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뢰경영이다
이제는 신뢰경영이다
  • 관리자
  • 승인 2008.08.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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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기업의 경영목표는 시대적 상황,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경기가 어려울 땐 긴축경영, 경기가 좋을 땐 공격경영,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할 땐 창조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하게 요구될 땐 윤리경영이 기업의 경영목표가 된다. 그렇다면 2008년 하반기부터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경영목표는 뭐가 되어야 할까. 필자가 보기에는 ‘신뢰경영’이다.

연초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온 식품 이물질 검출 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GM 원료 수입을 계기로 촉발된 식품 전반에 대한 안전성 논란 등이 ‘신뢰’를 화두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각종 표시제도와 안전관리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 확대, 이물 관련 소비자 클레임 보고 의무화, GMO 식품 표시 확대 추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규제 강화는 정부가 국민들의 알 권리 확대와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1차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업계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규제강화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식품안전과 관련된 규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해 업계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냉정히 따지고 보면 업계가 불만을 표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규제 강화는 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자업자득이기 때문이다.

1956년에 설립돼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이 5361억원이나 되는 국내 대표적인 제과업체 오리온이 최근 미국산 초콜릿 제품의 유통기한을 변조해 판매하다가 적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런 일이 소비자로 하여금 불신을 갖게 만드는 일이다. 음식점 원산지표시 확대 시행이 본격화 돼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수입산을 한우로 속여 파는 악덕 사업자가 있는 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는 이유는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질서가 무너지고, 질서가 무너지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으로 사람과 기업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계기로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매하는 악덕 업자가 있기 때문에 정직하게 한우를 판매하는 업소까지도 떼로 의심을 받고 결국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식품외식업계에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업체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에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소리칠 것이 아니라 업체 스스로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행동, 즉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외식업계가 지금부터 ‘신뢰경영’을 경영의 최대 목표로 잡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뢰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 업체들은 자사의 잘못이 외부에 드러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고 해서 잘못된 일이 발생해도 이를 밝히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제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소비자의 클레임이 발생해도 이를 쉬쉬하고 음성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관행이다. 잘못된 관행이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 진실이 드러나면 쉬쉬했다는 이유로 더 큰 불신을 만들게 된다. 농심이 ‘쥐머리 새우깡’ 사태가 벌어졌을 때 보여준 늑장 대응 자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하자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이를 소비자에게 즉각적으로 알리고 리콜조치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길이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그것도 즉각적으로 알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면 소비자는 그 회사를 신뢰하게 되어 있다.

올 하반기에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회사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 중에서 지금까지 정보를 공개한 회사는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투명하지 못했던 각종 회사 관련 정보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투명경영을 바탕으로 한 신뢰경영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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