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체 포장 기술이 성공 열쇠
식품·외식업체 포장 기술이 성공 열쇠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0.07.10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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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노멀시대 HMR·RMR·배달이 식품·외식산업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식품 포장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아워홈, 신세계푸드, 교동식품 등 대형 식품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포장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 식품기업과 대다수 외식업체들은 식품 포장 관련 기술·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지는 넥스트노멀 시대 대한민국 식품·외식업계 경쟁력의 핵심이 될 식품포장 산업과 기술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봤다.

 

식품 포장기술은 HMR(Home Meal Replace-ment)과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의 품질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키워드다. 식품 포장은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려주고 개봉 후 조리과정에서 처음의 맛을 쉽게 구현할 수 있게 한다.

CJ제일제당 햇반이 1년의 유통기한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아워홈의 포기김치가 미국 시장에서 냄새로 인한 클레임을 받지 않았던 것도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한 포장기술 때문이다.

국내 식품포장업체 60개
우리나라 식품포장 산업은 1955년 창업한 명성전사㈜와 1958년 창업한 ㈜프라콘에 의해 시작됐다. 이때까지 식품 포장이란 껌종이, 빵봉지, 쌀포대 정도였다. 

식품 포장분야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시기는 프랜차이즈 외식산업이 본격화 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간이다. 이 기간 연 평균 1168개 식품 포장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2015년 이후 매년 약 100여 개의 업체들이 도태되면서 지난해 60개 업체만 남았다. 이 기간동안 식품 포장기술은 단지 음식을 담는 용기에서 김치의 숙성지연, 음식의 부패방지, 국·탕의 온도유지 등 기능성 포장기술의 발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치킨·피자 등 배달형 프랜차이즈의 급성장과 HMR의 확산으로 식품포장제들의 환경오염문제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1954년부터 시작된 식품포장은 단순히 음식을 보기좋게 감싸고 담는 형태였지만 1995년부터 맛·온도·영양소 등 음식의 폼질을 오랜 시간 유지·보관할 수 있는 기능성 포장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2002년 이후 식품포장 수요가 급속히 증가되면서 개봉 후 버려진 포장재들의 재활용성 등 친환경적 요소가 중요한 키워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식품포장 경쟁력① 기능성
식품 포장기술의 진일보는 1996년 CJ제일제당이 햇반을 출시하면서부터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을 출시하면서 밥맛의 품질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용기와 포장기술을 함께 개발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의 성공비밀은 포장재와 포장 방식이다. 햇반 용기는 열을 가해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프로필렌 소재로 제작됐고 덮는 뚜껑을 접착층, 산소 차단층, 강도 보강층, 인쇄층 등 4중 특수필름으로 구성됐다. 또 용기의 모양도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 열전도율을 고려해 최적화 된 디자인 패턴을 적용했다. 밥을 담을 때도 무산소 무균 환경을 구현한 기계 내에서 자동으로 밥을 담고 밀봉하는 공정을 구현해 유통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후 CJ제일제당은 비비고·고메 등에도 맞춤 포장기술 개발에 나섰고 이 것이 CJ제일제당의 HMR 분야 경쟁력을 견인했다.
채민수 CJ제일제당 홍보팀 부장은 “HMR을 맛있게 만드는 것 못지않게 맛 품질을 유지한채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이 같은 성공 이후 오뚜기, 아워홈, 풀무원, 신세계푸드, 매일유업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자사 상품을 담을 포장기술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아워홈의 김치 포장용기 개발, 한국야쿠르트의 음료 포장 개발 등이다.

아워홈은 김치 포장 기술과 국탕류 HMR을 그릇 없이 먹을 수 있는 파우치를 개발해 지난 2019년 특허로 확보했다. 김치포장 기술의 핵심은 김치 발효 시 풍기는 냄새를 억제하는 기능을 용기 뚜껑에 구현한 것이다.

이윤호 아워홈 식품연구소 팀장은 “개봉 전 김치 냄새 억제 기술은 해외수출의 전제조건”이라며 “밀봉 상태에서 김치 냄새가 밖으로 풍기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의 슈퍼마켓 매장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탕류 HMR을 그릇에 옮겨담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바로 식사할 수 있는 파우치를 개발했다. 이 팀장은 “1인 가족이 집에서 국·찌개·안주를 먹기 위해 그릇에 담고 설거지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이 같은 포장기술 개발 이후 B2C 분야 매출이 확대되면서 단체급식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식품포장 경쟁력② 친환경 패키징
배달음식과 HMR 판매 급증으로 개봉 후 버려진 식품포장재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이슈가 부각되면서 식품포장제의 친환경성 확보가 중요한 아젠다로 떠올랐다. 

환경부 관계자는 “쓰레기 배출억제와 재활용 확대는 폐기물 관리 정책의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부는 식품 포장의 외형은 가급적 작게, 파우치 필름 두께도 얇고 규격도 작게 만들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겉포장에 인쇄된 로고와 제품 설명은 소비자가 쉽게 뜯을 수 있게 만들고 표장 외형은 무색 투명화와 친환경 소재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부 방침에 따라 CJ제일제당, 아워홈, 오리온, 오뚜기 등 식품업계는 플라스틱·파우치필름 등의 사용 최소화, 재생 가능 소재 사용 등 친환경성을 강화한 포장 용기를 자사 HMR에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CJ제일제당은 햇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용기 구조 변경(음압구조 개발)을 통해 내부 빈공간을 최소화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40%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호떡믹스, 브라우니믹스 등 간식용 프리믹스 제품의 포장에서도 불필요한 여유 공간을 줄여 부피를 각각 30%, 25% 줄였고 비비고 국물 요리와 같은 HMR 레토르트용 파우치의 두께 감량화 및 국산화로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총 92t 절감했다. 

아워홈도 김치, 국·탕류, 안주류, 햄류 등 HMR 제품의 포장을 음식을 직접 감싸는 부분과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만지는 겉 부분을 분리해 만들고 있다. 또한 지리산수 페트병도 투명하게 만들어 재활용률을 높였다.
이 밖에도 한국야쿠르트,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유업계도 버터, 요구르트 등 유제품에 대한 HMR 제품 포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의 포장정책, 친환경 우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도 식품포장 기술 개발을 2020년 식품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과제로 정하고 지원 계획 수립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4일 발표한 ‘5대 유망식품 육성을 통한 식품산업 활력 제고 대책’에서 ‘환경부하 저감을 위한 친환경 포장재(바이오플라스틱 등)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6일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국가식품클러스터진흥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CJ제일제당, 율촌화학 등이 참여하는 식품 포장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을 위한 TF팀 1차 회의를 진행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느라 첫 희의 일정이 늦어졌다”며 “올해 연말에는 기술개발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 참여 없이 농식품부 주도만으로 친환경 식품포장재 기술개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기업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친환경 식품포장 소재 개발은 화학기업의 몫이고 친환경성 가이드라인은 환경부 정책 방향에 달렸다. 단지 농식품부와 식품업계의 의견과 입장만으로는 현실성이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C사의 R&D 부분을 담당하는 D전무는 “식품포장은 식품업계의 기술지도와 요구를 받아 포장 업계가 만드는 구조인데 대부분의 포장업체들은 소기업 이하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설비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E사의 P팀장은 “친환경 용기·접착제·기술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경우 환경부담금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혜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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