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영토’를 넓히자
‘식량 영토’를 넓히자
  • 관리자
  • 승인 2008.02.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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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2월 25일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처음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크게 오른 라면가격을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당선 직후 농업계와 식품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왜 우리만 밀가루 국수를 먹나”며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강화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100원이나 오른 라면가격을 언급하던 같은 날 국회 농해수위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노는 땅에 청보리 등을 심어 사료로 활용하게 하고, 아르헨티나 등 땅값이 싼 나라의 땅을 사들여 농사를 짓겠다”고 말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보여준 한 대목이다.

밀, 콩, 옥수수 등 쌀을 제외한 국제곡물의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곡물의 주요 수출 국가들은 자국의 물가안정을 위해 수출을 중단하거나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가격 급등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다. 곡물 민족주의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싼 돈을 주고도 살 물량이 없어 못 사는 형국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바야흐로 식량이 곧 무기가 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식량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의 불똥은 이미 국내 시장에도 튀기 시작했다. 라면을 비롯한 대부분의 식품가격이 연초부터 줄줄이 인상되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고, 피자와 치킨, 분식 등 대표적인 서민 음식도 원부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농산물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상대적인 반사효과가 기대되는 수산물 관련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펄떡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농산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농산물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농산물펀드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천덕꾸러기 농업이 금싸라기 농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뭔가. 국내 생산량으로는 공급이 감당이 되지 않는 밀과 콩, 옥수수 등을 원료로 만드는 식품이나 음식을 국내에서 공급이 남아도는 쌀로 대체하면 간단하지만 그것이 어디 가능한 일인가. 국내 곡물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해법은 ‘식량 영토’를 확장하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 식량 영토 확장은 하드웨어적인 개념으로는 생산기반을 늘리는 것이며,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산력을 증대시키고 생산된 농산물의 생명력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생산기반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해외농업투자가 좋은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증가추세이며 농업부문의 투자도 2003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어업의 해외직접투자는 2006년 현재 1억96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해외직접투자 107억 31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국가 차원에서는 물론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와 비슷한 여건에 있는 일본은 ‘식료ㆍ농업ㆍ농촌기본법’에 의거해 ‘해외농업개발협회’를 두고 농림성 예산을 투입,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농업투자 및 생산기지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곡물수급 불안정을 예상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해외농장 확보와 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해외농장의 규모가 1200만ha로 일본 내 경지면적의 3배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해외농장은 기껏 52만ha에 불과하니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된다.

소프트웨어적인 식량 영토 확장은 생물과학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GMO(유전자변형작물)를 생산하는 것이다. GMO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수단으로는 GMO 이상의 방법이 아직까지는 없다. 우리나라도 이미 농촌진흥청에서 GMO 기술을 개발해 시험재배를 하면서도 여론 압박 때문에 실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할 단계가 됐다.

또 하나는 방사선조사 식품을 확대하는 것도 식량 영토를 확장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방사선조사 식품은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상태로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방사선이 조사된 식품을 오히려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좁은 땅, 대부분의 식량과 식품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식량안보가 국가적 최우선 과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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