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대한 역사인식
경제위기에 대한 역사인식
  • 관리자
  • 승인 2008.12.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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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요즘 업계 관계자들이 필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되겠느냐’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이며, 또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가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외식업의 경우 최소한 4~5년은 불경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전망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와 근거가 있다.

우선 거시적으로 살펴보자. 오늘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본시 자본주의는 산업자본이 근간을 이뤘다. 자동차와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이른바 굴뚝산업인 제조업의 성장과 이를 통해 창출된 자본이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자리를 금융자본이 대신했다. 월가의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해왔고,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그 화려했던 투자은행들의 붕괴에서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져 미국과 일본, EU 등 세계경제의 3대 축이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3사분기 이들 3대 경제권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그리 무리는 아닌듯하다. 그나마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권의 성장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도 불안한 상황이어서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어떤가.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침체는 곧 우리나라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정부 당국자는 4%까지 장담하고 있지만 권위 있는 연구기관들이 2%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고, 심지어 외국에서는 한국경제도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수출부진과 내수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인한 불경기가 국내에서는 최소한 4~5년간 지속될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이유는 저명한 경제 전문가들이 세계경제의 회복시기를 적어도 2~3년 후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단시간에 회복될 수 없는 이유는 지금의 경제위기가 금융자본의 실패에서 비롯됐고, 따라서 경제가 회복되려면 다시 산업자본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경제구조의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2~3년 후 회복된다면 국내경제는 3~4년 후에나 회복될 것이며, 따라서 외식업의 경기 회복은 4~5년 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외식업 등 민생경제에 미치는 파급은 보통 1~2년 후나 되어야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전망이 가능하다.

미시적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외식업은 이런 장기간의 경기침체기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 전반으로 볼 때 위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이번 장기불황을 계기로 외식업이라는 산업 자체를 선진화·고도화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장기불황이 지속되면 경쟁력 없는 외식업소들의 폐업이 속출할 것이다. 필자가 예상하기로는 내년쯤이면 창업하는 업소보다 폐업하는 업소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데다가 외식업을 둘러싼 정부의 각종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기 때문에 외식업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살아남는 업소는 분명 새로운 기회의 땅을 밟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나면 체질이 개선돼 경쟁력도 더 높아질 것이고, 그런 가운데 경기가 회복되면 그 열매를 모두 따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롱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이 될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향후 몇 년은 분명 암흑기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좋은 시절이 오게 마련이다. 힘들지만 그런 역사 인식을 갖고 어려운 시기를 대처하는 것, 그것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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