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적게 쓰면 맛이 안 난다?… ‘다 하기 나름’

좋은 재료와 건강한 음식에 대한 믿음… 나트륨 줄인 메뉴 고집 펼쳐 이원배 기자l승인2017.10.13l9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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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란 말이 있다. 요즘엔 ‘몸에 좋은 것은 싱겁다’라는 말이 덧붙여지고 있다. 물론 모든 싱거운 음식이 몸에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삼삼하게 먹는 것이 짜게 먹는 것보다 우리 건강에 더 이롭다는 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5년 기준 3890㎎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섭취 권고량 2천㎎ 보다 1.9배 높고, 미국(3440㎎), 영국(2880㎎), 일본(3868㎎)보다도 섭취량이 높아 지속적인 저감화가 필요하다.

이에 식약처는 2010년부터 소비자 인식교육과 가공식품, 급식, 외식에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0년 4878mg이었던 섭취량을 2015년 3890mg으로 약 20% 저감할 수 있었다. 나트륨 저감화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가 나트륨 섭취량을 30% 줄이는데 20년이 넘게 소요된 것에 비교하면 세계 유래 없는 괄목할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식에는 짠 음식이 많고 ‘싱거우면 맛이 없다’는 소비자 인식과 기호도에 따라 외식에서 나트륨 줄인 식단을 내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외식업소에서는 매출과 연관되기 때문에 선뜻 나트륨 줄인 식단을 시도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식약처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에 맞추어 자극적인 짠맛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메뉴를 제공한다는 원칙에 따라 나트륨 사용을 줄이며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외식업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 ‘제천 산아래박달재 石갈비’, ‘사천휴게소(부산방향) 한식전문점’, ‘황태성’을 손꼽을 수 있다.

건강한 맛 듬뿍 ‘제천 산아래박달재 石갈비’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 제천에 자리 잡은 ‘산아래박달재 石갈비’(대표 박태현)는 건강하고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낸다는 믿음을 실천해가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4월 산아래박달재 石갈비 매장을 열었다. 매장은 2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박 대표는 2006년부터 제천에서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직접 생산·사용하는 외식업소를 운영해오고 있는 친환경유기농산물의 베테랑이다. 

그는 평소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높고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야 음식에 좋은 맛이 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정성들여 만든 양념 그 자체가 훌륭한 음식이라 생각해 자극적인 조미료를 줄이고, 특히 음식 맛의 핵심인 소금 사용을 과감히 줄였다.

그는 “건강한 밥상농사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업소를 운영해가고 있다”며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현대인들은 짜고 단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인스턴트 음식이 짜고 단 것도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매장 운영 초기 짜고, 달고, 매운 맛에 익숙한 소비자 입맛으로 인해 제공하는 메뉴가 싱겁다며 소금을 달라고 하거나 간이 있는 반찬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이를 바꾸어 보고자 ‘짜고 달달한’ 맛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06년 산아래유기농쌈밥집을 운영하면서 얻은 성과는 자신감을 높여줬다. 전통된장에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인 육수는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뛰어난 풍미라며 고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대다수 메뉴가 짠맛이 덜했지만 건강한 밥상이고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삼삼하게 느낄 수 있다는 소문에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박 대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트륨 줄이기에 나섰다. 그는 “쌈밥집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짜고 단맛이 강한 기존 갈비집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만의 나트륨 줄이기 비법은 흥미롭다. 제천에서 나는 여러 약초를 일정 비율로 우려낸 ‘8물탕’을 기본으로 고기를 재우고 숙성해 염도 수치를 낮췄다. 간은 소금이 아닌 산아래박달재 石갈비만의 ‘씨간장’을 사용해 맞춘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낸 씨간장은 오랜 기간 동안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콩 발효물로 인해 다양한 감칠맛 성분이 풍부해져 짜지 않으면서 깊은 풍미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박 대표만의 고집으로 산아래박달재 石갈비의 식재료 비용은 일반 업소보다 더 많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식재료 비용은 지출이 아닌 건강한 메뉴를 위한 투자이자 토대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스턴트 식품은 저렴하고 손쉽게 맛을 낼 수 있으나 음식에 대한 일종의 게으름”이라며 “비용 지출을 각오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면 나트륨 저감화와 소비자 입맛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속도로 국민 건강 지킴이 ‘사천휴게소(부산방향) 한식전문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나트륨 함량을 줄인 메뉴를 실천할 수 있을까? 개인 업소는 경영주의 의지와 신념으로 이익에 개의치 않고 건강한 맛에 역량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휴게소는 업종 특성상 단골고객을 만들기 어렵고 바이럴 마케팅, 업소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특성으로 매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많은 한국인이 짜고 매운 맛을 선호해 그 입맛에 맞추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사천휴게소(부산방향) 한식전문점은 나트륨 줄인 메뉴 제공 및 실천에 나서 귀감이 되고 있다.

김철 사천휴게소 한식전문점 과장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휴게소 매장이지만 정부 취지에 공감해 주방에서부터 나트륨 줄이기에 힘쓰고 있다”며 “고객에게도 나트륨 과잉 섭취는 고혈압과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의 대표 메뉴인 ‘새싹삼힐링비빔밥’과 ‘장터육개장’은 나트륨을 대폭 줄인 대표 메뉴다. 주방에서 음식 조리 시 염도측정기 등을 사용해 정기적으로 염도를 관리한다. 비빔밥과 육개장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이지만 사천휴게소만의 비법 레시피로 염도를 낮추고 있다.

새싹삼힐링비빔밥의 경우 새싹삼을 포인트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 비빔밥 양념의 사용량을 줄이면서 새싹삼의 향으로 풍미를 높이고 나트륨 함량을 줄인 고추장과 발효 한식된장을 사용해서 건강과 맛 모두를 잡았다.

얼큰하면서 담백한 장터육개장 역시 식재료 특유의 맛을 강조하면서 맛있고 건강한 육개장으로 고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새싹삼힐링비빔밥 나트륨 함량은 1337㎎에서 1200㎎로 10%나 낮아졌다. 장터육개장은 2853㎎에서 1764㎎으로 무려 38%나 줄일 수 있었다.

사천휴게소 한식전문점은 고객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메뉴 표시판에 ‘싱겁게 해달라고  주문하세요’, ‘추가 양념은 맛을 보고 조금만 넣어요’ 등 고객 실천방안도 적어 놓고, 매장 내·외부 곳곳에 영양성분 표시 안내문, 1일 영양소 기준치, 나트륨 줄이기 생활화 포스터 등을 부착해 균형 잡힌 영양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김철 과장은 “앞으로 염도 측정 주기를 더 단축하고 홍보를 강화하는 등 대국민 나트륨 섭취 줄이기 캠페인에 적극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싱겁게 맛있는 황태의 참맛 ‘황태성’

‘내 건강에 좋으면 남에게도 좋다.’ 대구에 자리 잡은 황태요리 전문점 ‘황태성(대표 김정현)’의 슬로건이다. 김 대표는 나트륨 줄인 식단의 건강함을 알고 곧장 실천에 나섰다.

외식업소 개점을 앞두고 지난 2014년 5월 위생교육을 받는 중 ‘나트륨 줄이GO! 건강 올리GO!’ 캠페인 홍보물과 마주쳤다. 쉽고 명확한 캠페인 문구를 본 순간 ‘나트륨을 줄이면서 고객 건강을 챙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황태성의 운영 철학으로 뿌리를 내렸다.

김 대표는 “교육 중에 만난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이 확 와 닿았다”며 “요즘 웰빙 트렌드와 일치하는데다 개인적으로 싱거운 음식을 선호하고 있어 이를 업소 운영 방침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염도를 확 낮춘 반찬과 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음식은 김 대표가 직접 간을 보며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맛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표준 레시피를 만드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황태성의 대다수 메뉴는 국물로 돼 있어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식재료 고유의 감칠맛을 살린 육수로 나트륨 함량을 줄여나갔다. 다시마를 물에 충분히 헹궈 염분을 최대한 줄이고 양파와 대파뿌리 등 갖은 채소를 오랜 시간 끓여냈다. 짠맛은 줄이고 충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천연 육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운영 초기 짠맛에 익숙해져 있는 고객 입맛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염도가 무척 낮은 메뉴에 대다수 손님들이 ‘싱겁다’며 소금을 달라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그럴 때면 고객에게 다가가 건강을 위해 짜지 않게 만든 음식임을 설명하고 육수 고유의 맛을 느껴보길 권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쉽게 맛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는 매장을 찾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나트륨 줄인 식단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고 구청 위생과 공무원이 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매장에 방문한 일이 전화위복이 됐다. 김 대표는 “황태성의 황태해장국이 일반적으로 먹는 황태해장국의 염도보다 낮은 0.5%로 측정됐다”며 “구청 직원도 예상치보다 낮은 염도에 크게 놀랐고 이후 입소문이 난 것인지 고객이 조금씩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황태성은 김 대표의 고집이 완승을 거둔 상태다. 고객이 온라인에 자발적으로 올려주는 소개글이 수도 없이 올라오면서 어느 순간 대구지역의 건강 맛집으로 떠올랐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선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저녁에도 황태 본연의 맛을 느끼려는 고객들이 즐비하다. 

그는 “고객들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알아가면서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면 좀 적게 팔더라도 이 운영 방식이 맞다”며 “앞으로도 나트륨 줄인 메뉴 개발에 대한 비법을 더 많이 연구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배 기자  lwb21@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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