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과 향 지켜가는 수제 녹차의 정수(精髓)”
“전통의 맛과 향 지켜가는 수제 녹차의 정수(精髓)”
  • 윤선용 기자
  • 승인 2018.02.0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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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녹차 명인, 박수근

워낙 차를 즐겨 마셔 호를 다산(茶山)이라 했던 정약용은 “차를 마시면 흥하나 술을 마시면 망한다(飮茶興飮酒亡)”라는 말을 남겼다. 차를 사랑한 그는 직접 종자를 가져다 지리산 남쪽 화개동에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녹차가 전해진 것은 신라시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당시 처음으로 녹차를 심었던 장소도 지리산 일대로 전해진다.

박수근 명인은 이렇듯 유서 깊은 녹차의 고향인 경남 하동 화개에 터를 잡고 3대째 녹차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그가 선보이는 국내 최초의 전통 수제녹차는 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맛과 향기를 느끼고 싶어한다. 떫고 쓴맛이 없는 박수근 명인의 수제녹차는 녹차 고유의 향기가 진하고 은은함이 오래간다. 특히 아무리 오래 우려도 쓰지 않고 10번 이상 우려도 은은한 향이 그대로 우러난다.

박수근 명인이 운영하는 명인다원의 녹차는 지난 1998년 제 3회 하동 문화축제에서 ‘올해의 명차’로 선정된데 이어 1999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식품명인 제 16호 (녹차분야 최초)로 지정했다. 2001년에는 국제 명차 영예 장을 수상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고, 2008년 8월에는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식객’에 출연해 수제 녹차의 진수를 보여줬다.

지난 2009년에는 수제 녹차 제조 비법을 전수해줬던 명인의 할아버지가 제조한 최소 80년이 넘은 ‘수근기 차’가 2500만 원(1㎏)에 판매돼 화제가 됐다. 이는 당시 중국 보이차가 갖고 있던 2200만 원이라는 세계 최고가를 넘어선 것이다. 할아버지가 명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수근기 차는 ‘떡차’로도 불린다.

차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중국을 앞섰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이외에도 국내외 차 문화대회에서 수차례 수상을 획득하며 차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눈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길가까지 나와서 일행을 기다려준 박수근 명인과 손수 만든 녹차를 함께했다.

▶녹차는 언제부터 직접 생산하셨나요?
“젊은 시절엔 토목 일을 좀 했었어요. 원래 집에서 녹차를 생산했지만 당시에는 사업으로는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영농조합이 만들어지고 사업하는 걸 풀어주면서 사람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녹차를 한 번 해봐야겠다고 맘먹고 시작한 게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네요. 달랑 100만 원 들고 시작했는데 워낙 소량으로 시작하니 한번만 실수해도 실패하는 셈이라 부담감이 상당했죠.”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뭐였나요?
“하동에서 문화축제가 열린다고 한번 출품해보라고 주변에서 권해서 시음 행사를 했는데 그게 인기가 좋아 이듬해인 1998년 제3회 하동 문화축제에 정식으로 출품했어요. 그런데 심사과정에서 공장에서 정식으로 생산된 것도 아닌 수제품에 대상을 줄 수 있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죠. 하지만 원칙을 고수한 사람들 덕에 ‘올해의 명차’로 선정돼 수상을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이후 경상남도추천브랜드로 지정되니 주변에서 농림부의 명인제도를 알려주며 지정을 받으라고 권하더군요. 녹차 부문은 첨이라 어려움 끝에 명인 신청을 했는데 역시나 수제품의 특성을 설득시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죠.”

▶수제녹차와 일반 녹차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수제녹차는 대대로 전해주는 제조기법과 손으로 맞춰내는 온도가 중요합니다. 기존의 녹차는 물에 닿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잎이 펴지거나 색깔이 변하는데 수제녹차는 그렇지 않고 녹차 잎이 펴지거나 부스러져 찌꺼기를 남기지 않아요. 또 10번 이상 우려내도 맛과 향이 그대로 유지되죠. 제대로 만들어진 수제 녹차라면 온도에 큰 상관없이 항상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명인다원의 수제녹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녹차는 제조 방법에 따라 차이가 많은데 우렸을 때 연두색을 띠고 인삼, 더덕과 비슷한 향에 찻물을 머금었을 때 혀 밑으로 단맛이 감돌아야 일등품입니다. 또 물에 담갔을 때 잎은 모두 가라앉아야 하고 아무리 우려도 찻잎이 말린 상태 그대로 있어야 하죠.  

명인다원에서는 이런 녹차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통 녹차 제조 기법인 ‘구증구포’를 고집합니다. 섭씨 160도가 넘는 가마솥에서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비벼 말려요. 약 2시간 30분 이상 얇은 장갑을 낀 손으로 작업을 하는데 시간과 계절에 따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불의 온도를 조절하며 진행합니다. 이 방법은 선친으로부터 현재 전수자인 아들(박기진)까지 3대째 전하는 비법이죠.” 

▶직접 소금을 구워 판매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특징이 있나요?
“천일염을 황토로 된 가마에서 800~1200°C로 36시간 동안 구워내는 ‘황토가마 구운소금’은 옛 선조들이 황토 용기로 지장수를 만들어 마셨던 지혜에서 비롯된 방식을 연구해 구현했어요.

국내 순수 천일염의 불순물을 제거해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을 얻습니다. 이렇게 구운 소금은 일반염이나 천일염에 비해 쓴맛이 적은 알카리성 소금으로 원적외선을 방출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아토피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 이 소금에는 수제 녹차가 5%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 황토가마 구운소금

▶녹차 명인이 어떻게 소금을 굽게 됐나요?
“녹차를 만들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자 지리산을 숱하게 돌아다니던 중 허기를 면하기 위해 샘의 물로 밥을 하는데 반찬이 없더군요. 주변에 무당들이 제를 지내며 얹어놨던 소금이라도 찾아보려고 한참을 헤매도 보이지가 않아서 맨밥을 먹으며 소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내려와서 소금을 굽기 시작했어요.”

▶전수자는 누구인가요?
“올해 44살인 아들<사진 오른쪽, 박기진>이 지금은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대금을 연주하는데 정년이 되면 들어와서 가업을 이을 예정입니다. 지금도 대금문화재 이수자로 정식 교육을 받고 있으면서, 틈틈이 들어와 일을 배워 전수자로 이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도 만들 때가 되면 들어와서 도와줍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상품은 남과 똑같으면 안 됩니다. 이는 차나 소금 모두 해당되는 일이죠. 혼자서 일을 하면서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앉는 자리마다 할 일이 달라서 돌아가면서 일하다 보면 금방 하루가 갑니다.

그 동안 1인자가 되지 않고서는 후대를 가르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살았습니다. 잔재주가 아닌 전통 방식의 원칙 그대로 녹차와 소금을 만들고 이어가고자 합니다.”

■ 박수근 명인(식품명인 16호)

1998  차문화대회 올해의 명차 지정(하동군수)
1999  녹차제조 식품명인 제16호 지정
          (당시 농림부)
2001  국제 명차 평가 대회 국제 명차 영예장 수여(한국차인 연합회 국제 명차평 심사위원회)
2002  한국전통식품 Best 5 선발대회 음료·다류 부문 동상 수상
2007  경상남도 추천상품 지정

■ 명인다원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415
전화: 055-883-2216
홈페이지: 명인다원.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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