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보리밥 장사를 해온 장모님의 음식 솜씨를 전수받아 외식업을 하고 있는 어느 30대 후반의 젊은 사업가의 말이다. 장모님이 운영하는 본점은 손님이 미어터지는데 자신이 운영하는 3개의 분점은 계속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래서 이 젊은 사위 사업가는 장모님에게 비결을 물었다. 장모님이 사위 사업가에게 가르쳐 준 비법은 '무조건 퍼주라'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젊은 사위 사업가는 장모님이 원가를 따지지 않고 너무 푸짐하게 퍼주는 걸 보고 ‘저렇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겠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는 철저하게 원가를 따지면서 이익을 많이 내는 장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익은커녕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할 수 없이 ‘에라 모르겠다. 장모님 말씀대로 한번 해보자’라며 장모님이 시키는 대로 운영방식을 바꿨는데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이었다.
어느 고급 일식당 주인과 주방장에 얽힌 재미난 일화도 있다. 주인과 주방장이 티격태격 갈등을 빚으면서 주방장이 주인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주인 모르게 손님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마구잡이로 했다. 결과는 주방장의 못된 심보와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푸짐하게 퍼주는 공짜 서비스가 손님을 엄청나게 증가시켜 주인은 더 큰 이익을 봤다는 일화다.
실제 국내 외식업계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어느 CEO는 필자와 인터뷰에서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푸짐하게 퍼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그럴까. 음식점 경영도 분명히 원가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수익구조에 영향을 주는 것이 당연한데 원가를 따지지 않고 푸짐하게 퍼주는 것이 오히려 성공의 비결인 이유가 뭘까.
내가 생각할 때는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대학 때 한국에서 30년을 생활한 어느 프랑스 출신 교수가 ‘외국인이 본 한국인의 특성’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 교수는 한국인의 특성을 두 가지로 말했는데, 하나는 ‘한국인은 정이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인은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이었다. ‘정이 많다’는 한국인의 정서적 특성 때문에 원가를 따지지 않고 푸짐하게 퍼주면 성공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장모님은 지금도 어디 다른 식당에 가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오면 그걸 그대로 본받아 손님들에게 또 하나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를 보고 있는 사위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푸짐하게 퍼주는 장모님의 경영방식이 오히려 통하고 있으니 헛갈릴 만도 할 것이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고 원가부담은 가중되면서 음식점 경영주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원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젊은 경영자들은 경제나 경영원리를 앞세워 더욱 따지고 따지는 편이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이 음식점은 일반적인 경제논리나 경영원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음식점 경영은 장사나 사업의 개념을 넘어 문화적 개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 한 복판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가격파괴형 식당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도 싸게 팔았는데 값을 더 내리는 업소들이 많다. 이들 업소들은 냉면 한 그릇에 2000원, 갈비탕 3000원 등 일반 음식점에 비하면 가격이 절반 값도 안 된다. 주인들은 가격을 내리니까 손님이 두 배로 늘었다고 즐거운 비명이다.
가격을 내려서 손님이 늘었다고 그것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경기가 어려워 모두가 팍팍한 생활을 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매우 의미가 있다. 이들 가격파괴 음식점들은 음식을 팔아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정을 판다’는 철학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정이 많은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 특성이 우리 외식업계에도 제대로 반영돼서 경영주들은 소비위축을 극복하고, 소비자들은 부담 없이 외식을 즐길 수 있는 상생의 길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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