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담뱃가게서 생수·신선식품 전문점 변화 모색 ”
“동네슈퍼, 담뱃가게서 생수·신선식품 전문점 변화 모색 ”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0.03.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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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배 한국슈퍼마켓연합회장

편의점·대형마트에 밀려 담뱃가게로 전락했던 동네슈퍼가 생수판매를 기점으로 식품 유통채널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형마트 전유물로 알려졌던 생수 2ℓ6개 묶음 PB의 유치에 성공하면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본지는 임원배 한국슈퍼마켓연합회장을 만나 식품 판매 채널로서 슈퍼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동네슈퍼에 맞는 신선식품·HMR 유통방식 발굴을 통해 당당한 식품 유통채널로서의 경쟁력과 위상을 되찾아 나갈 것입니다”

임원배 슈퍼마켓연합회장의 말이다.
동네슈퍼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민들의 식품공급을 책임지던 유통채널이었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형 편의점이 정착한 1990년대 이후부터 식품분야 매출이 점차 줄어들었고 지금은 매출의 80% 이상을 소주와 담배에 의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수, 동네슈퍼 효자상품 급부상
임원배 회장은 “동네슈퍼가 재벌 본사에 의해 통합 관리되는 편의점처럼 다양한 상품을 갖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자구노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원배 회장은 생수를 술·담배 외에 새롭게 떠오르는 효자상품으로 지목했다. 생수 판매는 2년 전까지만 해도 2ℓ기준으로 일주일에 최대 3개 정도 판매됐었다. 

그러나 6개 묶음 3000원 판매가 동네슈퍼로 확산되면서 생수 판매량은 일주일에 평균 3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슈퍼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 생수 2ℓ 6개 묶음 3000원 판매는 편의점, 백화점, 대형마트의 주요 PB상품이었지만 이마트의 초저가 생수(2ℓ당 310원), 쿠팡의 탐사수(2ℓ 당 490원) 등의 초저가 생수 경쟁으로 원가가 공개되면서 생수 업체들도 2ℓ 생수 6묶음 할인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임원배 회장은 “2ℓ생수 6개 3000원 묶음은 정수기 구매·관리 비용보다 저렴하다. 앞으로는 많은 사람이 물을 슈퍼에서 사 먹게 될 것”이라며 “나도 우리 집에 정수기를 없앴다”고 말했다.

정수기를 설치하게 되면 매주 정기적으로 필터를 청소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수기 업체는 정기적으로 필터를 청소·교체 등 관리해주는 코디를 파견하고 그 비용을 청구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3인 가구 이하에서는 집에서 하루에 먹는 물이 보통 2ℓ 생수 1통을 넘지 않기 때문에 생수를 사 먹는 비용과 정수기를 구매한 후 매월 코디에게 내는 비용의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석식품에서 신선식품으로 전환
동네슈퍼의 변화는 생수에 국한되지 않았다. 임원배 회장은 동네슈퍼들도 생수 외에 삼각김밥, 삼겹살, 야채, 비비고 등 HMR과 다양한 식품의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슈퍼들이 주목하고 있는 식품은 쌀, 과일과 채소, 냉동 HMR 등 유통기한이 조금 긴 제품군이다. 임원배 회장은 “삼각김밥, 도시락과 같은 제품은 유통기한이 하루에 불과하고 반품도 안 되기 때문에 제고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쌀, 냉동 HMR 등 유통기한이 조금은 넉넉한 제품들은 그만큼 재고 리스크가 적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당장 우리 가계도 쌀, 비비고 제품, 야채 등을 판매한다”며 “동네슈퍼도 대형마트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식품과 간단한 HMR 등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삼각김밥과 도시락 등 신선식품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동네슈퍼들은 임 회장을 비롯해 일부 슈퍼마켓 점주들을 중심으로 편의점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삼각김밥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동안 동네슈퍼들은 삼각김밥을 판매하는데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유통기한이 단 하루에 불과해 반품도 어려운데다 판매 마진도 10% 수준이라 제고 리스크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간혹 삼각김밥 판매에 도전했었던 점주들도 하루에 보통 1개~2개 정도 주문에 불과해 제조업체에서도 배송비 등을 이유로 납품을 꺼렸었다. 

임원배 회장은 “삼각김밥의 문제는 3개 들어왔을 때 하나라도 팔지 못하면 손해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이익률 확보와 소규모 납품도 흔쾌히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선량한 공급자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코레일유통의 물류기지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해 오는 방식으로 구매 단가를 낮추고 적정한 판매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모색했다. 슈퍼마켓연합회가 코레일유통을 선택한 것은 다른 제조사와 달리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의 소규모 판매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측면이 고려됐다. 

임 회장은 “삼각김밥에 대한 적정 이익률 확보를 위한 노력은 아직도 진행중”이라며 “적정 이익률이 확보된다면 동네슈퍼에서도 삼각김밥, 도시락, 치킨, 어묵, 떡볶이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원배 한국슈퍼마켓연합회장이 지난해 12월 대기업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일제 실시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좌) 지난 1월 14일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슈퍼마켓연합회 제공
임원배 한국슈퍼마켓연합회장이 지난해 12월 대기업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일제 실시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좌) 지난 1월 14일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슈퍼마켓연합회 제공

“편의점·SSM에 비해 차별받는 현실 개선해야”
그렇다고 동네슈퍼가 술과 담배만 팔아온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건국 이후부터 동네슈퍼는 빵, 과자, 우유, 음료수 등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판매해 왔다.

대표적으로 롯데껌, 코카콜라, 빙그레 아이스크림, 삼립빵, 해태과자, 삼양라면 등이다. 그러나 임원배 회장은 “롯데제과의 빵과 서울식품의 빵이 서로 경쟁하면 때로는 가격이 내려가기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동네슈퍼 입장에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하며 동네슈퍼가 대형마트·편의점 등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는 종종 아이스크림과 과자류에 대한 묶음 PB 상품을 동네마트에서 매입하는 가격보다 더 싸게 판매하고 있다. 

임원배 회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와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이후 더 동네슈퍼에 대한 위상에 대해 크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임 회장에 따르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영화 속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동네슈퍼들은 제품을 받을 수 없어서 짜파구리 특수를 그냥 지나쳐야 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감염 사태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동네슈퍼에 라면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임원배 회장은 “지난달 소비자들 사이에 라면 구매 문의가 급증했지만 물건이 없어서 판매할 수 없었다”며 “생산공장에서부터 동네슈퍼로 배송해 오던 물량이 줄었던가 유통라인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지난달 주문량이 일시적으로 폭증하면서 공장 생산설비를 24시간 풀가동해서 생산량을 30% 높였지만 주문량을 모두 맞출 수 없었다”며 “이에 유통채널별로 코로나 사태 이전 대비 최대 130%까지 골고루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소상공인 직접 지원 필요
임원배 한국슈퍼마켓연합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코로나19 소상공인 피해구제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동네슈퍼 사장들은 사실상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과 신용융자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임 회장은 “동네슈퍼 중 5명 이상의 정규직원이 채용된 곳이 얼마나 있느냐,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할 정도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도 별로 없다. 결국 동네슈퍼들은 장사가 안되더라도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며 “진짜 영세 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네슈퍼의 장점, 지역사회 토착성
임원배 슈퍼마켓연합회장은 동네슈퍼의 장점으로 지역사회 토착성을 꼽았다.
편의점·대형마트·배달앱에 밀려서 담뱃가게로 전락했음에도 고사하기보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유도 동네 주민이자 마을 경제의 핵심 일원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원배 회장은 “이익 추구를 위해 만난 사람은 이익이 끊기면 관계도 종료되지만 가족과 이웃의 관계는 이득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버려지지 않는다”며 “동네슈퍼 점주 대부분은 가게를 운영하며 주민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마을에서 소비하면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이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편의점·SSM에서도 담배와 소주를 팔지만 주민들은 이를 슈퍼에서 구매한다”며 “이는 동네슈퍼가 담뱃가게로 전락한 것이 아니라 마을의 가족이자 이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며 동네슈퍼의 저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동네 슈퍼도 즉석식품·신선식품·기타 잡화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혀서 다른 편의점·SSM·대형마트·백화점·배달앱 등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마을의 이웃이자 가족이며 마을경제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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