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제도 식품·외식산업 중심으로 개혁해야
농산물 수급제도 식품·외식산업 중심으로 개혁해야
  • 박현군 기자
  • 승인 2019.08.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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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기업, 농민, 정부가 참여하는 농업개혁 거버넌스 테이블 설치 필요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사진=이경민 기자 lkm1205@

최근 민생 이슈 중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가 양파파동이다. 지난달부터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 이슈 때문에 언론에 등장하지 않지만 해결되지 못한 농산물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농민들의 눈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대한민국 식량주권 확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농·축산물 수급체계에서 식품·외식산업의 역할을 확대하고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농·축산업 체계를 기존 생산자(농민) 중심에서 수요처(식품·외식산업)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은 이번 양파파동에 대해 “이번 사태는 양파의 생산량이 국내 소비량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농산물 수급 시스템과 농업 개혁의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환 원장은 “농업인의 본분은 농업의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고, 양파농민들은 그 본분을 다한 것”이라며 “농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풍성한 결실을 거둔 것 때문에 매번 피해를 보는 것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수급정책, 식품·외식산업 중심으로 바뀌어야
“농산물 파동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공외식용 수요 확대와 식품·외식산업과의 연대를 통해 농산물 수급체계 개선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동환 원장은 농산물 파동으로 농민이 신음하는 원인을 농산물 수급정책에서 원인을 찾았다. 현재 우리 농업의 생산력은 전체 국민의 식생활에 필요한 최소 소비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그러므로 과거와는 달리 농·축산업 정책의 초점을 농·축산업인들의 생산력 증가에서 소비·수요 확대와 해외시장 개척으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식품산업과 가공외식산업은 농·축산물의 대량 소비산업이다. 그러므로 농·축산업의 안정화와 수급확대를 위해 식품·외식산업의 역할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 농산물이 국내산 보다 월등한 가격·수급 경쟁력을 가진 상황에서 식품·외식산업이 당장 국내산 농산물을 원자재로 활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동환 원장도 이같은 현실의 개혁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수급체계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농산물이 수입에 비해 품질면에서 우수한 식재료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그 프리미엄을 인정한다면 수입산보다 가격이 싸지 않더라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그러나 국내산에 대한 품질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가격·수급 경쟁력이 좁혀지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김동환 원장은 농산물 수급을 중심으로 3가지 농업개혁안을 제안했다.

국내산 경쟁력 제고방안 ① 밭농사의 기계·자동화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동환 원장이 제안한 농업체제 개혁안의 골자는 수급시스템 변혁을 통해 수입농산물 대비 국내 농산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동환 원장은 농업의 기계화·대형화를 지원해 대량생산체제를 통한 생산원가와 수급규모의 안정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환 원장은 “식품·외식업계에서 국내산보다 수입산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수입산보다 가격이 싸지 않다는 것 보다는 가격과 수급이 애초 계약대로 이뤄지지 않는 변동성이 더 큰 문제일 것”이라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제안으로 농업의 대량화·기계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수입산 농산물의 경우 미국, 동남아시아, 중국 등 FTA가 체결된 국가에서 일괄 구매하기 때문에 일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대량 수급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산의 경우 전국 논밭에서 소규모로 생산된 상품들을 농민들에게 직접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이같은 문제점의 대책으로 농업단지 별 계약재배가 확산되고 있지만, 채소와 과일 등 밭작물들은 대부분 수작업이라 인건비의 비중이 높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밭작물에도 기계화·자동화를 도입해 양파, 양배추 농사를 기존 수작업 중심에서 기계화로 전환한다면 인건비를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며 “이는 국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산 경쟁력 제고방안 ② 전문 바이어 육성
두 번째로 김동환 원장은 전국 농업인들과 국내 식품·외식업계를 연결하는 전문 유통 사업자 육성을 제안했다.

김 원장은 유통 사업자의 필요성을 수입 농산물의 경쟁력에서 찾는다.
국내 식품·외식업체들이 해외에서 원자재를 구매할 때에는 농산물 바이어를 통한다. 기업이 바이어와의 협상을 통해 가격·규모·품질수준을 결정하면 해당 바이어가 자국 농업인들로부터 상품을 확보해 계약된 품질을 갖춘 상품을 계약된 가격에 납품하기 때문에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농산물은 기업이 전국 농업인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격저항, 농민파산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 

김동환 원장은 “중간 유통자가 식품·외식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식자재들의 수량과 품질수준을 파악한 후 전국 농업인들로부터 농산물을 구매해 납품함으로써 국내 농산물들의 가격·수급 안정성을 유지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종의 국내 농산물 바이어를 키우자는 것이다.

국내농산물 가격·수급 안정성 확보로 수입농산물에 대한 경쟁력 제고해야
밭농업의 기계·자동화 확대, 국내 바이어 육성, 농산물 수급안정기금 설치

국내산 경쟁력 제고방안 ③ 수급안정기금 설립
김동환 원장은 세 번째 개혁방안으로 계약재배 시 벌어지고 있는 가격저항 해소를 목표로 하는 농산물 수급안정기금의 설치·운용을 제안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국내 농업은 식품·외식 기업들과 계약재배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이 때 발생되는 가격저항과 계약 불이행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원자재의 수급 안정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저항과 계약 불이행 요인이란 계약 초기 기업과 농민들이 맺은 구매가격이 추수 후 형성된 시장가격과 차이가 있을 경우 발생되는 요소들이다.

김 원장은 “예를 들어 계약재배 초기 구매가격을 개 당 1000원으로 계약했지만 수확 후 시장에서 개당 15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면 농민들은 큰 손해를 봤다며 억울해 할 수 있다. 반대로의 경우 기업의 경쟁력에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정부가 나서 기금으로 손실의 일정부분을 보전하면서 계약 이행을 정책적으로 독려한다면 국내 농산물의 수급 불안정 요인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외식기업·정부·농민 대화의 장 만들자
김동환 원장이 제안한 3가지는 식품·외식산업의 국내 농산물 최우선 소비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농업의 생산능력은 충분히 발전했다. 그럼에도 식량 자립도가 높아지지 않은 이유는 농업인들의 생산력 문제가 아닌 규모·제도적 한계로 인한 경제성 문제 때문”이라며 “이제 농산물 수급정책도 생산력 중심에서 소비력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원장은 “농산물 수급정책의 기조를 소비력 중심으로 개혁하려면 대량 수요처인 식품·외식산업의 필요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외식기업들이 국내산 농산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산을 사용하는 이유와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할 때 직면하는 경영적 애로사항 등을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농산물 가격은 규모의 측면 등을 감안할 때 수입산에 비해 저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수급·유통 개혁을 통해 품질 프리미엄을 감안한 고급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량 수급의 안정성과 식량자립성 확대에도 진전을 보일 수 있다”고 첨언했다.

김 원장은 “농산물 수급정책의 현실적 개혁을 위해 식품·외식기업들, 농민 대표들 그리고 정부 정책당국자들 간 심도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돼 허심탄회한 이해와 토론을 통해 큰 틀의 개혁방향이 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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