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양극화 시대 틈새 찾는 외식업체
[창간특집] 양극화 시대 틈새 찾는 외식업체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7.07.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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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한국 경제의 문제 중 하나는 불평등이다.  정태인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장하성·김상조·김동연까지 모두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 점은 바람직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는)소득 주도 성장은 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경제적 불평등의 심각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 심화로 소비도 양극화

사회 경제적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경제적 불평등은 소비의 양극화를 가져온다. 지난 3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엥겔지수는 13.7%로 2003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낮았다. 엥겔지수는 전체소비비출 대비 식료품비 비중이다. 지수가 낮을수록 가구의 식료품비 비중이 낮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득분위별로 보면 엥겔지수 감소 폭은 차이가 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지난해 엥겔지수는 평균보다 6.74%포인트 높은 20.44%였다. 하위 20%는 여전히 지출의 20%를 식료품 구입에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고소득층일수록 감소 폭은 커 5분위의 엥겔지수는 1.56%포인트(12.65%→11.09%), 4분위(14.14%→12.68%)는 1.46%포인트 낮아졌다. 고소득자일수록 외식의 기회와 여력이 더 많다는 뜻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상대적으로 음식료품 지출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저소득층은 외식을 많이 하지 못하고 오락, 문화 등 사치재적 소비지출을 많이 하지 못하다 보니 엥겔지수 감소 폭이 작다”고 설명했다.

고급 수제버거에 대응한 브랜드

이같이 소비에서 양극화가 확대되자 업체들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수제버거 시장은 틈새를 노리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쉐이크쉑의 성공적인 국내 론칭으로 수제버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쉐이크쉑은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전략을 쓰고 있다.

▲ 국내에 정식 오픈한 쉐이크쉑 강남1호점.

식재부터 인테리어까지 미국 매장을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메뉴 가격도 비싸 햄버거(단품)는 최고 1만2400원에 달한다. 역시 신세계푸드가 국내에 들여온 자니로켓도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고수해 햄버거 대부분이 1만 원 안팎을 유지한다.

‘델리아메리칸’은 프리미엄 버거와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대중적인 브랜드가 양분한 버거 시장의 틈새를 노렸다. 델리아메리칸은 외식기업 가스또로가 2015년 5월 국내에 론칭한 미국 조지아의 수제버거 브랜드다.

델리아메리칸은 프리미엄과 일반 버거 사이를 공략했다. 프리미엄 버거 수준의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을 크게 낮춘 것이다. 델리아메리칸은 수제빵과 수제패티, 100% 모차렐라 치즈와 특제소스로 만든다. 가격은 최고가가 5400원으로 기존 대형 패스트푸드 버거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다.

국내 수제버거 브랜드 왓츠피데는 유럽식을 표방하고 있다. 왓츠피데에 따르면 일반 수제버거와는 다른 빵을 사용한다. 지중해 연안에서 오랫 동안 내려온 가정식 빵 ‘피데’를 쓴다. 

피데는 일반 버거집에서 사용되는 번과 달리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더해져 더욱 담백하게 만들어 준다. 기존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유럽식 빵 피데로 차별화를 꾀했다. 가격도 최고 7500원 수준으로 품질에 비해 비싸지 않다.

반면 기존 버거 업체들은 기존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품질을 높인 고가격대의 ‘시그니처 버거’를 출시했고 롯데리아도 ‘명품버거’를 선보였다. 맥도날드 골든 에그 치즈버거는 7500원, 롯데리아 와규 머쉬룸은 8100원이다. 쉐이크쉑과 자니로켓을 겨냥한 것이다.

싸지만 고급스럽게 정육식당의 화려한 변신

가격은 비교적 싸지만 투박한 인테리어와 만족도 낮은 서비스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정육식당의 변화된 모습을 ‘부처스테이블’에서 볼 수 있다.

▲ 스타필드 하남의 정육식당 부처스테이블.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자리잡은 부처스테이블은 기존 붉은 조명과 다소 산만했던 정육식당의 이미지를 확 뜯어고쳐 저렴하면서도 품격 있는 매장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부처스테이블에서는 고객이 정육코너에서 고기를 구입해서 매장으로 가져가면 전문 셰프가 바로 철판구이로 요리해 준다.

스테이크용 소고기 원산지는 한국, 호주, 미국 등이다. 예로 미국산 등심 소고기를 2만9천 원에 구입해 조리비 6천 원을 추가 지불하면 멋들어진 스테이크 정식 요리로 만들어 준다.

매장 분위기 또한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게 세련됐다. 부처스테이블은 기존 정육식당의 한계를 넘으면서도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틈새 공략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사이 양고기 주목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육류는 단연 돼지고기와 소고기다. 닭고기 소비량도 높으나 구이용으로는 많이 먹지 않아 고기 구이로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최근 양고기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틈새를 노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기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양고기의 소비 확산은 빈번해진 해외 여행과 중국 조선족의 증가, 양고기 회사의 마케팅의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돼지고기는 질렸고 소고기, 특히 한우는 비싸 소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양고기를 즐겨 찾고 있다.

실제 양고기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양고기 수입량은 2006년 3095t에서 지난해 1만2334t으로 10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다. 금액으로 치면 116억 원에서 776억 원으로 늘었다. 양꼬치와 훠궈 등이 대중화 된 영향이 크다.

기존 개인업소 위주였던 양꼬치 매장은 최근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증가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가 등록된 업체 중 양꼬치로 검색되는 업체는 6곳이다. 이중 4곳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새로 등록한 브랜드다. 

프랜차이즈 양꼬치 매장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설비, 만족도 높은 서비스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배우 정상훈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양꼬치엔 칭타오’라는 말을 유행시키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양꼬치에 대한 인지도가 부쩍 상승했다.

양갈비 스테이크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가임에도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아닌 새로운 고깃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양고기를 많이 찾고 있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양고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16% 증가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양꼬치엔 칭따오’란 유행어가 등장하며 양고기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다가 최근 수직 상승하고 있다”며 “점점 입맛이 다양해지고 글로벌화되면서 양고기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먹어도 품위 있게 프리미엄 도시락 인기

1인가구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위한 외식업체의 공략도 빨라지고 있다. 1인가구는 구매력이 낮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닌 주류가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1인가구는 혼자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제품을 요구한다.

▲ 본도시락의 장어더덕보양한정식.

도시락 브랜드 본도시락을 운영하는 본아이프에 따르면 본도시락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3% 성장했다. 본도시락 매장 수는 2015년 194개에서 지난해 말 257개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프리미엄급 도시락의 인기가 좋다. 지난 5월 판매 현황을 보면 제일 많이 팔린 제품은 광양식바싹불고기 등 6천~9천 원대 중저가 메뉴고 이어 장어더덕보양한정식 등 1만~2만 원 고가 메뉴가 차지했다. 각종 회의, 모임 등의 행사에서 주로 찾는다. 반면 5천 원대 이하 메뉴는 가장 적은 판매 비중을 보이고 있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닌 혼자서도 알찬 식사를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제철 재료를 활용한 건강 메뉴로 구성된 프리미엄 도시락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고가의 도시락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CU는 ‘원기회복 간편식 시리즈’를 7~8월 한정 판매한다. 장어, 전복, 오리 등 각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한 보양식 도시락이다.

첫 상품은 전북 고창 장어를 담은 ‘풍천민물장어 도시락’으로 가격은 9900원이다. GS25도 지난해에 이어 보양식 도식락으로 프리미엄 장어덮밥을 한정판매로 내놓았다. 1만900원짜리 민물장어덮밥 등이다.

“틈새 시장 공략 계속될 것”

베트남에서는 아주 싼 국민 먹을거리이지만 한국에서는 웬만하면 1만 원을 훌쩍 넘기는 쌀국수(pho)가 소비 양극화에 따라 저가 메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트렌차이즈가 내놓은 ‘Pho38’은 저가 쌀국수 브랜드다. 3천 원대의 가격과 캐쥬얼 한식 메뉴로 직장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제공하는 준비된 재료를 사용해 손질과 조리 시간을 줄였다. 월드린이 운영하는 ‘아오자이’는 대학가 상권을 겨냥한 저가형 쌀국수 브랜드다. 저가 콘셉이면서도 생면을 사용해 맛과 품질을 높였다.

한 외식 경영 전문가는 “외식업계는 과거보다 트렌드 파악과 경영 계획 수립 능력이 향상됐다”며 “꾸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이같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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