임이 빅 브라더의 텔레스크린에 비치듯 보이지 않은 ‘어떤 것’에 종속되고 있다. ‘어떤 것’은 촉수와 연결된 ‘누군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누군가에게는 바둑계에 파란을 일으킨 알파고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모바일로 자신이 가야 할 방향과 목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물인터넷이 ‘어떤 것’이 된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방대한 기업 재무자료 중 필요한 부분을 터치스크린을 더듬어 순식간에 뽑아내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자신을 지배하는 ‘어떤 것’이다.

인공지능과 정보처리기술 기반 산업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알고 있어야 한다. 결과에서 해법을 찾는 귀납적인 방법이 아니라 원인부터 알아보는 연역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식품·외식업계가 필요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콘텐츠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성장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면 식품·외식업계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을 기술적인 편리성과 생산성 증대 차원에서만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기술적 진보를 통해 인류가 어떻게, 얼마나 행복해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산업계, 특히 식품·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먹을거리 비즈니스는 절대적으로 인간의 행복 추구와 밀접하다.

우리나라의 식품·외식업계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자산이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초 단위로 발전하는 신기술을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빠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되 남들이 다 쓰는 신기술이니까 따라가야 한다는 피동적 자세는 버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과 정보처리기술이다. 무엇을 위해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고 누구를 위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같은 작업이 마무리 됐을 때 비로소 식품·외식업계가 마주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드러날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한 편의 일방적인 이윤 추구에 머무르는 ‘승자독식’ 체제 구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능과 정보는 나눌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독점하고자 할수록 지능과 정보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3차 산업혁명 이후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공유경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성장의 길로 접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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