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세계화, 우리 식품 산업의 새로운 부흥”

이하연 제3대 대한민국김치협회장 김상우 기자l승인2018.02.12l10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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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3대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이 선출됐다. 이하연 봉우리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가 정기총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것이다. 그는 3명의 후보와 경쟁을 펼쳤고 재투표까지 가는 경합 속에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냈다. 

이하연 신임회장은 당선 소감 첫 마디로 회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겠다고 밝혔다. 협회의 원동력이 회원사에 있다는 것을 알고 더욱 낮은 자세를 약속한 것이다.

특히 국내 김치 산업의 현안 해결을 위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며 이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추상적인 계획이 아닌 실행 가능한 계획들로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 신임 회장의 고향은 김치로 유명한 전북 익산이다. 어린 시절 9남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어머니가 갖가지 김치를 밥상에 올렸다. 지금도 어머니의 무채 써는 소리와 절구 찧는 소리가 당장이라도 들릴 것처럼 김치와 함께 성장했다. 지난 1987년 숙명처럼 시작한 외식업은 김치와의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해줬다. 

외식에서 발견한 김치 사랑

이 회장은 외식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감춰진 재능을 발견했다. 어머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김치에 대한 안목을 쌓아갔고 그의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김치 맛에 열광했다. 나중에는 물량이 달릴 정도였지만 김치 만드는 게 그렇게 좋아 쉽게 손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음식해서 먹이는 재미랄까. 돈 벌겠다고 시작한 외식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 모습에 신이 났어요. 제가 김치 만드는데 소질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된 거죠.”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회장의 매장은 규모를 조금씩 확대해갔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이 회장의 외식사업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로 첫 번째 위기를 맞게 된다.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직원들에게 집을 팔아서라도 월급은 반드시 챙기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의 10%를 깎겠다고 하더군요. 직원들의 열정 덕분에 10개월 만에 매출을 회복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현재 이 회장이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 ‘봉우리’는 친구를 만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정직하게 행하면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 회장은 외식 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2003년부터 김치 제조 사업에도 나서게 된다. 김치 대량 생산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정통 김치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발동한 것이다. 그러나 김치 제조에는 탁월했지만 인프라 측면에서 이해가 부족했던 터라 2008년까지 큰 손해를 보고 만다.  

“순수하게 접근한 것이 낭패가 됐어요. 가내 수공업만 하던 사람이 공장을 운영한 꼴이랄까. 신중한 고려가 필요했는데 아무 것도 모른 채 제조 사업을 시작했죠. 결국 큰 손해를 보고 2008년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업을 접은 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구체적으로 보이더군요.”  

이 회장은 그 뒤로 전통 김치 제조 비법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전통식품명인 제58호로 지정됐으며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수상, 농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김치 명인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현재 외식 매장인 봉우리한정식과 별개로 봉우리영농조합을 운영하면서 주문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프리미엄화’ 중국 김치 이길 비법 

이 회장은 협회에서 자신의 첫 번째 임무가 대표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한다. 올해까지 50개 회원사를 유치하고 3년 동안 100개 회원사를 유치하겠단 목표다. 
이 회장에 따르면 국내 김치 관련 업체는 약 900개 정도다. 적어도 10분에 1은 협회 회원사로 적을 둬야 협회의 존재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어찌 보면 협회가 김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잖아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야 합니다. 공동의 관심사를 끄집어내고 같이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려면 지금의 회원사로는 부족합니다. 회원사가 없다면 협회가 존재할 이유도 없겠죠.”

특히 이 회장은 국내 김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가 중국산 김치 난립에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체는 물론이고 정부 당국의 무관심이 지금의 어려움을 만들었다고 일침을 놓는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로 토양이 많이 오염된 중국에서 얼마나 좋은 배추를 재배하겠냐는 우려다. 중국 김치의 범람이 결국은 국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다. 

“국내 김치 업체들이 중국산 김치에 맞서 가격으로만 승부하면 안 됩니다. 국산 김치나 중국산 김치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외식업소들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중국 김치를 받아들이는 거죠.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정통 김치, 즉 원물부터 획기적으로 다른 국산 김치의 프리미엄화와 차별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이러한 김치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해요.” 

이 회장은 품종과 기능성에 따른 배추 원물의 선별‧재배까지 바뀌려면 기존의 틀부터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기초 다지기는 정부와 업체의 합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리코펜이 풍부한 기능성 배추가 개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리코펜은 강력한 항산화 기능을 가진 물질이다. 항암배추로 불리는 이 품종으로 김치를 담근다면 지갑을 열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확신이다.    

▲ 지난달 31일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신임 회장(오른쪽)이 김순자 전 회장에게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치 홍보 컨트롤타워 ‘김치원’

이 회장은 가칭 ‘김치원’ 설립을 협회 숙원 사업으로 삼겠단 포부를 밝혔다. 지난 1972년 국기원 설립 이후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고 한국을 알리는 선봉장이 된 것처럼, 김치원 설립과 함께 김치를 민간 외교의 주축으로 삼겠단 청사진이다. 

“우리의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늦게나마 김치 담그기가 문화재청으로부터 무형문화재 133호로 지정됐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문화적 가치에 머무르지 말고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치 산업의 고도화와 김치 문화의 전승 및 교육, 외식과 연계한 각종 사업 등이 연계된다면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김치원은 이러한 사업을 전반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이 회장은 김치원이 설립된다면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첫 번째 관문이 서울이기 때문에 김치종주국 위상 차원에서라도 서울 소재가 맞다는 당위성이다.  

김치원은 큰 틀에서 김치 홍보를 중심으로 한 촘촘한 세부 조직 확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예를 들어 김치자조금 사업의 일환인 ‘찾아가는 김치교실’, 김치요리전문점 입점, 김치 문화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 및 도서관 등을 꾸릴 수 있다. 더 나아가 서울과 영남권, 충청권, 호남권, 강릉권 등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 회장은 본질적으로 김치 세계화가 협회의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치 세계화가 된다면 원물의 종자를 팔 수 있고 김치 제조 기술과 설비, 인력까지 수출하는 부가가치도 따라온다.

“중국과 일본이 김치를 자신들의 고유문화라 주장하는 마당에 김치 세계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김치 세계화의 첫걸음은 외국인들이 맛있는 김치를 접해보는 것이죠. 햄버거와 피자가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본토에서 그 음식을 먹은 이들이 국내에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김치 세계화를 위해선 한국에서 김치를 먹은 외국인이 본국에 돌아가 김치를 전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치를 정말 맛있게 먹은 경험이 필수적이고요.” 

▲ 회장 선거 후 협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한 기념 촬영.

이 회장은 앞으로 사회 구조 변화에 따라 김치 산업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트렌드에 맞는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로 인해 포장 김치의 구매가 증가할 것이며, 김치 소스 등 다양한 신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란 예측이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김치가 가져올 수 있는 우리 식품산업의 새로운 부흥을 냉정하게 바라보라는 호소다. 

“나중에 협회 회원사들에게 결과로 평가받고 싶어요. 임기 동안 협회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각오입니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김치와의 인연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네요. 종착역에 내릴 땐 함박웃음이 가득 차 오르고 싶어요. 큰 꿈을 가진 대한민국김치협회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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