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 아성 흔들리나
방문판매 아성 흔들리나
  • 관리자
  • 승인 2007.10.1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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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시민단체, 방판에 대한 규제 강도 높여
업체들, 건전하게 사업하는데 왜 문제 삼나
최근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방문판매와 관련한 규제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방문판매업체들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월과 9월 각각 4개와 12개 방문판매업체에 대해 다단계판매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 및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

시정명령은 한달 이내에 다단계판매 영업 등록을 하던지, 다단계판매적인 요소를 없애라는 것이다.

방문판매, 규제 적고 인식 좋아 업계가 선호= 방문판매는 다단계판매에 비해 규제가 적고 사회적 인식이 좋기 때문에 업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규제내용을 비교해보면 방문판매는 시·군·구에 신고만 해도 되지만, 다단계판매는 시·도에 등록을 해야 한다.

또 다단계판매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하고, 자본금 규모(최소 5억원)나 후원수당 지급총액(총 매출액의 35% 이내), 후원수당 정보 공시 의무화, 판매상품 가격제한(최고 130만원 미만) 등 방문판매에 없는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조직의 하방확장성, 연고판매·대인판매 등의 특성으로 인해 사행성 조장, 다수 소비자피해 야기 등 방문판매에 비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다단계판매에 대해 더 많은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느냐에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5년 11월에 나온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누적적으로 이뤄져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고, 판매원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데 있어서 판매 및 가입유치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의 부여를 유인으로 활용될 경우 다단계판매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로 적발된 16개 업체는 판매조직을 4~8단계까지 운영했고,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판매원 수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재 방문판매를 하고 있는 업체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식 방문판매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3단계(부장-팀장-판매원)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하위 판매원의 판매액 중 일정비율을 상위 판매원에게 판매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같은 방식은 공정위의 기준에 따르면 방문판매가 아닌 다단계판매로 규정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건식 방문판매업체들은 조직을 2단계로 줄이거나, 판매원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방식으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식 방문판매의 특성상 이같이 했을 경우 판매조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판매원 단계가 줄어들면 그만큼 상위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줄어들고, 판매원 모집이 소홀해질 수 있으며, 사업자등록을 해서 세금을 내면서 판매사업을 할 만큼 충성도가 높은 판매원의 비율이 타 방문판매 조직에 비해 낮기 때문에 실효성이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단계판매업 등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문판매는 상품판매, 다단계는 사람모집이라는 목적 자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방문판매 조직을 다단계 조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단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것도 다단계로의 전환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더욱 문제는 공정위와 일부 시민단체들의 압박 수위가 예상보다 높다는 데 있다.

방판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 대해 이미 올 초부터 주요 업체들은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조사에서 주요 방판업체가 적발된 것을 보면 예상보다 적발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판매조직에 가입한 판매원에 대한 후원수당지급의 단계가 2단계 이상인 경우 다단계판매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판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어 방판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방판법 개정안에 대해 “다단계판매조직에 대한 판단기준을 판매단계가 아닌 후원수당지급 단계로 단순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판매단계가 2단계 이상이면 모두 다단계판매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으로 방판법이 개정될 경우 방문판매는 야쿠르트 아줌마와 같은 형태만이 허용되게 된다.
▶ 최근 방문판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방문판매업체들이 반발과 함께 위기를 느끼고 있다. 사진은 한 방문판매업체에서 신규 판매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업계 "여성인력 활용 등 긍정적 역할" 주장= 방판업체들은 이런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다단계에 대한 규제가 강한 것은 그것이 잘못 운영됐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물의와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방문판매업체들은 건전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를 일부 문제가 있는 업체와 같이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3단계든 4단계든 본질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초점을 맞혀야 한다”며 “방문판매업체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여성인력 활용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사회적 움직임들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방판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대선정국이기 때문에 정부도 강하게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까지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정으로 만들어지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특히 법적 공방으로 가면 결론이 나기까지 최소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방판업체들이 다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에서 적발된 업체 중 일부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또 일부는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을 하고 따로 방문판매업으로 법인을 신설해 운영하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총 2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공정위가 나머지 9개 업체에 대해서도 심의를 거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어서 여기에 방판업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업체들 중에는 방판업체 중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대비를 가장 잘 했다고 알려진 유니베라가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유니베라에 대해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 지가 향후 정부의 규제 강도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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