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표시제는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며, 또 이번에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한 것도 매우 잘한 일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원산지표시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원산지를 표시하지 아니한 경우 100만원에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도 받도록 돼 있지만 이 정도의 처벌기준으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300㎡ 이상의 대형식당을 상대로 지난 1월부터 원산지표시제를 시행해왔지만 그동안 세 차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위반사례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가장 최근에 4월 21일부터 5월 16일까지 실시된 네 번째 단속에서도 623개소를 점검한 결과 수입산 또는 국내산 육우를 한우로 허위 표시해 속여 판 11개 음식점 등 61개소가 적발됐다. 적발률이 전에 비하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단속기간 중인 5월 6일에 원산지표시제의 확대 시행을 발표한 가운데서도 이같은 위반사례가 나왔다는 것은 단속만으로는 현재의 단속과 처벌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행제 대로는 실효성 없어
더구나 허위표시와 무표시의 처벌기준이 다른 것도 문제다. 허위표시를 한 경우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무표시를 한 경우는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 당국은 무표시는 제도에 대한 계도가 되지 않아 모르고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고, 허위표시는 알면서 속인 것이기 때문에 더 무거운 벌을 준다고 하지만 이를 오히려 역이용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번 확대 시행으로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대상 업소는 무려 57만 곳이 넘는다. 한정된 인원으로 단속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준법정신이 부족하거나 무지한 생계형 영세점포의 경우 범법자만 양산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벌금이나 과태료, 행정처분 등의 처벌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 당국은 제한된 단속인력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원산지표시제를 위반한 업소를 고발할 경우 최고 2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며 시민고발에 적지 않게 의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식파라치’로 인한 후유증만 예상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원산지표시제를 시행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음식점에서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서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음으로써 소비자와 국내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음식점과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원산지표시제가 제대로 정착되게 하려면 원산지표시를 위반한 음식점의 경우 그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소비자 알게 출입문에 위반사실 게시해야
구체적으로 말하면 단속에서 적발된 업소의 경우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출입구에 위반사실을 게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령 ‘이 업소는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허위 표시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라는 식으로 단속 기관 명의의 안내문을 게시하면 어떨까. 아마 일벌백계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면 굳이 많은 인원을 투입해 단속을 하는데 집중할 필요도 없다. 업주 스스로가 언제든지 불시 단속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과, 단속에서 적발되면 그 사실이 고객들에게 알려지고 그러면 손님의 발길이 끊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까지 원산지를 속이는 업주는 많지 않을 것이다.
원산지가 둔갑하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음식점 업주가 속이는 경우고, 다른 경우는 유통업자가 속이는 경우다. 음식점 업주가 속이는 경우는 앞에 언급한 것처럼 해당 음식점 출입구에 위반사실을 게시하면 되고, 유통업자가 속이는 경우는 위반한 유통업자의 리스트를 작성해 이를 이용하는 음식점에 정보로 제공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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