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치연구소 존폐 위기
세계김치연구소 존폐 위기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0.10.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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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T, “한국식품연구원과 합병 권고안 발표”
김치업계, “김치 연구·세계화 포기” 반발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사진=세계김치연구소 제공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사진=세계김치연구소 제공

세계김치연구소(소장 직무대행 최학종, 이하 김치연구소)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논의는 2019년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보고서에서 김치연구소의 본원통합의 필요성을 권고하며 가시화됐다. 이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 이하 NST)가 김치연구소 운영효율화를 위한 TF팀을 발족하면서 김치연구소 통합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김치업계와 김치연구소는 통합에 반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NST, 식품연의 김치연 흡수통합 권고
김치연구소 통합 논란은 지난달 21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위원장 이은우)가 한국식품연구원의 김치연구소 합병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표면위에 드러났다. 이 권고안에는 김치연구소를 한국식품연구원 내 한 개 부서로 병합해 김치를 포함한 발효식품군에 대한 연구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치연구소 노동조합 관계자는 NST의 권고안에 대해 “김치연구소 내 연구진들을 한국식품연구원으로 받아들인 후 김치연구소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라며 “NST는 김치연구소 내 연구지원 조직에 대한 처우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정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R&D전략팀 팀장은 “이번 결정은 범국가적 연구개발의 효율성 차원에서 검토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치연구소 내 기존 연구인력들은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고용승계되고 김치연구도 계속될 것”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식품연구원이 김치연구소를 흡수합병 하려면 김치산업진흥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김치산업진흥법 제13조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기관으로 김치연구소를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존치되는 한 김치연구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법정연구기관이다. 이에 과기부는 김치연구소 소장 임명을 미루거나 운영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김치연구소의 연구업적·운영형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운영효율화를 위한 TF팀’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그 논의 범위가 김치연구소의 연구활성화와 운영 효율화를 위한 방안과 구조조정에 국한해야한다. 현재 흡수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TF팀은 위법성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는 “김치산업진흥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김치연구소를 없앨 수는 없다”며 “이 경우 김치연구소를 그대로 두되 인사·예산권을 한국식품연구원으로 귀속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말한 두 번째 안에 따르면 김치연구소의 이름과 조직을 그대로 두되 김치연구소 소장의 임명권, 연구소의 재정권, 연구과제 심의권을 한국식품원구원으로 귀속시키고 김치연구소장은 식품연구원 내 지역 분원장과 동일한 위상으로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법령 개정에 실패하더라도 김치연구소의 사실상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김치업계, “김치진흥원으로 개편하라”
김치업계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김치연구소의 해체를 위한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위법행정일 뿐 아니라 김치의 세계화·과학화와 김치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이하연 한국김치협회 회장은 한국식품연구원 내에서 김치연구를 발효식품 전체로 확대 개편한다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설명에 대해 “결과적으로 김치연구의 독립성을 없애는 것으로 김치의 과학적 규명과 김치산업의 진흥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말했다.

이하연 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김치의 효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김치연구소는 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며 “김치연구소는 김치업계와 한식 전문가들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졌다. 과기부가 연구소를 품지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농림축산식품부로 소속을 이관한 후 김치산업진흥원으로 확대개편하라”고 주장했다.

김치업계 관계자도 “김치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과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과학적 연구 및 대량생산체계 확립 등 더 많은 분야에서 연구가 필요하다. 김치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한 김치분야 전문 연구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치에 대한 독립적 연구를 보장할 어떤 대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흡수통합하는 것은 더이상 김치에 대한 R&D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본과 중국은 김치가 자국의 음식문화라며 세계에 홍보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김치의 위상이 올라간 지금은 이 같은 움직임이 더 많아졌다”며 “이런 시기에 국내에서 김치에 대한 R&D를 담당해 온 기관을 없애는 것은 김치 종주국를 중국, 일본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지난 7월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 입구에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세계김치연구소 지부가 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세계김치연구소 지부 제공
지난 7월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 입구에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세계김치연구소 지부가 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세계김치연구소 지부 제공

김치연, “통합은 연구하지 말라는 것”
김치연구소는 흡수통합이 결과적으로 김치에 대한 기초연구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갑헌 김치연구소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 김치에 대한 과학적 기초연구를 위한 연구방향과 연구 주제·노선을 확립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며 “김치연구와 다른 발효식품 연구의 통합·시너지를 모색하려면 김치분야의 기초연구 성과를 내기 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 조직이 통합됐을 때 발효식품 연구부서 내 연구진들은 확보된 예산 속에서 연구비를 배정하기 위해서 내부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때 김치연구는 아직 기초분야를 막 시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 산학연구가 활성화 된 다른 분야에 비해 열세일 수 밖에 없고 결국 김치에 대한 새 기초연구는 점차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김치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김치의 항 코로나19 효능에 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이번 연구는 배추김치 뿐 아니라 깍두기, 총각김치, 고들빼기 김치 등 다양한 김치에 대한 항 코로나19 효과를 함께 연구하고 있다. 

김치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내년 2월까지 진행하는 긴급 프로젝트다. 항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이뤄진다면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연구과제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김치연구의 독립성은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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