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안전한 먹을거리의 대안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에 정착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중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자담치킨’은 동물복지 인증 육계를 사용한 후라이드 신메뉴 4종을 출시했다. 자담치킨은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육계로 만들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자담치킨에 따르면 농장부터 이동운반, 도계장(계류장 포함) 등 3개 분야에서 모두 인증 받은 육계를 사용한다.
자담치킨 동물복지 치킨 출시
동물복지 치킨은 사육과 도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아 일반 치킨과 비교해 껍질이 더 얇고 고소하며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가격이 문제다. 일반 치킨에 비해 적게는 1~2천 원 정도 더 비싸기 때문이다. 자담치킨 관계자는 “출시 한 달 정도 지난 초기로 시장 반응을 평가하기는 이른 면이 있다”며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고 브랜드와 메뉴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담치킨뿐만 아니라 기존 대형 업체의 ‘프리미엄’ 브랜드도 고전하고 있다. 무항생제 육계인 하림의 ‘자연실록’을 사용하는 ‘치킨더홈’의 성장 속도도 더디다. 치킨더홈은 ‘건강한 치킨’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매장은 2014년 76개에서 2015년 86개, 지난해 96개로 사업 시작 5년이 넘었지만 100개에도 못 미치고 있다.
실제 동물복지·친환경축산물은 기존 일반 축산물에 비해 품질은 인정받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소비자 인식도 낮아 확산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 닭고기 업체 하림의 자연실록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론칭했지만 초창기 시장에서 고전한 사례가 단적이다.
육계 업계 관계자는 “자연실록도 초기 고전하다 지속적인 투자와 홍보를 통해 겨우 자리를 잡았다”며 “동물복지 축산물은 품질은 인정받지만 가격 문제와 낮은 인식으로 대중적으로 확산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동물복지 정책 속도
국내에 동물복지 인증제도가 도입된 때는 2015년이다. 올 10월 기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육계농장은 18곳으로 평균 약 12만수/주가 생산된다. 이 가운데 약 10만 마리를 참프레에서 생산하는 걸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육계 전체 도축량(7902만 마리)의 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잇따른 AI 발생, 살충제 계란 파동 등을 겪으며 동물복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확산 속도가 빠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닭고기·계란의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존 밀식 사육에서 동물복지형으로 축산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축산물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신규 농가에 EU(유럽연합) 기준 사육밀도(0.075㎡/마리) 또는 동물복지형 축사를 의무화한다. 오는 2025년부터는 기존 농가에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동물복지형 농장 확대를 위해 직불금시설 보조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존 농가에 대해서는 개방형케이지 방식으로 사육환경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사육환경표시제와 계란닭고기 이력표시제도 각각 내년과 후년 도입할 방침이다.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참프레는 동물복지 선도 기업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선점하겠다는 풀이다. 지난 9월에는 ‘제5회 대한민국 친환경 축산페스티벌 유통부문 대상(장관상)과 육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치킨 가격 인상 불가피
하림은 프리미엄급 자연실록에 이어 동물복지 브랜드 ‘그리너스’를 지난 7월에 론칭하고 점유율 경쟁에 나섰다. 그리너스는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인증은 물론 이력관리제도를 적용했다. 또 사육 단계에서부터 천연재료의 식물성 사료 사용은 물론 녹색 채소를 간식으로 제공하는 등 닭의 습성을 존중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쾌적한 사육환경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농식품부 방침대로 동물복지 농장이 자리 잡을 경우 치킨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물복지는 기존 사육 방식보다 생산 비용이 더 들어 원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동물복지 시스템은 장기적으로는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초기 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