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습니다’ 日 불매운동, 외식업계로 확산
‘먹지 않습니다’ 日 불매운동, 외식업계로 확산
  • 이동은 기자
  • 승인 2019.08.1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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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외식시장의 일본 불매운동 여파
이자카야 매출 하락 직격탄… 간판 갈이까지 고려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에 라멘·초밥 등 자영업자 걱정

일본의 경제보복성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외식업계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식품업계의 경우 일본산 맥주가 가장 먼저 불매 리스트에 오른 데 이어 일본 음식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외식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식 주점(이자카야)을 비롯해 일식당 매출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일식 메뉴 아이템의 프랜차이즈 창업을 우려하는 이들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반일(反日) 불매운동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외식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불매운동 타격 이자카야 가장 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외식업계까지 퍼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일식당 중에서도 일본식 주점인 이자카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대부분 일본어로 된 간판부터 일본 음식과 주류, 일본풍 인테리어와 분위기까지 일본의 주점을 그대로 옮겨온 모습 탓인지 반일 감정을 가진 손님들의 발길이 점차 끊기고 있다.

실제로 이자카야가 줄지어 늘어선 강남역 뒷골목 일대는 평소와 달리 한적한 모습이었다. 퇴근 시간이 지난 저녁이면 평일에도 불야성을 이루던 이곳은 불매운동 시작 이후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강남에서 이자카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A씨는 “일본 불매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회사원들이 많은 오피스상권 지점은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강남역 일대 이자카야 업소 대부분이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서 최근에는 기존에 없었던 호객행위까지 이뤄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자카야를 찾는 손님 중에서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주방장이 일본인이냐고 묻거나 음식의 원산지가 일본인지 궁금해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업소의 종업원 B씨는 “손님들에게 순수 국내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메뉴판 첫 장에 브랜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모든 음식에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대표부터 임직원까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을 적은 종이를 새롭게 붙여놨다”며 “일본어 간판이 괜한 반감을 사는 것 같아서 간판 갈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멘·초밥·돈카츠 등 일식 전문점은 여파 덜해
라멘, 초밥, 돈카츠 등 일본 음식을 취급하는 일식 전문점들의 경우 이자카야에 비해 아직까지는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일본식 돈카츠 전문점을 운영하는 D씨는 “지난주 매출이 5~10%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이라기보단 장마철과 휴가철이 겹쳐 자연스럽게 손님이 줄어든 탓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확실히 사케 등 일본주류 판매율은 떨어지고 있어 불매운동이 장기화된다면 전체 매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신선한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고품질 요리를 선보여 가성비 전략으로 불매운동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회전초밥 프랜차이즈 관계자 역시 “7월 초부터 맥주나 사케 등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모든 매장에서 전면에 내걸고 있다”며 “일부 매장의 매출이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불매운동의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다.

일본과 관련된 로열티 및 지분이 전혀 없는 국내 토종 브랜드고 가맹점주들도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손님들도 그 부분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불매운동 분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음식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분들은 굉장히 극소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맞춰 ‘일본에 가지 않아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일본식 초밥’을 구현해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역 뒷골목 일대에 위치한 이자카야 음식점들은 손님들이 반일 감정으로 매장에 발길을 끊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사진=식품외식경제 DB
강남역 뒷골목 일대에 위치한 이자카야 음식점들은 손님들이 반일 감정으로 매장에 발길을 끊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사진=식품외식경제 DB

일식 메뉴 아이템 창업 시장 경직… 우려 목소리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외식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일각에서는 일식 메뉴 아이템 창업시장 경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식 전문점은 지난 2006년 5270여 곳에서 지난해 1만7200여 개로 3배 이상 증가했을 만큼 인기 높은 창업 아이템으로 손꼽혔다. 특히 최근에는 스시 오마카세, 하이엔드 돈카츠, 텐동 등 고급화한 일본 음식이 외식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창업 시장에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상황이었지만 불매운동 시작 후 예비창업자들의 호감도가 꺾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불매운동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번 달의 가맹 문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가맹점 계약을 마친 점주들이 ‘요즘 같은 시국에 이자카야 영업을 시작해도 되는 것이냐’고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 음식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계속 확산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합정역 근처에서 라멘집을 운영하는 K씨는 “아직까지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변화는 없지만 가게를 찾은 손님들 사이에서 ‘우리 지금 라멘 먹어도 되는거냐’는 대화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맞지만 메뉴만 일본 음식일 뿐 대부분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일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불매운동의 피해를 보게 될까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호소했다.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 소비자 인식 변화 주목
최근 주요언론에서는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이 이전과 달리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와 대형 유통업계까지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영향력 높은 인플루언서들까지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젊은층 사이에서도 불매운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홍지현(여, 28세) 씨는 “의류나 주류 등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인식을 하고 있었지만 일본 음식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즐겨보는 유명 먹방 유튜버가 개인 방송을 통해 일본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고는 ‘나도 동참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본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제는 왠지 일식 전문점에 들어가기가 눈치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지훈(남, 25세) 씨는 “처음에는 불매운동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들이나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도 많이 듣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이자카야를 즐겨 찾았는데 요즘은 이왕이면 한국식 주점을 가는 분위기다.

일본식 주점이 실제로 일본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일본어로 된 간판을 보면 왠지 반감이 생긴다. 불매운동 분위기가 사그라들 때까지 가급적이면 이자카야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 불매운동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불매운동이 본질을 잃고 애꿎은 국내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소비자들의 올바른 인식과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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