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호흡하는 노력 필요해”
“시대와 호흡하는 노력 필요해”
  • 임나경 기자
  • 승인 2023.10.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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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이사장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이사장은 한국의 전통음식은 대부분 조선시대 식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고려시대 개성의 식문화가 한양으로 이어지면서 형성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개성음식 역시 우리 민족 고유의 식문화라는 점에서 계승해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임을 강조한다. 오랜 시간 한국전통음식에 대해 연구해온 윤 이사장으로부터 한정식에 대한 현주소와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사진=이경섭 실장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근황이 궁금하다

“요즘은 한창 문화재청의 미래문화유산 발굴 사업의 일환으로 개성음식의 원형을 찾고 재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매년 쉬지 않고 책을 쓰고 있는데, 지난해 펴낸 《윤숙자의 맛있는 한식밥상》은 퇴근하고 바쁜 워킹맘들을 위해 건강한 식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일품요리들을 위주로 펴냈다. 최근에 발간한 《윤숙자의 개성음식이야기》는 내 고향이 개성이라,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과 개성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배운 음식을 책으로 엮었다.” 

△한식의 대중화와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이 살던 운현궁과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매년 궁중음식과 전통음식을 전시하고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의 맛과 멋을 보여주고 있으며, 2021년 11월에는 ‘떡 만들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되는 등 떡 박물관이 많은 기여를 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는 수년에 걸쳐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 카타르 도하, 캐나다 오타와 등을 방문해 한국의 발효음식과 궁중음식 문화를 널리 알리며 한식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노력하고 있다.” 

△유명 고급 한정식전문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직접적인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역사와 명성이 있는 한정식전문점들이 속속 사라지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얼마 전, 강원도 강릉에서도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아 온 한정식전문점 ‘농촌’과 ‘동해관’이 문을 닫거나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이러한 이유는 몇 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영향이 컸고, 전문인력 고용의 불안정성을 들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한식 발전의 가장 큰 문제는 외식업소 등에서 일할 한식 인력의 부재로 나타났고, 조리계열 대학생들의 한식 분야 선호도도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면 한정식전문점은 숙련된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한식을 하려는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숙련된 전문가를 고용하기엔 인건비가 너무 오른 상황이다. 

둘째는 식재료의 원가 상승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한정식 특성상, 식재료 원가 상승은 경영의 어려움을 가져왔을 것이다. 셋째는 전통 한식보다는 모던 한식에 대한 수요의 증가다. 기존 방식만을 고수하는 궁중요리나 전통 한정식을 표방하는 식당보다는 ‘모수’나 ‘밍글스’ 등과 같이 한식에 기본을 두지만, 새로운 감성과 연출로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소구하는 트렌드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궁중요리 및 한정식전문점의 어려움과 이를 저변에 확대할 수 있는 극복 방안은?

“전통 한식에 대한 맛과 멋을 널리 알리고 한국의 전통음식을 계승할 수 있도록 농식품 소비 활성화, 교육, 관광, 문화, 고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민·관·산·학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에서 전통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품격 있는 한정식전문점의 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식 전문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이다. 

대학 내 한식 전문학과와 민간 전문 한식 기관의 지원과 인재 육성을 백년대계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도 최근 한식 발전협의체를 관 협력으로 구성했고, 외식업 현장의 인력육성을 제1과제로 선정한 만큼, 국가 단위의 정책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정식전문점에서도 전통 한식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트렌드를 담아낼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개발해 꾸준한 홍보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궁중요리 및 반가요리를 표방한 한식 파인다이닝이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유명세만큼 운영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다. 한국에서 외식업소의 서비스가 파인다이닝에 부합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한식 전문 셰프들의 창의적인 메뉴 개발과 고급 서비스 인력, 식당 공간 구성 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궁중요리냐, 반가요리냐 하는 대 주제의 메뉴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식당별 세트별로 철학 담은 음식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그 식당만의 특별한 음식을 내놓아야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뉴욕 파인다이닝의 지형이 조금씩 한식으로 채워져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양한 시각, 조리기술, 셰프의 상상력으로 고전적인 풍미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뉴욕 내 한식 레스토랑이 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기적으로 메뉴를 바꾸고, 모던함으로 전통음식에 새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뉴욕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아토믹스’와 같은 한식당을 탄생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음식은 최고의 문화이고 동시대인이 즐기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는다. 시대와 호흡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은 국내 시장에서도 지향해야 할 콘셉트가 아닐까 싶다.” 

△한식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예전에는 ‘한식’이라고 하면 비빔밥, 불고기가 대표적이었지만 요즘은 전통 한식이라고 하기 어려운 치킨, 떡볶이, 짜파구리, 한국식 핫도그, 라면 등 K-분식이 한식 세계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명 가수나 배우가 분식을 먹는 장면이 SNS나 드라마를 통해 전파되면 붐을 일으킨다. 한국기업이 주도하고 유통시키는 한국문화 콘텐츠의 K-팝, K-드라마·영화 등이 한식의 세계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영어 채널이 필요하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세계인이 찾고 있지만 제공하는 곳은 넷플릭스와 같은 외국 채널이다. 결국, 콘텐츠를 제공만 하고 유통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기업 주도의 글로벌 한국문화콘텐츠를 통해 한식 문화를 유통하는 채널이 생겨야 하는 시점이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한식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서 정책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젊은이가 한식 조리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식 스타 셰프 육성에도 전략적으로 힘써야 한다. 덴마크 노마레스토랑의 세계적인 스타 셰프 르네 레드제피는 덴마크 정부와 농업인, 수산인 등이 함께 키워낸 결과라고 본다. 이처럼 우리도 국내와 해외에서 여러 한식 스타 셰프를 배출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매우 필요하다.” 

△한류열풍과 함께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통음식인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이 맥을 계속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외국인들과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모던 한식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전통과 모던을 함께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우리의 기본 역할에 맞게 한국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꾸준히 교육해 나가고 있다. 각종 한식 문화 체험과 함께 지역의 음식 개발, 한식의 무형유산 발굴 및 육성, 한식 축제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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