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1.5% 초저금리 대출 1년만 한시적 적용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한 12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이 겉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중 1~3등급 고신용자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시중은행에 일임하는 파격적인 조처를 했지만 시중은행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초저금리 신용대출을 받은 외식업주와 소상공인들의 비중은 여전히 적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출시하는 시중은행의 대출상품은 3000만 원까지다. 비상대책회의 직후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출상품에 대해 원금에 대한 정부보증과 이차보전지원을 조건으로 대출심사 조건을 완화하도록 전국 시중은행에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소상공인들에 대해 신용등급 1~3등급 조건 외의 모든 심사기준을 사실상 철회했다. 그럼에도 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을 신청한 소상공인 중 상당수는 여전히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홍보국장은 “대부분의 회원이 시중은행을 통해 1000만 원, 1500만 원 등 대출을 신청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시중은행에서 정책대출을 받지 못한 원인은 대출한도 때문이다.
최용래 국민은행 홍보팀 과장은 “대출 자격을 인정받았어도 실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여력이 있어야 한다”며 “타 은행에서 지원을 받았거나 신용에 따른 대출한도가 남아있지 않다면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외식업 경영주 대다수가 창업·경영유지자금 차원에서 소상공인 신용대출 혹은 담보대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부장은 “대다수 소상공인이 자신의 신용한도만큼의 대출을 갖고 있다”며 “올해 창업한 소상공인이거나 지난해까지 장사를 잘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당한 일부를 제외하면 대출한도의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시중은행의 코로나19 정책 대출에 대한 정부의 이차보전지원이 1년이라는 점도 소상공인들이 은행 대출 신청을 망설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대출은 2년 상환, 2년 거치 4년 상환, 4년 상환 등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들은 본래 4.5%~6%의 대출금리(신용 1~3등급 기준)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이차보전지원을 조건으로 1.5% 금리로 대출된다. 결국 대출일로부터 1년까지는 1.5%의 초저금리이지만 1년 이후에는 4.5% 이상으로 오른다.
이처럼 정부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이 은행의 대출 문턱을 낮추지 못하자 정책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이 시중은행 대신 기업은행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과 소진공은 대출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예산도 빠르게 소진되면서 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 상당수가 금융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대출 지원을 신청하는 소상공인들이 몰려와 지금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대출자금 5조8000억 원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진공 관계자도 “우리는 보증서 발급 업무를 중단하고 직접 대출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는 대출 희망자가 너무 많이 몰려서 대출 심사 속도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기금 2조7000억 원이 대출 신청서에 대한 심사를 모두 마치기 전에 소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이 탁상행정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승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이 서류접수만 며칠씩하고 신용등급이 좋아야만 조금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유효한 도움을 받기 힘들다”며 “소상공인들이 폐업 혹은 좀비기업으로 전락하기 전에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