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승인 2008.11.28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나는 촌놈 출신이라 쌀에 대한 특별한 추억들이 있다. 먹을거리가 부족해 항상 배가 고팠던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 몰래 쌀독에서 쌀을 훔쳐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는 쌀 도둑도 그렇게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커서는 방송기자를 하면서 경상도 촌놈이 ‘쌀’ 발음이 ‘살’로 나와서 방송 원고에 ‘쌀’자가 들어가면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를 쳐서 제대로 발음하려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추억도 있다. 이런 쌀과 관련해 최근 아름다운 경험들을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얼마 전 강원도 철원군을 찾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치킨 파우더에 쌀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치킨 브랜드 ‘콤마치킨’을 운영하는 한 외식업체가 철원군과 ‘철원오대쌀’을 직거래로 공급받는 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치킨 파우더에 들어가는 쌀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최고급 쌀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라 업체 대표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집에서 철원 오대쌀을 먹는데 밥맛이 너무 좋아 이왕이면 좋은 쌀을 원료로 사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깜짝 놀란 것은 철원군 동송농협이라는 곳에서 철원 오대쌀을 원료로 쌀국수 용기면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데 그 제품을 먹어보고서였다. 김치맛, 멸치맛 등 기호에 따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이 개발돼 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였다. 대용량 용기면의 가격이 1600원이었는데 라면 가격이 비싼 제품의 경우 1300원 정도 하니까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다. 게다가 포장재 등에서 거품을 좀 빼면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면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의 입맛을 감동시킨 상품이라면 유통업체에 적극 추천해줘도 되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유명 편의점 경영진에게 연락을 했다. 이 제품을 상품화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편의점에서는 용기면이 매주 중요한 전략 상품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즉각 상담을 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협에서 만든 제품이라 현재는 농협매장에서만 판매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편의점을 비롯한 일반 유통매장에서도 접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가운데 최근 필자를 감동시킨 제품은 또 하나 있다. ‘참살이 탁주’라는 이름의 막걸리다. 100% 친환경 경기미를 원료로 만든 술이다. 국내에는 여러 막걸리 제품이 있지만 대부분 수입쌀을 원료로 사용하거나 밀가루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참살이 탁주’를 생산해내는 업체는 고급 국산쌀을 원료로 할 경우 수입쌀을 사용할 때보다 몇 배나 원가가 더 드는데도 미련할 정도로 국산쌀을 사용해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두주불사인 필자는 주종을 가리지 않고 술을 좋아하지만 한 병에 몇 십만 원씩 하는 어느 고급술에도 뒤지지 않는 술이라고 감히 평가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 10kg을 쌀로만 판매하면 부가가치가 2만원에 불과하지만 ‘햇반’으로 가공하면 10만원이 되고, 떡으로 가공하면 12만5천원이 되며, 증류주로 만들면 21만3천원이 된다고 한다. 농업과 식품산업이 연계가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마침 농식품부가 쌀가공식품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국민 식생활 형태 변화로 쌀소비량이 최근 5년 사이 11.6%나 감소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70년대의 절반 수준인 76kg에 불과해 지속적인 수급안정을 위한 신규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공식품의 주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밀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제곡물가격의 변동에 취약해 수입밀을 대체할 쌀가공식품의 개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품은 본래 제 땅에서 난 식재료로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지금처럼 지구촌이 식량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해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제곡물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국내 식품업체들이 그래도 안정적으로 수급이 가능한 쌀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니 퍽 다행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기본적인 존재가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업체들은 좀 더 강하게 인식해서 쌀 가공식품 개발에 더욱 적극성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