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사케 그리고 우리의 전통주
와인, 사케 그리고 우리의 전통주
  • 관리자
  • 승인 2008.10.31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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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와인 붐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은 수년전의 일이다.

프랑스 보즐레지방에서 그 해에 생산되어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된다는 보즐레누보(Beaujolais Nouveau)에 열광하는가 하면 와인이야기를 담은 만화 ‘신의 물방울’을 읽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와인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병당 2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와인을 수입, 한정판매하기도 해 와인열풍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와인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한편 일본의 전통주인 사케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올해는 와인의 성장세를 넘는 엄청난 수요의 사케가 국내에 수입되었다.

지난 상반기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사케는 총 752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힘입어 청담동이나 홍대앞 등 국내 외식업을 리딩하는 상권마다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까야(居酒屋)와 사케 전문점이 넘쳐나고 있으며 동시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적 가치 막대한 전통주

이처럼 와인과 사케가 우리 사회에 인기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우리의 전통주는 해가 갈수록 외면당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불고 있는 한국음식의 세계화 정책과 맞물려 우리 전통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지난 2004년 부산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 시 건배주로 선정돼 전통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천년약속’의 경우 APEC酒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 2004년 연간 매출 4억원에서 APEC 개최 이후 다음해인 2006년에는 무려 18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통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는 듯 했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현재 매출은 절반 이상으로 추락하는가 하면 자본 잠식 상태와 함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우리 전통주를 육성하기 위해 개최한 ‘제1회 한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황진이’의 경우에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광주요그룹의 계열사인 (주)화요가 생산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 화요는 올해 세계 3대 주류 품평회중 하나인 벨기에 주류·식품 경연대회인 몽드 셀렉션(Monde Selection)에서 금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국내에서의 보급률은 매우 미미한 상태이다.

그동안도 문배주를 비롯하여 안동소주, 충남 서천의 한산 소곡주, 전북 완주의 이강주 등 주류 시장에 공급되었다가 사라져 명맥만 이어지고 있는 전통주들은 수없이 많다.

지금까지 국내 전통주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순당의 백세주나 배상면주가의 산사춘 역시 매출이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전통주시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전통주 육성·부활 정부가 나서야

정통한식점이나 고급 구이전문점에서 조차 전통주보다는 와인이 더 많이 팔리고 있는 현실이니 전통주의 위기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통주는 우리 민족의 삶의 애환과 정취가 어린 고유의 술이라는 점에서 자손대대로 계승·발전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통주는 대부분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전통주가 부활되면 엄청난 양의 국산 농산물이 원료로 사용되고 이는 농가소득으로 이어져 농업을 살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식당에서까지 우리의 전통주가 판매된다고 가정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음식문화는 주류문화와 함께 발전해야 하는 것이 정도이다. 우리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전 세계에 한국식당을 4만개로 늘리는 한편 한국음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우리 전통주 역시 한 몫을 해야 한다. 우리의 전통주를 살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통주 산업의 부활은 민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국순당을 비롯한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전통주는 국가의 문화이기 때문에 정부가 육성하고 부활시킬 책무가 있다. 정부는 전통주가 왜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지부터 정확하게 진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감한 재정투입과 제도개선을 통해 전통주가 반드시 부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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