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60%↑ 항바이러스 전통 식품 투자 확대”
“식량자급률 60%↑ 항바이러스 전통 식품 투자 확대”
  • 이동은 기자
  • 승인 2020.07.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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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청담, ‘코로나19 이후 농식품 정책 방향과 대응 방안’ 포럼 개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식품 산업이 겪게 될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식품업계 원로들의 모임인 노변청담은 지난달 24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이후 농식품 정책 방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박용호 서울대 수의과학대학 교수, 박현진 고려대 생명과학대 학장, 김춘진 전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조일호 식품산업협회 전무,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발행인,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이사(본지 발행인), 허증수 경북대 공과대학 교수, 임정옥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 등이 참석했다. 
 

포럼은 김재수 전 장관의 ‘코로나 이후의 농식품 정책 방향과 주요 과제’를 주제로 한 초청강연에 이어 참석자들의 주제 발표 및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을 소개한다.

 

주제발표: 코로나 이후의 농식품 정책 방향과 주요 과제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근 우리는 인류가 직면하는 네 가지 전통 위기인 식량 부족 위기, 기후변화 위기, 물 부족 위기, 에너지 부족 위기 외에 코로나19라는 인류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신종 위기를 맞았다.

1976년 콩고 에볼라, 20002년 중국 사스, 2012년 중동 메르스 등 그동안에도 바이러스 위기를 겪기는 했으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가 엄청난 피해를 겪고 있으며 지금도 확산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차 대유행’이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까지 예상돼 더욱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식량 위기다. 혹자들은 중국의 3대 위기를 경제금융위기(무역분쟁), 전염병 위기, 식량 위기로 들고 있는바 가장 심각한 것은 식량 위기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위기 중 식료품이나 생필품의 매점매석이나 사재기 등 파동과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먹거리에 대한 국내 공급 시스템과 가격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돼 식품 공급 상황이 불안해질 경우 식품 가격은 상승하고 사재기와 파동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곡물 전문가들이나 미래학자들도 식량 위기를 걱정한다. FAO(국제식량 농업기구)는 5월 중 식량 위기가 올 것을 예고했고 데이비드 비줄리(David Beasley) 세계 식량 계획(WFP) 대표도 몇 달 안에 대규모 복합위기가 닥칠 것으로 우려했다. 다행히 5월 중 식량 위기는 오지 않았으나 국제 곡물 시장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 쌀 가격이 급상승하고 공급망도 흔들린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불안정하면 곡물시장은 요동칠 것이고 강력한 수출 금지를 행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위기가 수시로 오는 ‘위기의 상시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만약 식량 위기가 장기화되거나 바이러스 등 다른 위기와 복합적으로 일어나면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극심할 것이다. 위기가 연례행사처럼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먹거리 분야의 지속 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신종 위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더라도 과거와는 다른 접근을 통해 인간 삶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우선 식품공급체제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내 연간 식량 소비량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 상황을 보면 연간 곡물 수요량은 약 2100만t이나 생산은 450만t 수준이다. 부족분 1600만t을 매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농식품 분야의 생산, 유통, 가공, 소비 수출입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경제활동 위축, 소비 위축, 국경폐쇄 피해 등이 각 부문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농식품부가 발표한 국제곡물 시장 동향 분석 자료를 보면 아직까지 밀, 옥수수, 쌀, 대두 등 주요 농식품의 수급 현황에는 큰 변화가 없다.

구조적으로 식량 여건은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등 신종 위기가 계속되고 글로벌 식량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나라든지 농식품 수출과 생산을 통제할 것이고 가격은 폭등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세계 곡물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다’, ‘돈만 있으면 식량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의 식량 수급 구조를 절대 긍정적이고 보수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식량 위기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생각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와 동시에 먹거리 산업이 생명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산업일뿐 아니라 미래 유망 산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학자들도 실내 식물재배, 인공배양육 등에 주목하고 이를 다루는 스마트농업을 미래 유망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질병이나 바이러스 같은 신종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특히 실내 재배가 유망한 사업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상시로 위기가 찾아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농식품 업계는 글로벌 소비트렌드에 대응하고 한국식품의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과거에는 글로벌 트렌드를 세계화(Globalization)로 규정했으나 이제는 지방화(Localization)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즉 국내 생산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소비트렌드는 HOUSE(Health care, Online, Untact, Smart infrastructure, Economy at Home)다. 글로벌 소비트렌드는 반영하되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잘 살리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방법이다. 

한국의 김치, 장류. 발효식품 등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항바이러스 식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식품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료 백신과는 다른 차원으로 면역력 증진과 기능성 강화에 효과가 있는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늘·생강 등 양념류와 삼채·달래·두릅·미나리 등 나물류, 토마토·파프리카 등 과채류를 먹거리 분야에서 대대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문가들과의 협동 연구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기초 연구를 중점으로 추진하고 기업은 실용연구, 응용연구, 융복합 연구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1, 2, 3차 산업별 융복합 연구를 통해 면역력 강화식품, 항바이러스 식품을 개발하고 상품화를 촉진해 글로벌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의 주먹구구식 식품정책에서 벗어나 환골탈태 해야만 글로벌 시대의 흐름에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끝으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가오는 인류의 위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종류도 다양하고 피해도 상상 이상일 것이다. 복합적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 독립적인 위기관리센터 설치가 필요하고 중단된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재추진해 식량의 공공비축과 수입관리, 해외곡물 수입망도 확충해야 한다. 복합위기상황에 대비해 정부 정책 방향도 자연, 환경, 안전, 생태, 먹거리, 인간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농업의 변화와 식량안보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 변화다. 몇 년 전부터 농식품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대면 온라인 구매가 급증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탈산업주의를 진행시키고 빅데이터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즉 소비자, 유통업자, 생산자 간 또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초연결(Super Connection)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초연결은 개인 맞춤형 정밀화를 의미한다. 

농업도 디지털 전환의 앞에 와 있다. 기존에는 농업을 생산적, 공급적 측면에서 봤다면 이제는 소비자적인 측면에서 보기 시작했다. 농업의 생산, 유통, 공급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시대로 바뀔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다양성과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 분석하고 그 내용을 응용해 식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보유와 관리가 필수다. 앞으로 강국은 플랫폼이나 기계를 많이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빅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초연결이 가능해지면 건강 및 삶과 관련된 개인 맞춤형 시대가 빠르게 앞당겨질 것이다. 소비자의 취향, 컨디션, 건강 상태, 환경, 용도 관련 데이터를 생산·공급에 이용해 맞춤형 식단, 메뉴를 제공할 수 있다. 개인별 맛과 멋, 가치와 건강 중심의 산업 구조로 대전환이 이뤄질 것이고 HMR과 밀키트가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식량 안보! 식품안전과 인간생명 안보가 확보돼야 가능하다
△박용호 서울대 수의과학대학 교수
식량안보와 식품안전, 질병방역은 국가 상호 간의 소통,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한 신뢰 구축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무엇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은 WHO와 같은 국제 합의와 핵심역량 확보, 각국의 보건안보시스템 협력을 지원하는 체계다. 글로벌한 식량안보와 안전, 인간생명 분야의 국제적 공조를 통한 미래 4차 산업혁명은 인공육 생산기술 개발 등 첨단연구와 함께 지구촌 식량안보를 위한 노력과도 직결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단순히 생산만을 위한 부처가 아닌 식량안보, 식품안전과 함께 다음 세대의 행복을 추구하는 책임 부처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질병 위기가 시작된 이후의 대응은 너무 늦다.

앞으로는 선제적인 예측과 예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데 백신은 안전성이 중요하다. 0.03%의 부작용이 있다면 1만 명 중 3명은 부작용을 겪게 되는 데 이를 감수하고 백신을 접종하겠냐는 문제다. 이는 백신의 딜레마다. 그에 비해 항바이러스제는 효과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부작용은 없기 때문에 백신보다 항바이러스제가 먼저 대중들에게 보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곳곳에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예상하고 있다. 질병에 취약한 노인과 아동들은 독감(플루)과 폐렴, 대상포진 등의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코로나 변이가 일어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프로액티브(Proactive)한 자세가 요구된다. 

식량안보와 대응 전략
△박현진 고려대 생명과학대 학장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생산과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각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근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 대외 의존도는 매우 높다. OECD-FAO(세계식량농업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OECD 상위 30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1600만t가량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국민이 소비하는 식량과 가축 사육에 필요한 사료곡물의 4분의 3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급하는 쌀을 제외하면 옥수수, 밀, 대두는 거의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다. 국제 식량시장의 수요·공급·교역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국의 식량안보 상황은 매우 열악하며 향후 계속해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돈이 있어도 곡물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전략으로 우리 정부는 원활한 국내 곡물 수급을 위해 국내곡물업체가 세계 메이저 곡물회사로 성장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신 생물공학·식품공학기술(GMO, 방사선조사, 신선식품저장기술, 냉동기술, 곰팡이독 저감화기술 등)을 받아들이고, 소비자 교육 등을 통해 일반 시민과 소통을 원활히 해야한다.

또한 콜드체인 등을 도입해 음식물의 변패를 최소화하고 시민의식 개혁으로 음식점과 가정에서 식량낭비를 최소화하는 대국민 캠페인도 필요하다. 아울러 미래식품개발사업(3D 식품프린터, 맞춤형 HMR 개발 등)에 국가 연구비를 투입해야 한다.

코로나19와 먹거리 안보의 중요성
△김춘진 전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은 물론 식량까지 국경을 넘기가 어려워지면서 식량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최근 ‘50년 만에 최악의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3월말 쌀 수출을, 러시아는 밀을 포함한 모든 곡물을, 카자흐스탄은 밀·설탕·식용유의 수출을 금지했다. 먹거리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은 많은 희생을 치렀다.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수출을 위해 국내 농산물 시장을 해외에 내주어야 했고 결국 많은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18년 기준 46.7%에 불과했다. 주식인 쌀을 제외하고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하는 곡물 대부분이 가공을 통해 국민 먹거리로 공급되기 때문에 식량 수급의 불안정은 식품 산업 전반에 큰 위기를 가져다줄 것이다.

세계적인 보건 위기 속에서 우리는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설정돼있지 않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우리 농업과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먹거리 산업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식량안보 위기 속 한·러 농·식품 협력 강화 긴요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밀 수출 1위 국가인 러시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20년까지 곡물수출량을 늘린다고 해놓고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국제기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중단했다.

전 미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Henry A. Kissinger)는 코로나 사태가 국제질서를 바꿀 것이며 시대착오적인 성곽시대가 살아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 보다 대봉쇄(Great Lockdown)을 두려워해야 할 때다.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다. 성을 공격해 약탈할 게 아니라면 성문을 열고 들어가 상호협력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과 러시아는 올해 공식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양국은 매우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지만 그동안 실질적인 우호 협력이 별로 없었다. 한·러 수교 30주년는 민관 네트워크를 넓힐 적기다. 

러시아의 8개 연방관구 중 남부 지역은 농업에 특화된 장점이 있고 정책 지원도 크다. 러시아 내에서 농업생산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흑해연안과 인접해 수출도 용이해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기 좋은 지역이다. 한국 농·식품 산업이 러시아 남부 농업에 진출함으로써 해외진출 거점을 마련하고 한·러 공급사슬을 구축해 한국의 식량안보 및 동북아 식량수급의 균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스크바 국립대를 중심으로 남부 지역의 대학 및 관련 기관과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한·러 농식품협력 모색’을 위한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현지 탐사를 시작하는 것이 성과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생산 식량자원의 효율적 이용 방안 구상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우리나라의 식량 수급 상황은 1970년 이후 지금까지 부족한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불안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생산면적과 생산여건을 감안할 때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앞으로도 부족한 식량 자원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돼 남은 쌀의 소비를 촉진해 수입곡물을 대체하고 생산량을 증가시켜 식량 자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우선 쌀 품종 개발을 통해 밥의 식미를 획기적으로 개선, 타 식품과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방안과 가공용 쌀 품종을 별도로 육종해 목적 지향적 쌀 생산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쌀은 밥으로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밀가루처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쌀 특성을 살려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해야 한다.

수입곡물을 대체할 수단으로는 국내 생산이 가능한 보리를 증산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보리는 건강곡류로 잘 알려져 있어 건강식 소재로 활용하기 좋다. 면류에 일정 비율로 첨가해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고 보리국수, 보리빵 등도 있다. 보리 소비는 식품산업의 관심이 필요하며 신제품 개발과 중간소재로서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이 가능한 곡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생산된 곡물의 종합 이용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식량위기 대비 위한 국민의식 전환이 우선돼야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우리는 오랫동안 부족한 식량을 외국에서 무제한 사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았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밀, 콩, 옥수수 등 수입곡물이 우리의 식탁을 채우면서 쌀의 소비가 급격히 낮아졌고, 쌀이 남아돈다는 착시현상으로 식량 생산을 줄이는 정책이 당연시되고 음식낭비가 생활화 됐다. 그 결과 OECD 회원국 중 식량안보가 가장 우려되는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식량위기를 염려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이것이 한국의 식량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외국에서 생산된 식량이 우리의 몫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각에서는 40%를 밑도는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존을 위한 식량자급률이 40%를 밑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국민들의 필요 인식과 정책의지만 있으면 5년 안에 식량자급률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국가 비상시를 대비한 통일미 10만t을 항시 비축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공급되는 식량의 30%를 먹지 않고 버리는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버려지는 식량만 반으로 줄여도 식량자급률을 15% 올릴 수 있다. 

식량낭비 감축을 위해 환경부, 농식품부, 해양수산부, 식약처 등 정부 관련부처는 각 지자체의 협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식량낭비를 현재의 반으로 줄이는 ‘식량낭비 감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규격미달의 ‘못난이 식재료’를 폐기하지 않고 유통할 수 있는 저가판매시스템을 구축하고 육성해야 한다. 

또한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식품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의 소비기한 표시를 확대하고 소비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에서 발생하는 반품 및 유통기한 경과식품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법적 부담을 경감하고 푸드뱅크의 활동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민간 조직과 협력해 범국가적인 식량낭비 줄이기 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코로나19 식량안보 일깨우고 있다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발행인
코로나19가 지구촌에 창궐하고 주요 농산물 수출국 상당수가 수출제한, 봉쇄 보호조치를 취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식량 빈국인 우리나라는 대비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각종 재난으로 인한 곡물 수급 불안정성(곡물가 변동·수출제한 봉쇄 등) 해결을 위해 유휴 농지가 풍부한 남미나 우즈베키스탄 등에 농업 기지를 구축하고 주요농산물 수입선에 다변화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농지 보전은 필수적이며 효율성 있는 농산물 생산계획 추진으로 식량자급률을 최소 60%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 

그동안의 쌀 중심 정책에서 주요 식량곡물인 보리, 밀, 콩, 옥수수 등으로 농산물 증산정책 비중을 높여 자급률을 올리고 수입 비중이 높은 사료용 곡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안은 대체육 개발이다. 향후 육류시장의 25%가 채식용 육류 대체품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식량안보와 식량부족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식량안보재단에서 제기하고 있는 120만t 비축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질병 재난 등에 따른 식량공급 문제 해결방안으로 200만t은 상시 비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식량 낭비를 줄이는 것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으로 25조 원 상당의 경제적 가치를 상실한다. 가공식품의 폐기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통기한 표시 판매에서 소비기한 표시판매로 대체하고 소비자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면, 귀리, 커피, 딱딱한 치즈, 건조한 식품류 등에 대한 소비기한 표시는 무의미하다며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정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 식량전쟁 가능성 높다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이사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폐해는 바이러스에 의한 펜데믹이지만 한편으로는 단절이다. 사람과 사람의 단절, 국가와 국가의 단절, 비즈니스의 단절 등이 주는 손실은 막대하다. 경제적 타격도 매우 크지만 우리나라처럼 식량부족국가는 식량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아시아 농업경제학자인 윈톄쥔(溫鐵軍) 박사는 ‘내년 안에 식량위기가 올 수 있으며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지역중심세계화)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쌀, 감자 등 극히 일부 곡물만 자급자족 능력이 있을 뿐 거의 모든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시스템을 위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국가마다 백신개발에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에 대한 항균, 항체가 가능한 기능성식품 연구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전통식품, 즉 장류나 발효식품을 K-FOOD에 접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해마다 유기농, 친환경 등 건강을 생각하는 식품들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스가 발발한 당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김치가 사스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중국 내 김치 매출이 급증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발효음식이 효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발효식품이 항균, 항체의 효능 있는 식품으로 전 세계에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 부가가치는 대단할 것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위협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식품안전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각종 전염병으로 인해 식품에 대한 위해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한 대책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허증수 경북대 공과대학 교수와 임정옥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도 함께 참여해 코로나19 이후 농식품 정책 방향과 대응 방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허증수 경북대 공과대 교수
우리 전통 장류의 가치가 굉장히 높다. 전통 장류에 관심을 보이는 서방국가들이 많지만 유통 기간이 짧다는 한계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수출용 장류에 수분 우선 제거 등 식품공학적 기술을 접목해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미래 유망한 먹거리로 거듭날 수 있다. 단순히 식품 분야에서만 우리 전통 장류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기술 분야와의 융복합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임정옥 경북대 의과대 교수
2년 전 축분의 악취를 제거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실전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서 악취 제거 공정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느낀 점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조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학문과 기술이 확립돼 있지만, 그것들이 합쳐지지 않아 아까운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가 집단에서 목표를 갖고 진정한 공조체제를 구축한다면 쓰레기 낭비되는 쓰레기를 줄이고 식량을 확보하는 인류를 지속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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