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자리 차지한 HMR, 음식문화가 변했다

외식업 매출도 하락 추세, 식품업계 즉석식품 신사업 매진 이인우 기자l승인2017.07.10l9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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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음식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집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싱글가구가 아니더라도 몇 시간씩, 혹은 하루나 이틀 동안 품을 들여 김치나 된장, 고추장을 담그지 않는다. 끼니를 위한 외식도 ‘집밥’의 뒤를 따르고 있다.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지만 음식점에서 혼자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쉽게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집밥이 사라지고 끼니를 위한 외식이 증가하지 않은 빈틈을 채우는 것은 간편식이다. 간편식은 HMR과 편의점 도시락을 말한다. 외식업계의 매출이 줄면 식품업계가 웃는다.

식품업계는 간편식 시장을 놓고 이미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간편식 시장은 3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간편식 시장의 주류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등 대기업 3社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굵직한 식품업체들이 일제히 관련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 CJ제일제당의 프리미엄급 HMR ‘비비고’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고메’ 등 프리미엄급 HMR이 잇따라 선전하면서 1위 수성을 자신한다. 오뚜기는 냉동피자를 내놓아 편의점의 냉동식품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동원그룹의 동원홈푸드는 지난 4월 하루 2만5천개의 단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식품공장에서 HMR 전문 브랜드 ‘더반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후발주자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제과제빵의 선두주자인 SPC그룹이다.

HMR 시장에 승부 거는 식품업계

SPC삼립은 지난 6일 가정간편식(HMR) 사업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종합식품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에 따라 충북 청주공장에 연면적 1만6천㎡(약 5천 평) 규모의  종합식재료 가공센터를 짓고 있다. SPC삼립은 여기에 70억 원(20%)을 추가로 투입해 총 42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PC는 이 센터에서 빵ㆍ케이크ㆍ 샌드위치 제조에 필요한 각종 원료와 주스, 채소가공품 등을 만들 예정이다. SPC그룹 계열사들이 다른 회사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맡겼던 음료를 직접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을 통해 자체 가공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SPC삼립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천연 및 향신료 재료를 분쇄ㆍ가공처리한 조미료 제조업’, ‘기타 과실ㆍ채소 가공 및 저장처리업’, ‘기타 비알콜음료 제조업’ 등을 새 사업목적에 넣었다. 업계는 SPC의 이같은 행보가 간편식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SPC는 오는 8월 말 종합식재료 가공센터를 완공하는 대로 HMR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SPC삼립은 시화공장에 ‘샌드팜’ 생산설비도 증설했다.

샌드팜은 SPC삼립의 샌드위치 브랜드다. 이미 ‘맥앤치즈버거’, ‘햄에그 샌드위치’ 등의 다양한 샌드위치와 햄버거, 핫도그 등 HMR 제품 약 100여 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주로 편의점에서 유통된다. 샌드팜은 앞으로 생산량을 70% 늘리고, ‘프리미엄 버거’, ‘샌드위치 도시락’ 등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도 출시, 올해 말까지 매출을 550억 원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샌드팜 매출은 2015년 340억 원에 이어 2016년에 425억 원으로 25% 이상 성장했다. 제과업계의 거인 오리온도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리온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경남 밀양에 가정간편식 공장 신축울 진행 중이다. 밀양공장에서는 농협에서 공급받는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가정간편식을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라면 업계에서 오뚜기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농심도 예외는 아니다. 농심은 올해 초 간편 집밥 요리 브랜드 ‘쿡탐’을 론칭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농심은 편의점이 아닌 온라인 마켓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초 오픈마켓인 G마켓을 통해 쿡담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소셜커머스 티몬과 간편식 ‘진짜’를 선보이는 등 온라인 유통채널과 손잡고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대표 고정완)는 7월부터 야쿠르트 아줌마가 전하는 간편식 잇츠온(EATS ON)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차별화 전략은 ‘바로 만든 신선함’과 야쿠르트 아줌마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다.

한국야쿠르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를 통해 주문하면 이를 바로 만들어 ‘야쿠르트 아줌마’가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 배달한다. 주문을 받고 요리를 하기 때문에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배달되는 만큼 별도 ‘배달비’가 없고 모든 제품을 냉장 상태로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편의점 도시락 하향곡선, HMR에 밀리나

편의점 도시락도 간편식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지 오래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지난해 도시락 매출 평균 증가율은 168.8%에 달했다. 2015년 증가율인 69.3%의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난 2013년 700억 원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5천억 원대로 7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편의점 3사의 도시락 매출 성장률이 크게 감소했다.  CU의 경우 2015년 66%, 2016년 169%를 기록했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이 올해 8%로 떨어졌다.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던 GS25와 세븐일레븐도 올해 들어 20~30% 수준으로 성장률이 둔화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벌써 포화 상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도시락의 핵심 고객층인 학생과 젊은 직장인들 외에 더 이상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중견 식품업체들이 HMR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편의점 도시락을 압박하기 때문이란 풀이도 나오고 있다. 일부 배달 방식의 HMR은 도시락이 갖추지 못한 메뉴의 다양성과 신선한 재료 등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마음대로 골라 구색을 맞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밀려나면 떨어져나가는 ‘Moving Walk’

이같은 HMR의 급속한 성장과 아직 10대와 20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이 국민 식생활을 바꾸고 있다. 이는 외식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간편식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외식업계도 대세를 따라가고 있다.

일부 외식업체는 고객이 원하면 간편하게 들고 갈 수 있는 테이크아웃 메뉴를 내놓고 있다. 아예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서구식 ‘글랩&고(Grap N Go)’ 매장도 늘고 있다. 스테이크까지 들고 나가 먹을 수 있는 ‘더불 핸 스테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식품·외식업계는 이미 변화의 문턱이 아니라 진입로를 이미 지나쳐 왔다. 무한경쟁의 ‘달리는 길’(Moving Walk)에서 한 발짝씩 뒤처지면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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