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 닮아가는 ‘이명박정부’
‘김대중정부’ 닮아가는 ‘이명박정부’
  • 관리자
  • 승인 2009.01.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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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1997년 11월 외환위기로 IMF 구제 금융을 받은 직후 들어선 김대중정부는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두 가지의 정책을 내놓았다. 하나는 IT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고 소위 말하는 ‘닷컴기업’을 육성한 것이고, 또 하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소자본 창업자금을 지원해준 것이다.

이로 인해 1998년 2042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 수는 1999년 4934개, 2000년 8798개로 기하급수로 늘었고, 2001년에는 1만1392개로 사상 처음 1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소위 ‘닷컴’ 열풍이 불어 당시에는 회사명을 ‘OO닷컴’으로 명명하는 기업들도 부지기수였다. 덩달아 코스닥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는 바람에 한때 주식투자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2002년부터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벤처기업 수는 2002년 8777개, 2003년 7702개, 2004년 7967개로 크게 줄어들었고, 뒤늦게 코스닥 기업에 투자했던 주식투자자들 중에는 알거지가 된 사람 또한 적지 않았다. 벤처기업은 그 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009년 1월 20일 현재 1만5654개나 되지만 인위적인 경제 살리기와 그로 인한 후유증이 얼마나 컸는지를 우리는 톡톡히 경험한 바 있다.

소자본 창업자금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김대중정부는 IMF로 기업체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명예퇴직자와 조기퇴직자, 해고자 등 실업자를 구제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에게 창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5천만 원까지 자금을 지원해주었다.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식품접객업소 수는 1997년 60만4693개에서 1999년 64만8442개로 늘었고, 2002년에는 70만9148개로 사상 처음 70만개를 넘었고, 2004년 73만1466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시 줄어들기 시작해 2008년 2분기 현재 71만1513개를 기록하고 있다. 집단급식소까지 포함하면 73만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일반음식점만 해도 58만5386개나 된다.

2007년말 현재 우리나라 외식업소는 인구 67.2명당 1개꼴로 일본 179.6명당 1개, 중국 316.7명당 1개, 미국 335.1명당 1개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다. 이로 인해 음식점을 개점해서 1년 안에 폐점하는 업소가 30%에 육박할 정도로 ‘다산다사(多産多死)’의 구조를 갖고 있다. 음식점을 창업하면 10개 중에 3개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한다는 엄연한 통계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통을 짊어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이명박정부도 김대중정부와 비슷한 정책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핑계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4대강유역사업을 밀어붙이는 것과 소자본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IMF 직후 김대중정부가 추진한 정책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이명박정부는 1월 14일 서민·소상공인 소액대출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창업을 준비하는 저소득층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해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경기위축으로 인한 폐업 자영업자 증가에 대비해 2500명에게 전업지원자금 1천억원을 신규로 융자해준다는 내용도 있다.

신규창업이든 전업이든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특히 지금처럼 극도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뭐가 있겠는가. 특별한 기술력도 없이 호구지책이라면 대부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점 창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자본 창업자금을 지원해서 음식점을 창업하게 하는 것은 서민이나 소상공인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망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고용이 막노동에 지나지 않는 4대강유역사업이나, 일자리 창출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만 되풀이 되게 하는 소자본 창업지원은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 비록 당장은 고통이 따를지라도 시간을 두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며, 망할 줄 알면서도 무모하게 창업전선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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