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직영방침은 현실 무시한 졸속행정"
"학교급식 직영방침은 현실 무시한 졸속행정"
  • 관리자
  • 승인 2007.05.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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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교육계에 몸담은 전 봉림중학교 김현정 교장
올해 위탁계약이 만료되는 학교는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시가 최근 일선학교에 전달되자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관계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의 방침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눈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인 만큼 대부분의 학교장들은 어쩔 수 없이 방침에 따르기로 하는 반면 일부 학교에서는 ‘직영전환의 비현실성’을 해당교육청에 전달하고 현실에 맞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일선학교들이 급식운영 방법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37년간을 교직에 몸담으며 교육현장을 지켜오다 지난 2005년 퇴직한 전 봉림중학교(서울) 김현정 교장은 “이번 교육부의 학교급식 직영방침은 학교급식의 현장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음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현정 전 봉림중학교 교장을 만나 현재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들어 봤다.

▲학교급식의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문제의 초점을 비켜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본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위탁이냐 직영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가 정말 중요한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직영방침만 해도 지난해 한 건의 위생사고 이후 학부모들의 여론이 나빠지자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않은 채 앞뒤 가리지 않고 공청회 한번 없이 학교급식법 자체를 바꿔버리는 경솔함을 저질렀다. 이는 그동안 학교에 많은 자산을 투자해 급식발전에 기여해 온 급식업체들, 특히 중소업체들의 생계를 무 자르듯이 잘라버리는 꼴이다.

학교급식은 학교와 정부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직영전환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학교에는 급식을 전반적으로 관리, 감독할 전문가가 없다. 물론 영양사와 조리사가 있지만 이들이 급식을 업으로 삼는 위탁급식업체들 만큼 종합적인 전문성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직영에서 급식담당자들의 비리가 간혹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것은 자체적으로 운영을 하다보면 지켜보는 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탁을 할 경우 학교관계자를 비롯해 학부모, 학생 등 상대적으로 위탁급식업체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도 이러한 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급식에서 제일 중요한 위생관리 측면에서도 직영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탁에서 위생사고가 나면 즉시 보고 되고 원인분석에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직영을 하는 학교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서둘러 은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위생사고 재발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위탁에서의 위생사고는 메스컴을 탈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반면 직영에서의 사고는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대부분이 위탁으로 학교급식이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의 경우는 직영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위탁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탁에서의 문제점은 없는가.

- 위탁이 처음 실시될 당시에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그에 따른 부조리도 간혹 발생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감시의 눈도 많아졌을뿐 아니라 학교관계자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부실 급식업체들의 문제는 학교가 선택을 하지 않으면 자연히 그들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학부모들이 직영을 선호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 학부모들은 위탁급식업체를 영리를 추구하는 ‘장사꾼’으로만 생각하고 불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급식전문업체들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걸고 급식업에 임한다. 더욱이 중소업체의 경우는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본다.

▲바람직한 학교급식의 방향은.

- 잘못된 법은 다시 개정돼야 한다. 악법을 계속 유지하면 대형사고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귀중한 2세들의 건강에 한치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서둘러 시정함이 옳다.

급식과 입시제도, 교원평가제, 학업성취도성적공개, 교장임명 등 교육에 관한 일은 점진적 수정 보완이 필요하고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개혁적으로 몰고 가면 ‘교육허리케인’을 몰고 오게 된다. 100년 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교육의 10년 대계는 되어야 선진국 대열에 설 수 있다.

지금은 모든 분야가 세분화, 전문화되는 시대다. 급식은 전문업체에 맡겨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면 될 것이고, 학교는 교육에 전념해서 훌륭한 인재를 발굴․육성하는데 혼심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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