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늦장 지급에 외식업체 수혜 배제
QR코드 늦장 지급에 외식업체 수혜 배제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0.05.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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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긴급생활비 결제 못해 고객 옆 가게로… 발만 동동
외식업체 98% 이상 스캐너·QR코드 리더기 못 갖춰

지난달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지급 이후 제로페이를 통한 매출이 급상승하는 가운데 지난달 이후 제로페이 개통이 3~4주 이상 늦어지면서 일부 미가맹 업체들은 고객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제로페이의 운영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시는 지난달 13일부터 재난긴급생활비를 제로페이 기반의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한 식당 등 소상공인 업체들은 늘지 않았다.

QR코드 제작 지연에 제로페이 가맹 3주 지연
본지가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조사한 결과 서울 시내에서 제로페이 스티커를 붙힌 소상공업체들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시 종로·마포·은평구 내 식당·커피전문점·미용실 433개 업소 중 제로페이 마크가 붙여진 곳은 122곳에 불과했다.

특히 종로1가 내 피맛골 거리의 점포들 중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곳은 3곳에 불과했고 종로1·2가와 을지로1·2가 사이 거리에서는 제로페이 스티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2일 은평구 불광동 소재 로데오거리에서는 간혹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옷·신발가게·편의점이었고 식당과 커피숍 등에서는 제로페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송파구 오금동 소재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3월 말 가입 신청 후 지금(4월 28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이달 2일 제로페이 QR코드 판을 받았다.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소재 엉터리생고기집을 운영하는 A씨는 “4월 초 가맹 신청을 한 후 기다리고 있다”며 “늦어도 5월 초까지는 나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북구 수유시장의 한 상인은 “지난달 중순부터 제로페이 결제를 요구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가입 문의를 위해 전화했지만 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도 3주째 감감무소식”이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나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제로페이 신규 가입업체는 1월 8468개 소에서 2월 8887개 소로 4.9%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3월에는 8만4901개 소로 855.3%나 급증했다. 

제로페이 가입 통계와 실제 사용업체의 괴리는 제로페이 가입 승인을 받고도 QR코드와 제로페이 업체 인증 스티커를 받지 못한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제로페이의 홍보를 전담하는 웹케시의 김도열 실장은 “제로페이 신규 개통은 2~3일이면 됐지만, 재난긴급생활비 지급 이후부터 제로페이 가맹 신청이 폭주하면서 3주 혹은 4주가량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이는 제로페이 결제시스템의 특수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은 크게 CPM 방식(Cu-stomer Presneted Mode, 업체가 고객의 앱에서 바코드를 읽어서 결제금액을 직접 인출하는 방식)과 MPM 방식(Merchant Presented Mode, 고객이 제로페이 앱을 통해 업체의 QR코드를 인식한 후 직접 결제금액을 송금하는 방식)이 있다. CPM 방식을 사용하면 업체에 QR코드가 없더라도 즉시 제로페이 결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제로페이에 가입된 외식업체들 중 CPM 방식을 사용하는 곳은 2% 미만이다. 이는 98% 이상의 외식업체가 스캐너나 QR코드 리더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캐너나 QR코드 리더기를 갖춘 포스가 없는 업체들에게 QR코드 배송이 늦어지면 제로페이 결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제로페이 가입통계는 가입승인과 동시에 집계되고 있었다. 결국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의 신규가입 통계 급증과 현장의 괴리는 QR코드 제작 업체가 갑자기 증가한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QR코드 제작 업체 추가 확보 등 신규가입 지연사태 해소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도열 실장은 “이번 사태는 재난긴급생활비로 인한 돌발상황이며 늦어도 5월과 6월 중 해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QR코드 제작을 위한) 다른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이 이달 15일까지이고 이달과 다음달에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오는 만큼 소상공인들의 제로페이 등록 요구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로페이 병목현상, 외식업계에 어려움 가중
제로페이 가입지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 3월 외식업계 경기를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1월과 비교한 설문조사를 통해 총 80.8%의 업소에서 내점 고객 감소를 경험했고 고객감소율은 34.1%에 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긴급재난생활비 지급 직후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배 이상 늘고 있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기본소득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 3월 말 제로페이 결제 실적은 76만6078건에 284억2256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올 해 1월 말 기준 38만854건에 131억5775만 원과 비교하면 결제 건수 101.1%, 결제금액 116.0% 증가한 것이다. 김도열 실장은 “3월 실적의 80%가 기본소득이 지급된 4째 주에 몰렸다”며 “4월 실적은 이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긴급생활비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외식업계에게 큰 도움이 되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로페이 가입 승인을 받아놓고도 QR코드를 받지 못한 업체들은 ‘재난긴급생활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 마포구에서 도미다리 감자탕을 운영하는 C씨는 “지난달 초부터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부랴부라 신청했고 4째 주부터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며 “신청 후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 구청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그나마 빨리 나온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월 중 제로페이 결제를 원하는 고객을 놓친 것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는 외식업계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 대부분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K마트를 운영하는 E씨는 “서울시에서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한 3월 중순 이후 제로페이 결제가 최소 10배 이상 늘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하락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지역 마트 중 K마트와 금성마트의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재난긴급생활비 지급 이후 제로페이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서울시 서대문 전철역과 독립문공원 사이 500m 거리에는 6개의 중형 마트와 4개의 편의점이 있다. 이 중 K마트는 재난긴급생활비 지급 검토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던 3월 초 가장 먼저 제로페이에 가입했다. 반면 K파트 옆에 위치한 금성마트는 지난달 말부터 제로페이를 개통했다.

K마트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매출이 1월에 비해 40% 감소했지만 서울시가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한 이후부터 제로페이를 통한 매출이 하루 50만 원 이상 씩 발생하면서 매출 감소의 상당부분을 커버했다. 반면 제로페이를 늦게 시작한 금성마트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를 4월 말까지도 복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지역 주민 M씨는 “4월 중 재난긴급생활비를 매개로 금성마트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K마트로 발길을 돌리면서 코로나19 이후 두 마트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씨는 “제로페이 가입 이후 재난긴급생활비 덕을 톡톡히 봤다. 앞으로 정부의 긴급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로페이·재난긴급생활비 지급 혼란
반면 제로페이를 신청하고도 재난긴급생활비 결제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의도치 않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맥시카나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P씨는 “우리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기 때문에 재난긴급생활비를 사용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신용카드나 현금결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는 P씨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창현 서울시 제로페이 총괄팀장은 “재난긴급생활비 결제가 제한되는 곳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스타벅스·다이소처럼 100% 직영점 체제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뿐이다”며 “파리크라상, 치킨 프랜차이즈처럼 가맹점 체제로 운영되는 곳에서는 재난긴급생활비로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라도 재난긴급생활비를 무조건 못 쓰는 것은 아니다. 이창현 팀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한 음식점의 경우 푸드코너 등 직영코너에서는 결제가 제한되지만 특정 공간에 입점한 업체에서는 재난긴급생활비 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지원 대상자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특정 제로페이 어플로 받으라는 공지를 보내면서 혼란을 자처했다. 
종로구는 지난달 초 구내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자에서 비플제로페이, 체크페이, 머니트리 어플을 통해 긴급생활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종로구민의 경우 네이버페이, 머니트리, 유비페이, 페이코 등의 어플로는 재난긴급생활비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윤준구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소상공인육성과 사무관은 “긴급재난지원생활비는 각 광역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정책이지만 해당 자치구 내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특정 제로페이 어플로만 받아야 하는 제약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문효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본부장은 “각 지자체별로 백화점, 대형마트, 유흥업소 등 특정한 영업소에서 결제를 제한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긴급재난생활비로 지급된 상품권을 특정한 어플에만 공급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김도열 실장은 “다만 지자체별로 안내 편의를 위해 2~3개 어플을 예시로 적시했지만 실제로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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