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 직후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서 영업이익 기준으로 상·하위 기업 간 채무상환능력의 격차가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80조3천억 원으로 1년 새 2.7% 늘었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은 전년 대비 9.2% 급증했고 중소기업도 5.8% 늘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7.0%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은 빚을 크게 늘렸고 수익성이 개선된 대기업은 빚을 줄여나간 것이다.
빚이 증가한 자영업자·중소기업은 이자 갚기에도 힘이 부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 신용정보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9.0배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배 미만이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못 갚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업이익 규모 상위 10%를 제외하면 이자보상배율은 2.2배로 낮아진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번 돈으로 이자 갚기에 급급한 셈이다. 또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의 조건에서 신용회복률이 낮았고 자력으로 빚 갚을 확률도 적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전상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채무불이행자가 된 39만7천 명을 추적한 결과 3년 6개월이 흐른 올 6월 기준 절반 수준인 19만4천 명(48.7%)만이 신용을 회복했다. 신용 회복자 가운데 68.4%는 스스로 혹은 주변 도움 등으로 빚을 갚았다. 11.5%는 정부의 채무조정제도 등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