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접목 시킨 조리하고자 공부 시작”
“과학접목 시킨 조리하고자 공부 시작”
  • 관리자
  • 승인 2007.02.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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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명장 최초로 박사학위 취득한 신흥대 박병학 교수
지난달 23일 조리명장 출신 박사 1호가 탄생했다. 신흥대학 호텔조리학과 박병학 교수가 그 주인공. 40여 년간 조리사의 길을 걸어오면서 ‘명장(明匠)’이란 칭호까지 얻게 됐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조리명장출신 박사 1호’에 오름으로써 선구자 반열에 올라섰다.
환갑이란 나이가 물색하게 열정적으로 똘똘 뭉친 그를 세종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캠퍼스의 봄은 언제나 부산하다. 며칠 간격으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이어지고 새내기를 맞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 탓인지, 부산스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캠퍼스에는 봄이 먼저 찾아온 듯 했다. 봄날 캠퍼스에서 만난 한 장년신사는 생기 넘치는 봄의 캠퍼스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신흥대학 박병학 교수. 박 교수는 일식요리의 대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고 몇 해 전 에는 ‘명장’이란 칭호까지 얻어 조리사로서는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었다. 이런 그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최근 세종대학교 대학원에서 조리외식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리명장 출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그가 최초다. 조리사로서 최고자리에 있는 그가 느즈막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사’란 타이틀을 따기 위해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죠, 타이틀로 보자면 여기저기 흔한 ‘박사’보다는 기능인 출신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명장’이 의미가 더 크겠죠. 40여 년간 현장에서 일을 하며 얻은 노하우를 후학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리해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다.

숙식 해결위해 선택한 길이 ‘명장’으로

1960년대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그 역시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박 교수의 아버지는 그가 겨우 3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팥죽을 팔며 두 아들을 키웠다.
그가 조리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이런 생활고가 계기가 됐다.
그는 “식당에 들어가면 최소한 먹고 자는 것은 해결될 거란 생각에 식당에 취직을 했다”며 “그때가 불과 열다섯 이었다”고 회고했다.

“군대에 입대를 하기 전까지 조리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대하고 다른 기술을 배워 취직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군대 있을 때 한일관계가 정상화 되며 일본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때 ‘일식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생직종으로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오늘날 까지 왔다.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던가. 열다섯 식당 종업원은 환갑의 대학 교수가 됐다. 몇 해 전까지 일식조리사로 유명세를 타다가 지금은 현장에서의 경험을 후학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학교로 들어왔다. 화려했던 지난 날 보다 음식솜씨가 조금씩 늘어가는 제자들을 보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이야기한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초와 기본’을 강조한다. 그는 “요즘 퓨전요리가 유행이라고 조리의 기초도 모르는 이들마저 퓨전을 외친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는 제대로된 퓨전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가 잘 돼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학 접목시킨 조리위해 다시 뛴다

최근 그의 최대 관심사는 ‘조리의 과학화’다. 그는 “요리는 미각적, 시각적, 영양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조리를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뒤늦게 공부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현장에서 몸소 익힌 노하우와 이론을 접목시켜 체계화 된 조리법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그가 발표한 논문은 ‘대추 농축액의 이화학적 특성과 농축액을 첨가한 양갱의 품질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이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양갱에 설탕을 줄이는 대신 대추농축액의 비율은 높여가며 양갱의 품질을 연구했다. 그는 앞으로도 조리와 과학을 접목시킨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마침표를 모르는 사람이다. 유명조리사, 조리명장, 조리명장출신 1호 박사 등 굵직굵직한 타이틀을 목에 걸었지만 그는 항상 전진이다. 그는 앞으로 일본요리에 관해 세밀하고도 포괄적으로 정리된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박 교수가 머무른 40여 년간의 조리인생을 총 망라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나이는 중년을 지나 환갑을 맞았지만 열정만큼은 봄철 솟아나는 초록 새싹과 같다. 그래서인지 그에게 향긋한 봄내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시종 기자 l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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