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번지르르하면 뭐하나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하나
  • 김병조
  • 승인 2009.03.06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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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날씨가 쌀쌀하기는 하지만 이제 꽃피는 춘삼월, 화창한 봄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봄이면 새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로 붐비는 학교처럼 활기를 띄는 곳이 있으니 바로 창업시장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봄처녀의 마음을 들뜨게 하듯 각종 프랜차이즈 박람회가 열리며 예비창업자들과 프랜차이즈 본사들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자신의 사업을 꾸려보겠다는 다짐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겨우내 침체됐던 가맹점 개설 실적을 올리겠다는 기대감으로 창업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만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마다 하는 소리는 “이번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 참가하시나요?”다. 그리고 “어느 전시장에서 하세요?”라고 꼭 덧붙인다. 이 말에는 경쟁심이 묻어나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만도 하다.

전시장마다, 부스형태마다 참가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업체들은 경쟁업체보다 더 좋은 곳에 더 좋은 시설을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박람회는 3개의 전시장에 330부스가 설치되고, 140개 업체가 참가한다. 이중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은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제1 전시장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기기 때문에 1, 2, 3 전시장 순서대로 참가비가 다르다는 게 박람회 주체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업체들의 경쟁심이 초래하는 비용낭비다. 업체들은 전시장에서 누구보다 ‘잘 나가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서 부스를 화려하게 꾸미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박람회 참가비용을 보면 제1 전시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본부스’는 170만원, ‘독립부스’는 150만원이다. 기본부스는 주최측에서 기본적으로 부스를 설치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지만 업체가 자체적으로 꾸미는 독립부스의 경우는 다르다.

보통 한 업체가 4개의 부스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독립부스를 꾸미는데 시설비가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왜이렇게 비용이 비싼가 하면 업체들이 독립부스를 목공형태로 설치하기 때문이다.

사실 합판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기본부스 보다야 나무로 만들어 세운 부스가 더 견고해 보인다는 것은 인정한다. 경쟁업체가 우리업체보다 화려하게 꾸민다면 초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 3일의 박람회를 위해 시설비를 2천만원까지 써야 하는 걸까. 업체들은 기본부스 한 개를 설치하는데 겨우 20만원이면 된다는 걸 아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박람회에서 부스를 화려하게 꾸민다고 해서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맛있고 서비스 좋은 업체들은 어떻게 해도 소문이 난다. 실속있는 예비창업자라면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민 곳보다 시식용 음식이나 서비스가 좋은 곳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는 프랜차이즈협회는 늦게나마 올해부터 대안을 마련했다. 독립부스에 목공이 아닌 철골형태를 도입한 것이다. 이름은 ‘플러스부스’로 정했다. 이 부스를 4개 설치할 경우 비용이 600만원이면 된다. 그러나 이를 신청한 업체는 전체의 10%라고 한다.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플러스부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를 계기로 박람회에서 부스설치비 낭비가 줄어들길 기대해 본다.

최밍키 기자 c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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