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 음식점 폐업률 92%
위기의 자영업… 음식점 폐업률 92%
  • 육주희 기자
  • 승인 2018.09.03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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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영업 리포트 Part Ⅱ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불황과 소비침체로 자영업 폐업률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폐업률이 높은 업종은 음식점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임대료, 식재료비 등 주요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김영란법의 영향 지속, 근로시간 단축, 1회용품 사용 규제 등 각종 제도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폐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자매지인 월간식당과 공동으로 무너지는 자영업의 실태와 전국 주요 상권의 공실률 현황, 그리고 외식업 경영주들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및 실태 설문조사를 통해 음식 자영업자의 실상을 낱낱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경기불황과 그에 따른 소비침체가 자영업을 어렵게 하는 만성적인 요인이라면 자영업 폐업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비용은 매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을 내걸며 올해 최저시급을 16.4%(시간당 7530원) 올린 데 이어 내년에도 10.9%(시간당 8350원) 인상이 확정되었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2년 새 30%에 육박하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 영세 자영업자들이 결국 줄줄이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저임금 영향률’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을 적용받는 전체 임금 근로자 중 98%인 284만1000명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는 2%인 5만8000명에 불과하다. 결국 내년에 최저임금이 추가로 10.9% 인상되면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비용지출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게 타격이 클 것으로 보여 줄 폐업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이 임금근로자의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는 것도 폐업이 급증하는 요인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2019년도 최저임금 사업별 구분적용안’을 보면 5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월 209만 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329만 원)보다 120만 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단속을 강화해 위반한 사업주 이름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범법자로 내몰리게 될 판”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임금 근로자보다 한달에 최대 11시간 더 일해

5인 이하 종업원을 고용하던 식당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종업원을 고용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기존 채용했던 직원을 그만두게 하고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 1월 166만3000명에서 7월 165만9000명으로 줄었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387만1000명에서 404만2000명으로 늘었다. 영업에 가족을 동원하는 무급 가족 종사자 사례도 늘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1월 96만5000명에서 6월 116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또 신한은행이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47.3시간으로 대기업(46.6시간), 중소기업(44.6시간) 직장인보다 길었다. 임금 근로자보다 한 달에 최대 11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직원 두는 자영업자 줄고, 직원없는 자영업자 늘고

음식점 종업원을 내보내고 자영업자의 근로시간을 늘려도 소득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경기가 나빠지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물가까지 올라 비용이 더 급증하는 내년에는 상상 이상의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최저임금 수혜 근로자 계층의 일자리부터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재심의 요구를 무참히 묵살하고 2019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강행해 소상공인들은 허탈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업종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게 현실적

우리나라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 이후 올해까지 총 여섯 차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내년도 10.9% 인상까지 포함하면 총 일곱 차례 두 자릿수 인상으로 2000년 16.6%·1600원→1865원, 2001년 12.6%·1865원→2100원, 2003년 10.3%·2275원→2510원,  2004년 13.1%·2510원→2840원, 2007년 12.3%·3100원→3480원, 2018년 16.4%·6470원→7530원으로 인상되었다.

2019년에는 10.9%가 인상된 8350원이다.

하지만 2015년까지는 최저임금 인상이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었고, 최저시급 자체가 낮아서 10%대의 인상을 하더라도 인상액이 100~450원 정도였고, 실제 영업장에서는 대부분 최저임금을 웃도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깝게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은 숙박·음식업(34.4%)이, 사업장 규모별로는 1∼4인 사업장(31.8%)이 가장 높았다. 영세식당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많았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인상률은 2009년부터 2018년(예정)까지 10년간 연평균 7.2%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2%)과 명목임금상승률(3.3%)의 2~3배를 웃도는 것은 물론 지난 10년간 GDP 성장률(3%대)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업부진 및 매출 감소

자영업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뿐만이 아니다. 김영란법과 근로시간 단축, 미투 운동 확산에 따른 사회적인 분위기 등도 외식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직사회 부패를 막기 위한 취지로 입법 도입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은 실제로는 민간경제 영역에 광범위한 규제를 가하면서 고위 공직자보다는 오히려 농어민과 자영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접대고객 비중이 급감한 것은 물론 1인당 3만 원이라는 비용 상한선으로 인해 객단가가 낮아지면서 매출이 급락, 외식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줄어드는 자영업자 사업소득 기여도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목적으로 단행한 근로시간 단축 또한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외식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위 3D 업종으로 분류되는 외식업계는 가뜩이나 인력난 때문에 점포출점을 포기하거나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점포 운영도 못할 상황에서 근로시간마저 단축되자 어쩔 수 없이 영업시간을 줄이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저녁 매출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동에서 30년 동안 영업을 해 온 K모 씨는 IMF 이전만 해도 건물 1, 2층을 모두 매장으로 사용하다가 IMF 이후 1층만 운영하며 수익을 발생시켜 왔지만 몇 년 사이 갈수록 저녁 매출이 줄어들어 부득이 영업시간을 단축했다고 말한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7월부터는 오후 5시 30분부터 각 건물 오피스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바삐 흘러가 버려 8시가 넘으면 인적조차 끊어질 지경이라고 밝혔다.

회식문화 사라지고 워라밸 추구도 매출 추락 요인

오피스가의 저녁매출 침체는 회식문화가 사라지는 대신 ‘워라밸’, ‘혼밥’, ‘혼술’ 등 사회적인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퇴근 후 직장 회식 또는 동료끼리 회사 근처에서 술자리를 갖곤 했지만 최근에는 자신만의 라이프 사이클을 중시하는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자기계발 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추세다.

미투운동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기업에서의 회식으로 인해 공연한 문제 소지를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도 매출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저녁 회식 고객들은 술을 곁들이기 때문에 객단가가 높아 매출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간단한 회식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또 저녁 회식을 하더라도 1차에서 식사 겸 간단히 주류를 곁들이는 정도로 마무리 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밥, 혼술 문화는 과거처럼 먹고 마시는 데 비용을 많이 지출하기 보다는 간단히 끼니를 챙기고 즐기거나 HMR 또는 배달음식을 접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외식에 대한 니즈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역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대다수의 외식업 경영주들은 지금의 불황이 IMF 때보다 더 심하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보면 자영업자 지수가 79로 봉급생활자(91)보다 12포인트 낮았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7월 이후 자영업자가 봉급생활자에 비해 최대폭으로 뒤처진 수치다. 경기전망 CSI는 6개월 뒤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부정적인 응답자가 긍정적인 응답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정부 자영업자 대책 발표 불구 업계 반응 냉담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점차 극에 치닫자 정부에서도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영업비서관 자리를 신설하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으로는 ▲일자리안정자금, 두루누리, 근로장려금(EITC) 등 직접지원 확대 ▲카드수수료, 세금 등 경영비용 부담 완화 ▲의제매입세액공제 공제한도 확대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한도 인상 ▲소상공인 ‘제로페이’ 도입 ▲폐업 영세자영업자 구직촉진수당 신설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의 내용이다.

정부의 구제책에도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문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인데 실제 자영업자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기존 대책을 재탕하면서 마치 새로운 대책인양 제시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최근 국세청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세 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무조사 완화 계획에 대해서 한 관계자는 “당장 유예하겠다는 것이지 영구적인 것은 아니며, 세무조사하면 최소 5년 전 것까지 조사를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으며, 오히려 2년 뒤에 뒤통수를 맞지나 않을지 걱정이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되는 충격을 줄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업종별·지역별로 차등화된 최저임금 적용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교수(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는 “물건마다 제조원가와 물류비, 유통비가 다르듯이 최저임금 역시 업종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게 현실적”이라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서 고용도 늘리겠다고 하는 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ㆍ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를 감당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권오복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처럼 최근 몇 달 동안 소상공·자영업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책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기존 대책 나열에 불과하다”면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골목상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사회적으로 최약자인 자영업계 종사자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다시 들여다보고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최대한 보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주희 기자  |  jhyuk@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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