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 사람, 집안 대 집안, 기업 대 기업, 국가 대 국가 등. 일단 ‘나’와 ‘우리’ 앞에 ‘너’와 ‘너희’라는 존재가 나타나기만 하면 그 때부터가 경쟁의 시작이다.
최근 맥주업계의 라이벌인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의 경쟁이 눈에 띈다.
양 사는 ‘카스’와 ‘하이트’ 등 자사의 간판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각각 시장조사 업체에 의뢰한 뒤 자사의 선호도가 더 높게 나온 결과를 발표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오비맥주다. 오비맥주는 시장조사 업체 ‘시노베이트’를 통해 조사한 ‘월별 브랜드 선호도’에서 지난 7월 ‘카스’의 브랜드 선호도가 36.2%로 ‘하이트’(34.4%)를 제친데 이어 8월에는 ‘카스’가 39%, ‘하이트’가 37.6%의 선호도를 보여 양 브랜드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그러자 5일 후 곧바로 하이트맥주가 또 다른 자료를 발표했다. 오비맥주와 다른 시장조사 업체인 ‘리서치 인터내셔날’을 통해서 조사한 ‘맥주소비자 의식 및 태도 조사’가 바로 그것. 하이트맥주는 ‘선호도’ 및 ‘주음용 맥주’에서 ‘하이트’가 52%로 나타나 ‘카스’(28%)보다 2배 가까운 경쟁력을 보유했으며 격차는 지난해 보다 더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헛갈린다. 서로 다른 조사 업체, 조사 기간, 조사 대상 등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자사가 더 유리하게 나온 그럴듯한 수치들을 발표하며 양 측 모두 자신들의 제품이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두 집안의 싸움 덕분에 소비자들만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허탈하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회사의 선호도가 더 높은가’ 보다는 ‘제품의 맛과 품질이 어떤가’가 더 중요하다.
기업들은 소비자보다 경쟁사만을 의식한 자료를 발표하며 자존심을 세울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품질의 제품으로 진정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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