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트렌드] 국밥의 진화 '국밥'
[외식트렌드] 국밥의 진화 '국밥'
  • 우세영 기자
  • 승인 2019.02.19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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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미식노마드의 상징이 된 국밥. 미쉐린이 선정한 빕구르망 레스토랑 총 61개 업소 가운데 국밥 전문점이 7곳이나 될 정도로 ‘음식 좀 먹는다’는 사람들의 입에 국밥이라는 메뉴가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성은 강해지고 새로움이 더해진 요즘 국밥을 살펴봤다. 우세영 기자 sywoo@foodbank.co.kr│사진=이종호 기자 ezho@
최근 몇 년 새 미식노마드의 상징이 된 국밥. 미쉐린이 선정한 빕구르망 레스토랑 총 61개 업소 가운데 국밥 전문점이 7곳이나 될 정도로 ‘음식 좀 먹는다’는 사람들의 입에 국밥이라는 메뉴가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성은 강해지고 새로움이 더해진 요즘 국밥을 살펴봤다. 우세영 기자 sywoo@foodbank.co.kr│사진=이종호 기자 ezho@

‘힙’해지는 아재들의 메뉴
과거에는 지역마다 시장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노포가 세월의 깊이와 저마다의 개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의 탕반(湯飯) 문화를 기반으로 상징적인 의미와 대중성을 갖고 한국인의 스테디셀러 메뉴로 인기를 누린 국밥은 프랜차이즈 아이템으로도 각광받으며 2000년대 후반에는 현대옥, 이바돔감자탕, 양평해장국 등 프랜차이즈가 크게 성장했다. 이후로 더진국, 안동본가국밥, 육수당 등 후발 브랜드도 등장했으며, 특히 순대국밥은 2010년 이후 론칭한 브랜드만 27개에 달한다(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 2019년 1월 기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차별화된 콘셉트와 고급화를 내세운 개인 업소가 조명 받고 있다. 대세 국밥집으로 꼽히는 곳들은 ‘힙하다(영어 단어인 ‘힙(hip)’에 한국어인 ‘-하다’를 붙인 말.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면서 최신 유행에 밝다는 의미의 신조어)’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모습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그릇 훌훌 먹고 일어나는 과거의 국밥이 아닌 1만 원 대 이상의 가격과 특정 품종육을 사용하는 등 고급화를 내세운 국밥집들은 맑은 스타일의 국물을 내거나 염도를 낮춰 슴슴한 맛을 내는 등 국밥의 새로운 미식 트렌드를 만들었다.

마치 평양냉면을 두고 의정부파니, 장충동파니 취향과 견해가 갈렸던 것처럼 국밥을 두고도 토렴파와 비토렴파, 슴슴한 맛과 진한 맛 등 취향과 견해에 대한 토론이 많아졌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최적의 외식업 아이템
2~3년 전부터는 셰프들까지 국밥집 오픈에 가세하며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셰프들이 오픈한 국밥집의 공통점은 셰프의 이름을 걸고 오픈하는 대중음식점인 만큼 메뉴 퀄리티와 품질을 가장 강조한다. 진심선농탕, 합정옥, 평화옥은 소를 진하게 우려낸 국밥을, 옥동식과 광화문국밥은 버크셔K 돼지를 이용해 우린 맑은 국물의 국밥을 판매한다.

이렇게 국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다이닝의 수익적 한계를 꼽는다. 불황으로 현재의 외식시장에서 고가의 다이닝 매장은 수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간편한 오퍼레이션 때문이다. 국밥류는 육수와 고기 등 핵심 재료만 준비해두면 바로 제공할 수 있는 편리한 아이템이다. 곁들이는 반찬도 김치류 정도면 된다.
돼지곰탕 단일 메뉴만을 판매하는 옥동식은 영업시간이 하루에 6시간 미만이다. 대신 메뉴를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 불필요한 오퍼레이션을 제거하고 음식에 집중해 퀄리티를 끌어올렸다

고급화와 퓨전으로 진화하는 국밥
더욱 젊은 감각과 퓨전 요소를 결합한 색다른 변화도 포착된다. 독특한 콘셉트의 새로운 감자탕을 선보이는 신세계등뼈 박후영 대표는
“과거 고급음식이었던 일식, 양식은 변화를 거듭하며 대중화되고, 길거리음식 등 서민음식은 고급화되며 발전하고 있다.

반면 한식은 모던한 형태로 진화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 다양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보수적인 틀을 벗어난 다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빕구르망 더 플레이트에 꼽힌 젊은 셰프들의 순대국밥집 서교고메를 운영하는 최지형 셰프는 “작은 요소 하나가 반전을 준다. 변주를 한다는 것은 큰 부가가치를 갖는 일”이라며 “기본에 충실하되 순대를 직접 만들고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변화하면서 한식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롯이 돼지곰탕 그 자체 ‘옥동식’

곰탕집에서는 흔치않은 바(Bar)형태의 좌석에 메뉴는 단 한 가지, 돼지곰탕이다.
서교동에 위치한 옥동식 본점은 11석, 2호점인 역삼점은 18석으로 하루에 100인분 정도를 판매하고 나면 문을 닫는다. 직원은 2명, 많아야 3명이면 충분하다. 바 자리가 둘러싸고 있는 한 평 내외의 공간에서 모든 조리가 완료된다. 불필요한 오퍼레이션을 줄이고 음식에 더욱 집중한 극도로 정제된 공간이다.

옥동식의 돼지곰탕은 닭을 고아 만든 닭곰탕처럼, 돼지를 푹 고아서 만든 돼지곰탕이다. 밥을 말아서 내니 일종의 돼지국밥이기도하다.
돼지국밥과 다른 점은 일체의 내장이나 뼈를 사용하지 않고 돼지의 고기만을 사용해서 맑은 국물을 낸다는 것이다. 고기와 소금, 물만 넣어 약탕기에 2시간 푹 고아낸 고기를 얄팍하게 썰고 방짜유기그릇에서 뜨거운 국물로 토렴하며 쌀과 고기를 데워 낸다. 순수한 고기만으로 낸 맑은 국물이라 말끔하면서도 감칠맛이 깊다.

옥동식에서 사용하는 버크셔K는 육즙을 충분히 머금고 있어 국밥의 깔끔한 맛을 해치지 않고 감칠맛이 진하다. 씹히는 질감도 좋다. 얇고 넓게 썰어내 삶은 돼지고기 특유의 퍽퍽함이 아닌 쫄깃하고 부드러운 버크셔K의 식감을 극대화했다.

곰탕의 반은 밥이다. 옥동식도 돼지곰탕에 가장 적합한 밥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토렴 과정에서 밥알이 지나치게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조금 적게 넣고 천천히 밥을 짓는다. 쌀알은 약간 커야 국물을 머금고도 힘이 있다. 그렇게 고른 쌀이 신동진쌀이다. 한 김 식혔다가 토렴해서 낼 때 가장 맛있다.

옥동식은 맑은 국물을 즐기기 위해 일체의 양념장을 넣지 않는데, 제공하는 고추지는 경상도 해안 지방에서 즐겨먹는 양념장으로 고기와 곁들여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새우젓과 고추, 소금을 배합해 일주일을 발효시켜 돼지곰탕에는 없는 산미를 채운다.
김치는 제철에 가장 좋은 맛을 내는 한 종류만 제공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배추김치다. 곰탕이 슴슴하기 때문에 조금은 강한 맛의 김치를 준비한다. 잔술은 작은 잔에 가득 채워 2천 원에 판매한다. 17도짜리 증류주 황금보리 소주다. 맑고 구수한 풍미가 입을 개운하게 정리해준다.

 

 

감자탕의 신세계 ‘신세계등뼈’


신세계등뼈는 성격양식, 등불서양주점, 독립카츠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연남동 상권에서 일본가정식과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후영 대표의 네 번째 외식업소다.
박 대표가 신세계등뼈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잡은 포인트가 바로 ‘다양성’이다.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경험과 분위기, 메뉴를 기획하기 위해 전국의 감자탕집을 벤치마킹했다.

감자탕의 종류는 총 세 가지, 밥은 네 가지로 감자탕과 밥의 조합에 따라 12가지의 식사를 구성할 수 있다.
등뼈를 우린 기본 사골 육수 베이스의 신세계감자탕, 진한 된장 맛의 된장감자탕, 커리 맛을 추가한 원조 등뼈 스프커리의 판매 비율은 각각 50%, 25%, 25% 정도. 된장 감자탕과 스프 커리 감자탕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핵심메뉴다.

또 다른 특징은 고기에서 나오는 지방을 따로 걷어내지 않고 남겨둬 감칠맛으로 활용한다는 것. 국물을 한 수저 떠먹어보면 빨갛고 텁텁함이 강한 일반적인 감자탕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감자도 없다. 대신 푹 고아낸 무가 시원한 맛을 더한다. 등뼈말고도 돼지갈비와 삼겹수육을 넣어 고기를 푸짐하게 제공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2천 원을 추가하면 고기토핑을 더 많이 넣은 특메뉴로 즐길 수 있다.

솥밥은 이천 쌀 솥밥을 포함해 세 가지다. 밥 이상의 부가가치를 내는 솥밥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차별화를 꾀했다. 날달걀·마파고기·마가린을 넣고 뜨거울 때 비벼먹는 마가린 솥밥, 갈치속젓과 돼지고기를 비벼먹는 갈치속젓 솥밥 등 밥 하나만으로도 단일 메뉴만큼의 임팩트가 있다.

2천~3천 원이 추가되는 메뉴지만 2인 이상 일행이 방문할 경우 각각 다른 솥밥을 시켜놓고 서로 나눠먹는 풍경이 다반사다. 김치볶음밥은 전골을 먹은 후 즐기는 식후 볶음밥을 구현한 메뉴로 등뼈고기와 김치를 넣고 볶아 익숙한 맛을 환기한다.

주소를 알고 찾아가도 헷갈리는 폐쇄적인 외관과 사람 얼굴 형상의 장식물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메뉴부터 분위기, 조명, 매장에 흐르는 음악까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감자탕의 신세계다.

 


 

하이엔드 순대국밥 ‘서교고메’

서교고메는 이탈리아와 미국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양식을 공부한 최지형 셰프가 선보이는 순대집이다.
그는 순대를 그저 한식의 틀에서만 풀어낼 것이 아니라 젊고 유니크한 콘셉트로 접근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여러 국가에도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 많은 만큼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먹어도 맛있고 거부감 없는 메뉴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부심도 있었다. 순대는 함경도 출신 할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에게서 최 셰프에게로 전해져 내려온 집안의 내림 음식으로 그가 가장 잘 아는 음식이자 도전하고 싶은 메뉴이기도 했다.

서교고메의 메뉴 콘셉트는 쉽게 재해석한 이북 요리다. 인종을 불문한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순대의 호불호를 개선하기 위해 레시피를 연구했다. 선지를 넣어 만든 함경도식 피순대는 자칫 무거운 느낌을 줄 수 있어 순대 속에 들어가는 20가지 재료 중 채소류의 비율을 늘렸다. 풍부한 채소의 맛과 향 덕분에 선지에 거부감이 있는 어린이·외국인 고객도 즐길 수 있다. 인공 케이싱이 아닌 돼지 창자를 사용하고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직접 눈으로 보고 선도 높은 식재료를 엄선해 품질을 끌어올렸다. 실제 고객층도 다양하다. 호주 셰프 군단, 일본인 가족 등 인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외국인 고객들이 서교고메를 찾는다.

점심시간 한정판매하는 사골 순대 국밥은 돼지 사골 육수에 돼지 머릿고기, 내장, 피순대·백순대를 여섯 조각 넣어 끓인 시원하고 깔끔한 식사메뉴다. 된장 순대 국밥은 시래기·돼지껍데기·무말랭이를 볶아 만든 된장 양념장과 고추기름을 넣어 칼칼하면서도 부드럽고 시원한 맛을 냈다.

시그니처 메뉴는 순대 플래터. 직접 만든 피순대·백순대, 돼지머리 편육, 유럽식 생햄을 한데 모아 한판으로 구성, 여기에 명태식해와 체리청을 곁들여 개성있는 한국판 샤퀴테리를 완성했다.
순대, 전골, 식해 모두 내공과 정성이 필요한 메뉴지만 최지형 셰프를 포함한 청년 셰프들의 진지한 열정으로 2018년에는 미쉐린 가이드 더 플레이트에 꼽히며 차분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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