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좀먹는 ‘떴다방’… 업계 자정 능력 절실

김상우 기자l승인2018.01.12l10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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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기업 부장을 하다 50대 초반 명예퇴직을 한 김 씨는 퇴직금과 대출까지 받아 2억 원이 넘는 돈을 털어 고깃집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렸다. 이전부터 고깃집 사장님이 되고 싶었지만 월 수익 1천만 원 이상을 버는 가맹점이 허다하다는 소리가 김 씨의 귀에 쏙 들어왔다.  

그러나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하겠다던 김 씨의 부푼 꿈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철저히 관리해주겠다는 약속은 가맹 계약 체결 후 온데간데없었다. 원육 공급가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하는 무책임함에 고깃집 운영의 핵심인 육질은 형편없기 짝이 없었다.   

결국 김 씨는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깨달았다. 더욱 괘씸한 것은 본사가 얼마 후 비슷한 동종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김 씨는 광고만 보고 혹한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투자금을 돌려받을 길은 없었다. 

김 씨의 사례처럼 일명 ‘떴다방’식 프랜차이즈는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하나 매년마다 독버섯같이 자라면서 예비 창업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특히 잠깐 인기를 끌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브랜드가 떴다방 프랜차이즈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일례로 2013년을 달군 빙수전문점은 지금에 와서 설빙 외에 다른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2014년 벌집아이스크림 열풍 역시 파라핀 첨가 언론보도 이후 인기가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2015년 스몰비어도 동종 브랜드 범람과 출혈 경쟁에 제풀에 쓰러졌다. 2016년은 저가 생과일 주스 난립, 지난해는 대왕 카스텔라, 핫도그 등 해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프랜차이즈가 등장하기 일쑤다.

더욱이 이러한 떴다방식 프랜차이즈는 인기가 절정에 달할 때 예비 창업자들에게 높은 권리금을 받고 파는 떴다방 ‘선수’까지 양산하고 있다. 업계에서 선수로 꽤 유명한 이 씨의 경우 지난 4년 동안 떴다방 권리금 장사로 무려 10억 원 이상의 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소문이 파다해지자 이 씨는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신생 브랜드, 日 20개 韓 500개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의 부정적 이슈가 잇따름에도 불구하고 가맹본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떴다방 프랜차이즈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810개였던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2016년에는 321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동안 무려 77.8%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브랜드 수는 2246개에서 4017개, 가맹점 수는 7만2903개에서 10만6890개로 각각 78.8%, 46.6%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율 못지않게 폐업률도 적지 않다. 공정위가 밝힌 프랜차이즈 평균 폐점률은 지난 2015년 기준 1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문을 닫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1만3241개로 하루 평균 36곳이 문을 닫았다. 

이러한 통계치는 폐업하는 가맹점도 부지기수나 새롭게 문을 여는 가맹점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프랜차이즈 산업 중 브랜드 수는 1400여 개며 가맹점은 27만여 개에 그친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5배나 많고 경제 규모가 3배 가까이 차이 나는 점을 보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난립을 실감할 수 있다. 일본은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가맹점이 각각 20여 개, 5천여 개에 불과하나 우리나라는 500여 개에서 3만여 개씩이나 생겨난다. 

공정위는 지난해 떴다방 프랜차이즈를 막고자 과장된 정보로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준 본사에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물리는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제도를 교묘하게 피해갈 구석이 많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 아닌 예상매출액정보를 제공한다면 이를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범위로 봐야할 것인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또 국내 가맹본부 중 약 95.4%가 연 매출 2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중소 프랜차이즈가 악의적인 가맹점주를 만날 경우 심각한 경영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양면을 강조했다.

똑똑한 예비 창업자, 떴다방 막는다

떴다방 프랜차이즈를 없애기 위한 대안은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즉 직영점을 최소 3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하며, 해당 직영점의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에게만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식이다. 실권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도 이러한 법적 장치 마련에 공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외식을 포함한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5273개에서 가맹점이 하나도 없는 브랜드는 전체 31%인 1630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브랜드가 이름만 걸어놓은 가맹본부로 떴다방 브랜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업계 판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비 창업자의 똑똑한 판가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명한 예비 창업자들이 많아질수록 떴다방 프랜차이즈들이 발을 붙이기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방법에는 공정위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공개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심 있는 프랜차이즈와 다른 프랜차이즈를 꼼꼼히 비교하는 것도 필수다. 

또한 업체별 폐점률을 따져보고 10년 이상 장수한 브랜드인지도 확인해본다. 유사업체 난립도 확인해야 하며 식자재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후진적 족벌경영 체제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가족이나 친인척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의외로 많이 존재하며, 이러한 프랜차이즈 다수가 가맹점과의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경영 지식이 일천한 친인척이 본사 수뇌부를 독차지하면서 수익에만 혈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치즈통행세로 검찰에 실형을 선고 받은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족벌 경영은 정보공개서에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뉴스와 같이 업계 동향을 살펴보는 등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 

美, 혹독한 성장통… 반면교사 삼아야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과거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프랜차이즈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떴다방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각종 갑질 분쟁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소송전이 난무했다. 

이후 미국 공정거래위원회는 1979년 프랜차이즈 관련 규정을 제정하면서 가맹본부가 아주 상세한 정보까지 예비 창업자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부의 규제가 산업 자체를 옭아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동하면서 모두가 힘을 합쳐 자정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문제를 일으킨 업체들은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는 강력한 자정안이 불문율로 작용했다. 일례로 한때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명성을 떨쳤던 ‘퀴즈노스 서브’의 경우 식자재 가격, 광고비 등으로 가맹점주와 분쟁을 이어오다 2006년 한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퀴즈노스 서브는 가맹점 수와 매출이 급감하면서 2014년 끝내 파산신청까지 하고 만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나라 프랜차이즈는 업계 스스로의 자정 능력은 고사하고 오로지 성장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프랜차이즈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 업계가 하나로 뭉치는 공감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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