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 겨냥한 레스토랑의 꺼지지 않는 불빛

비싸니까 잘 팔리는 상품, 외식문화 수준 끌어올리는 순기능도 이인우 기자l승인2017.07.04l9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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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양극화 시장에서 고급 레스토랑은 상위 5%의 소비자를 기반으로 가장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고 있다. 불황일수록 ‘비싸니까 잘 팔리는’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

외식시장의 상층구조를 만들고 있는 이들 프리미엄급 레스토랑은 고급 외식문화 개발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득계층에 따라 나뉘는 구획선에 따라 고급 레스토랑은 일부 호사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질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고급 레스토랑은 국내 외식문화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육성·지원해야 한다.

최근 외식시장을 넓히고 있는 외식 트렌드 ‘스몰 럭셔리’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떨어져 나온 새로운 장르다. 지난해 10월 국내 첫 미쉐린 가이드가 나오면서 호사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쉐린 코리아는 그해 10월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발간 기념식을 열고 24곳의 스타 셰프 레스토랑을 발표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 실린 스타 셰프 레스토랑은 이미 국내 호사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고급 음식점이었다. 국내 첫 3스타의 주인공인 가온은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곳이다. 10년 이상 숙성된 된장과 간장, 10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 최고의 제철 식재료만을 엄선해 죽, 냉채, 찜, 생선, 고기 등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도 3스타를 받으면서 특급호텔의 자존심을 지켰다. 라연은 ‘한 번의 식사로 예와 격을 갖춘 한국의 기품 있는 한식을 선보인다’는 콘셉트로 정통 한식 코스 요리 선보인다. 특히 궁중음식의 진수인 신선로와 구절판이 대표 요리로 모두 제철 산지 식재료 사용은 물론 공이 많이 들어간 한식이다.

서울에서 2스타를 받은 곳은 곳간, 권숙수, 피에르가니에르 등 3곳이다. 1스타에는 다이닝 인 스페이스, 라미띠에, 리스토린테 에오, 밍글스, 발우공양, 보름쇠, 보트르 메종, 비채나, 스와니예, 알라 프리마, 유유안, 이십사절기, 정식당, 제로 콤플렉스, 진진, 코지마, 큰기와집, 품, 하모가 선정됐다.

미쉐린 가이드 수록 레스토랑의 영향력

이들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대부분 자타공인 우리나라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만큼 가격대가 높고 일반인에게는 문턱이 높다. 이중 눈에 띄는 곳은 경남 진주시의 향토음식점 ‘하모’다. 하모는 경남 진주의 대표 음식인 육회 비빔밥과 조선잡채가 대표메뉴인 숨은 맛집이다.

무엇보다 그리 비싸지 않은 8천~1만2천 원의 단품메뉴와 2만7천 원부터 시작하는 코스메뉴를 갖추고 있어 미쉐린 가이드 수록이 의외라는 평을 받았다.

이러한 미쉐린 가이드 선정 레스토랑은 가격을 따지지 않고 특별한 외식을 즐기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외식은 단순히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공간의 분위기와 서비스 등을 한꺼번에 누리는 문화적 체험이라는 점에서 가격만 따질 수는 없다. 그것보다 지속적인 불황 속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외식소비와 대척점에 있는 상품이란 측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고급 레스토랑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왕궁을 벗어난 요리사들에서 시작됐다. 이후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사보이호텔 총주방장으로 일하며 현대 레스토랑의 틀을 만들었다. 그 뒤를 이어 1970년대 알랭 샤펠이 간편하면서 건강을 추구하는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이란 장르를 개척하면서 옛 궁중요리에서 시작된 프랑스 고전요리의 완전한 대항점을 이루게 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고급 레스토랑은 이같은 고전요리와 누벨퀴진 장르의 2가지 원류 위에서 다양한 요리와 서비스의 변주를 선보인다. 한식과 중식, 일식, 심지어 동남아 요리도 프랑스에서 시작된 고급 레스토랑의 미식취미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미각에 대한 대중의 욕망이 비싼 대가를 기꺼이 지불토록 하기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

미식취미 외에 자기과시 욕망도 고급 외식시장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미각이 둔감한 이들도 자신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한다는 자기만족과 과시욕에 따라 한 끼에 수십만 원의 대가를 지불한다. 어떻게 보면 국내 고급 외식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의 절반은 허영의 충족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리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멀리 찾아가 입장료까지 내기도 한다. 이같은 고급 레스토랑은 고소득층을 주요 고객으로 외식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 밖으로 흘러나온 작은 명품

최근 외식시장은 고급 레스토랑 시장 바깥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있다. 온전한 고급 외식을 즐기기 어려운 이들이 작은 부분의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만들어내는 ‘스몰 럭셔리’다. 이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탄생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가장 활발한 시장은 디저트 업계다. 최근 호텔리베라 FS사업팀은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스노우무무’를 론칭했다. 스노우무무는 일본 오사카 등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랑그드샤콘’을 이용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주력으로 내세운다.

원유 함량 100%, 유지방 12%의 부드러움과 풍미를 지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믹스만을 사용해 건강한 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대표 디저트인 젤라또도 각광받고 있다. ‘카페띠아모’는 국내에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안착시킨 선구자로서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제조한 수제 젤라또를 제공한다.

카페띠아모의 젤라또는 화학 첨가물이나 인공 색소를 배제했으며 건강한 천연 원료만을 사용해 제조한다. 지난 2015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빙수도 스몰 럭셔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는 ‘망고치즈케이크빙수’ 가격을 지난해 1만2천 원에서 올해 1만3천 원으로 약 8.3% 올렸으나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드롭탑의 망고와 베리 빙수 제품도 리뉴얼을 거친 후 가격이 대폭 뛰었다. 2016년 망고 빙수와 블루베리 빙수는 1만800원에 판매된 바 있다. 그러나 두 빙수 제품은 올해 ‘상큼한 망고치즈 빙수’와 ‘새콤한 더블베리 빙수’란 이름으로 리뉴얼돼 1만2900원에 팔고 있다.

커피 업계의 경우 저가 대용량 커피가 시들한 반면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평점 85점 이상을 획득한 상위 7% 수준의 커피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은 기존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등의 기성 메뉴에서 탈피하고 커피 전문성을 극대화한다. 롱블랙, 브루잉커피, 플랫화이트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커피가 인기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만랩커피, 스타벅스리저브, 인텔리젠시아 등이 있다. 만랩커피는 최근 가맹 시작 6개월만에 매장 20개를 돌파할 정도로 포화된 국내 커피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색 요리를 내세운 스몰 럭셔리도 있다. 스페인식 EDM 펍 ‘클램’은 국내 소비자에게 생소한 스페인 요리를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출신의 셰프들이 신선한 해산물과 각종 채소 등을 사용해 스페인 현지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EDM 음악이 어우러진 매장에서 감바스나 라자냐 등 이국적인 요리를 독일의 프리미엄 맥주 ‘크롬바커’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고담 2015’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스테이크 메뉴로 최근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담 2015의 스테이크 메뉴는 소속 셰프들이 미국에서 직접 선별한 고기만을 사용해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파스타,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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