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어린이 납치사건과 부정식품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나는 먹을거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중대 범죄로 생각한다”고 지적한 뒤 아동 유괴범과 식품사범의 엄단을 위한 법적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한다.
물론 그런 뜻은 아니겠지만 이 얘기를 듣고 바로 떠오른 생각은 ‘유괴범과 식품사범은 동격’이라는 것이다. 또 이어 요즘의 식품사범이라면 농심과 동원F&B 등 이물 검출 사건을 일으킨 식품기업들을 말하는 것이니 이들과 안양 초등생 납치사건의 범인인 정모씨가 동격으로 ‘죽일 놈’이라는데 까지 생각이 확장됐다.
해당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리 식품에서 나와선 안 될 이물이 나왔지만 그래도 수십년간 큰 문제없이 소비자들의 먹을거리를 공급해 온 식품기업과 초등생 두명을 유괴, 끔찍하게 살해한 유괴범과 동격이라니 말이다.
대통령 발언의 파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이물을 주제로 한 열린포럼에서 식약청 식품관리과 강봉한 과장은 바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규제·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식약청의 식품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식약청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코드를 맞춰야 한다며 풀어야 할 규제가 무엇인지 업체들의 의견을 수집하기에 열을 올렸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이물 사건이 터지자 재탕 삼탕 써 먹은 처벌 강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실효성이 있을지, 아니 과연 정책으로 도입이 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데 말이다. 강봉한 과장은 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서 “업계 등의 반대가 강해 실제 도입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식품안전관리와 같이 온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식약청과 같은 전문기관을 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식품안전에 비전문가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식약청은 존재 가치가 없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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