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AI 공포
끝이 보이지 않는 AI 공포
  • 관리자
  • 승인 2006.12.1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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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 추가발병
AI원인규명 및 과학적인 감염경로확인 문제 과제로 남아
전북 김제시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한숨 돌리고 있던 방역당국을 비롯한 관련업계가 또다시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전북AI 방역대책본부와 김제시는 AI 추가 발병이 확인된 직후 발생지로부터 반경 3km 이내의 위험지역과 10km 이내의 경계지역에 15개소의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는 한편 긴급 방역활동에 나섰다.

앞서 대책본부는 지난 10일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해당 농가를 폐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대책본부는 또 AI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지로부터 반경 500m 이내 오염지역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염지역에는 발생 농장의 메추리 29만여 마리와 인근 농가에서 사육하는 닭 7만50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대책본부는 잠정 집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장 종사자와 살처분 관련자, 방역 요원 등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보호복을 지급하는 등 인체 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원인 규명을 위해 전북 축산진흥연구소와 합동으로 발생 농장에 대해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제시와 인접한 도내 시ㆍ군들도 AI가 확산할 것에 대비, 주요 도로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비상 방역에 나섰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했던 AI가 또 다시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현재로서는 AI 확산을 막는 것이 관건인 만큼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방역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AI원인 철새인가 자연발생인가

AI의 추가발생에 따라 원인규명에 대한 문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 익산시에 이어 김제시 농장에서 잇따라 발병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감염의 주범으로 ‘철새’가 주목되고 있으나 환경운동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방역당국은 최근 AI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 전파 경로를 야생 겨울 철새에서 찾고 있다.

방역당국은 월동기를 맞아 이동을 시작한 철새가 농장의 먹이를 먹거나 분비물을 흘려 닭과 오리 등 의 가금류에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잠복기와 서로 다른 사료 납품업체 등을 고려할 때 1, 2차 지역에서 전염됐다기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 AI 발생지 역시 철새가 많이 날아드는 군산 금강호 인근에 있다는 점을 들어 철새를 통한 발병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농림부도 “철새로 인한 AI 감염이 많으며 특히 오리 등 물새류는 인플루엔자를 옮길 수 있는 철새”라면서 “철새가 돌아가는 내년 2월까지 소독 등 방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추정은 올해 AI가 발병한 익산시 함열읍과 황등면, 김제시 공덕면 모두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금강호까지의 거리가 불과 10~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금강호에는 청둥오리와 검은머리 물떼새 등 겨울 철새 60만 마리가 도래, 먹이를 찾아 금강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 역시 “철새는 농장의 먹이 창고를 찾는데 선수”라면서 “일부 철새가 먹이를 찾아 육지로 날아와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되거나 배설물 및 분비물을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및 전문가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새와 생명의 터’의 대표로 15년째 동남아에서 조류 연구를 하고 있는 닐 무어스(Nial Moores.영국)는 지난 7일 군산에서 열린 ‘철새와 AI의 역학관계 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야생 조류는 고병원성 AI의 전파에 주요 역할을 하지 않으며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가금류도 야생에 풀어놓으면 저 병원성으로 약화한다”고 주장했다.

군산철새조망대 한성우 연구사는 “금강 철새의 분변을 샘플 조사한 결과 AI가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AI를 유발하는 철새는 주로 유럽을 오가는 철새들이며 한국을 찾는 철새의 이동 경로(flyway)는 AI 발생국의 철새 이동 경로와 다른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때문에 철새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 연구사는 “철새 도래가 시작된 지금은 바다나 강에 철새 먹잇감이 풍부해 육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면서 “철새가 분비물을 흘려 설치류를 통해 가금류에 AI를 전파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도 최근 기고문을 통해 “야생조류에 의해 인간에게 고병원성 조류독감(HPAI)인 H5 나 H7 타입의 변종이 전염된 경우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면서 “거의 모든 감염은 가금류와 밀접한 접촉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조류독감은 유전적 다양성이 결여되고 밀집되어 키워지는 가금류에서 발병 가능성이 높다”면서 “AI는 철새의 이동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좁은 닭장 속에 키워지는 가금류와 전 세계 어디로나 자유롭게 수출입하는 유통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죄를 철새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과학적인 AI 감염경로 분석 필요하다

이에따라 이진헌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개연성만 추정되고 있는 AI 감염 경로를 과학계가 정밀하게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견해가 달라 이번 AI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는 농림부가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전북 김제에서 세번째 발병이 확인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세번째 발병 지역이 최초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설정된 반경 10㎞의 ‘경계지역’, 즉 기존 방역선을 벗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림부와 국립수의검역과학원은 세번째 발병이 첫번째, 두번째와는 무관한 별개의 감염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AI의 전국적 확산’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익산 AI와의 연관성은 메추리 29만마리를 사육하던 세번째 발병 농장은 지난달 19일 처음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익산 소재 농장으로부터 남쪽으로 18㎞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전날까지 최근 4일간 1000여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농장에서 발견된 고병원성 AI가 첫번째 농장이나 지난달 27일 감염이 확인된 두번째 익산 농장에서 옮겨진 것이라면 그동안 방역당국이 실시한 대대적 살처분과 이동통제에도 불구, 방역선이 일단 뚫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방역당국은 두 AI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경 3㎞ 안에서 사육되던 76만4000마리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농림부 관계자는 “차량 출입, 부화장 공유 등의 측면에서 첫번째, 두번째 농가와 관련이 있는 411개 농장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번 세번째 발병 농장은 역학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세 개 농장에 AI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메추리가 닭보다는 잠복기가 다소 길다는 점을 감안해도, AI의 잠복기가 보통 2~3일인 것을 생각하면 세번째 발병 시점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다만 드물게 20일 정도의 잠복 기간이 보고된 바도 있는 만큼 이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번째 발병이 확인된 것은 지난달 28일 익산에서 두 번째 고병원성 AI 발병 이후 거의 보름만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세번째 김제 농가는 철새 분변 등을 통해 첫번째, 두번째 농가와는 무관하게 따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농림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성민 기자 min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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