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식량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곡물인 밀과 콩, 옥수수에 이어 최근에는 쌀마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펜타곤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기상이변과 인구증가다. 국제곡물가격이 앞으로도 수급불안으로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간 매출액 3조4000억원에 이르는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기업인 스카이락 그룹의 요코가와 기와무 대표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식량자급률이 아니라 식량자급력이다.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를 확보해 위기가 닥치기 전에 자체적으로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외식을 하는 기업들도 식재조달 능력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시대에 돌입했다. 지금까지는 중간유통업자를 통해 식자재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산지에서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식자재구매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농수식품부, 이율배반적 두 정책 내놔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의 CEO인 레트마테는 “만약 예상대로 석유 제품 수요의 20%를 충족하기 위해 바이오연료를 이용하는 데로 눈을 돌린다면
먹을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멜세스가 경고 한 바 있는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 관계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을 했다.
기업 입장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나 전 세계적으로 식재료나 식량확보가 사상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뒤늦게 식량영토 확장 차원에서 해외농업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최근 해외농업개발포럼이라는 것을 만들어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계농지 규제 완화 등 경지면적을 줄이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농업, 농촌, 그리고 식품정책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식량안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청사진은 없이 ‘돈버는 농어업, 살기 좋은 농어촌’ 정책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2003년 기준)은 25.3%로 OECD 29개국 중 최하위권인 26위다. 일본이 21.2%로 27위지만 일본은 이미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해서 대처하고 있고, 특히 해외농업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해 해외 곡물생산면적이 일본 본토 생산면적의 3배가 넘는다.
미국은 곡물자급률이 125.0%로 프랑스(329.0%), 체코(198.6%), 헝가리, 독일, 스로바키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에 이어 9위였다. 그런 미국이 ‘미국은 식량으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한 것은 식량을 무기로 삼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민관 협력으로 ‘식량전쟁’ 대처해야
이처럼 현실화되고 있는 ‘식량전쟁’의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 앞에서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는 최근 국제곡물가격 급등이 우리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고 있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가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그 발목이 어디에서 잡히고 있는가. 원유와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식량영토를 확장하는 문제, 식량자급력을 높이는 문제는 농림수산식품부 차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승수 총리가 자원외교를 펼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지금부터라도 유관부처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식량안보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기업들도 협력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해외농업투자는 민간기업에 의해 이뤄졌다. 정부가 특별히 지원하는 것도 없었다. 우리 기업들도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뒷짐을 지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원재료비가 오르면 이를 제품가격 인상에 반영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생각은 더더욱 금물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다른 분야에서도 시급한 현안과제가 많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가 바로 ‘식량전쟁’에 대비하는 ‘식량안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 소비자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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