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식품·외식업계, 관세 0% 시대 대비해야
육가공·식품·외식업계, 관세 0% 시대 대비해야
  • 박현군 기자
  • 승인 2019.11.12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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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FTA 관세 0% 시대
육계·돈육업계, 가격경쟁보다 고급화 가닥
식품·외식업계, 상황주시하며 손익 저울질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겠다고 지난달 25일 결정했다. 이와 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중심으로 하는 33개 농민단체는 같은 날 서울 정부청사(서울시 광화문 소재)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한국 농축산 시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과는 별개로 2026 년 이후 완전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향후 진행될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은 지난 7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이 발효된 지 2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8일 미국 무역대표부를 향해 “중국, 인도, 한국 등을 포함한 12개 나라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도록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농축산업계는 한미 FTA를 통해 2026년까지 완전 개방 스케줄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2023년부터 완전 개방되며, 돼지고기 냉동육은 올해부터 미국산에 한해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소고기의 경우 2023년을 기점으로 10.6%의 관세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2026년부터 무관세로 바뀐다.

육계업계, 고급화 전략 치중
대한민국 육가공 업계 중 관세철폐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육계업계다. 
이문용 ㈜하림 고문은 “2023년부터 닭고기 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이는 하림에게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위기의식을 갖고 닭 시장의 완전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육계시장 개방에 대비해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하림이다. 하림은 2011년 8월 미국 내 육계업체인 알렌패밀리푸드사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림 관계자는 “알렌패밀리푸드사의 인수는 미국의 육계시장 진출과 육계 사육부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의 노하우를 도입해 국내 닭고기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은 미국산 닭고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2023년 이후 저가의 미국산 닭은 알랜패밀리푸드사에서 들여오고, 국내산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기존 하림 닭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하림은 ㈜하림에서 육계 생산을, ㈜하림산업에서 닭고기를 활용한 식품 및 식품소제(소스, 스프 등) 생산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하림산업은 하림식품을 지난달 24일 흡수합병했다.

반면 다른 양계업체들은 국내산 품질 향상에 주력하면서 고품질 이미지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마니커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 육계가 들어오려면 냉동 상태에서 장기간 유통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맛과 영양의 저하가 필연적”이라며 “우리는 선진화된 육계생산기술 개발을 통해 수입품과의 질적 차이를 높이고 이를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체리부로 관계자는 “영양성분 측면에서 육계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 B2B 파트너들에게 어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돈육·우유, 무관세 시대 준비 중
반면 돈육업계는 수입관세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도드람양돈농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이미 미국산 수입돼지에 대해 관세가 철폐됐지만, 현재는 ‘한돈’ 브랜드로 이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중”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면서 더 큰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또 부경양돈농협 관계자는 “‘국내산’이라는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 고급화 전략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관세가 철폐되면 관세만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일 뿐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히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제 가격 변동 등 다양한 변수도 존재한다”고 첨언했다.

반면 우유업계는 수입관세 철폐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우유 분야는 2026년을 기점으로 관세를 철폐하고 그 전까지 단계적으로 관세를 내리는 것으로 약정돼 있다. 지금까지 그 스케줄에 맞춰서 가격정책과 경영방침을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식품기업·단체급식업계 “국내산 유지”
육가공업계의 이 같은 전략은 국내 식품기업들의 일반인식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단체급식업계는 육류 시장 완전 개방 이후에도 국내산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단체급식의 식재료 선택권은 고객사에게 있다. 다만 원산지 별 적정 가격을 제시할 뿐”이라며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국내산을 고집하는 거래처가 있기 때문에 향후 전망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도 “원산지 표시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택은 고객사의 사원들이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수입산과 국내산의 거래처를 모두 확보한 후 고객사에게 선택권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식품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오리온 관계자는 “치킨팝에 닭을 이용한 소재를 일부 사용하고 있다. 이 때 사용하는 닭은 모두 국내산이며 아직까지는 수입산으로까지 다변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양그룹도 국내산 육류를 미국 등 수입산으로 대체할 계획이 없다고 알려왔다.
빙그레 관계자는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전지분유는 지금도 일부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고 해도 수입 비중이 유의미하게 커질 정도의 가격변동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전지분유 외 유제품은 전량 국내산이며 수입산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았다.

외식업계도 다르지 않았다. 비비큐, 교촌에프앤비, 돈치킨도 향후 수입산 닭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고 수입품이 현저하게 싸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현지 가격상승, 유통 마진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비큐는 “관세율 변화와 상관없이 수입산을 쓸 계획이 없다. 우리는 마니커와의 신뢰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 관망… 육가공업계 경각심”
그러나 육가공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이 같은 방침을 믿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돈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비자들로부터 국내산 한돈이 수입산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육계업계 내 관계자는 “지금은 급속냉동 등의 기술이 발달됐기 때문에 미국·칠례산 닭이 수십일 동안 유통과정을 거쳤다고 품질이 저하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미국 현지에서 갓 잡은 닭고기의 품질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식품업계들의 현재 입장은 국내산을 고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변동 정도·국민의식 등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라며 “식품기업들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수입산 원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육류시장 개방
국내 식재료 시장 개방 이슈는 지난달 25일 정부가 “차기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러나 식품업계와 육가공업계는 정부의 이번 선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언이 시장 개방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 FTA에 따르면 미국산 소·돼지·닭고기에 대해 2026년부터 무관세 수입을 하게 된다.

이는 맥시코, 칠레, 캐나다 등 미국과 FTA 관계에 있는 인접국들의 제품들도 미국을 경유해 무관세 수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WTO 개도국 지위 여부와 상관없이 육가공 시장은 2026년부터 미국산에 대해 관세가 철폐된다.
정부도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이 농축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WTO협상에서 농업부문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통상과의 이인애 사무관은 “정부의 이번 선언은 WTO 차기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현 체제에서 획득한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새로운 WTO체제에 대한 논의는 15년째 답보상태에 있다. 현 우루과이라운드 체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WTO 가입 국가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농업분야 등 일부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들 사이에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무관은 “이번 선언은 미국의 압력에서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위상과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하면 WTO 재협상이 시작될 미래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를 개도국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농업과 축산업의 포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차기 협상에서 선진국이자 식량 수입국의 위치에서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협정을 만들면 된다”며 “지금의 협정이 폐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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