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이대로 좋은가
식약청 이대로 좋은가
  • 관리자
  • 승인 2009.04.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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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순수한 금이라고 알고 있는 순금은 순도 99.9%의 금입니다. 넘을 수 없는 0.1%의 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99.9%의 순금을 넘어 100%의 순도에 도전하는 정신으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합니다. 국민 모두가 이제는 정말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세상에서도 항상 0.1%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0.1%의 모자람도 허용하지 않는 식품, 의약품 등의 안전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열정은 계속 됩니다.’

식약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우리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아니다.

식약청의 미션은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안전성 확보와 보건산업의 경쟁력 촉진을 통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이 미션을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국민건강과 국가 경쟁력을 선도하는 선진 식, 의약 안전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비전이다. 그런데 식약청의 근래 업무 수행 능력을 보면 과연 미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국민들이 식약청이 내건 비전을 믿어도 될지 의문시된다.

국민을 위한 비전, 잘 수행하고 있는가

이번에 문제가 된 ‘석면’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숙한 행정 처리로 도마에 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의 경우만 따져보자. 2004년에 전 국민을 혐오스럽게 만들었던 ‘불량 만두소’ 사건. 전문성 없는 경찰의 수사결과와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 주무관청인 식약청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부화뇌동함으로써 업체 사장 한 사람이 한강에 투신자살을 했고 여러 업체가 부도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식약청의 행정처분은 시정명령에 불과했다.

2005년 ‘김치 기생충 알 검출’ 사건은 또 어떠했는가. 배추를 원료로 하는 배추김치에서는 기생충 알이 검출될 수도 있고, 또 이는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은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 제조업체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이 공개된 16개 업체 중에서 15개 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그리고 배추김치 제조 공장에 HACCP을 의무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지고 있는 기관이기에 최고의 전문성과 신중함, 여론에 휘말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식약청이 보여 온 행정미숙은 그야말로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아마추어적인 행정이 낳은 결과는 국민들에게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해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신만 증폭시켜주었다.

프로다운 행정 업무 처리를 바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선은 식약청 내부의 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창설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력이 776명에서 1443명(2007년)으로 두 배 가까이 늘 정도로 비약적인 조직의 성장을 이뤘지만 전문성 제고와 업무혁신도 동시에 이뤄졌는지는 의문시 된다. 그러했다면 해마다 거의 비슷한 유형의 미숙한 행정처리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약청만의 책임도 아니다. 98년 창설 후 3년 뒤인 2001년부터 시작돼 아직도 한발자국의 진전도 없이 소모적인 논의만 되풀이 되고 있는 식품안전행정체계 개편 논란도 식약청을 성숙시키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개편 논란이 일 때마다 식약청은 기관이 해체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때마다 식약청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한건주의식’ 성과위주의 행정에 매달리는 경향까지 엿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정부가 뭔가 결단을 해야 할 단계가 되었다. 식약청이 존폐의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묵묵히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능과 조직에 힘을 실어주던가, 아니면 다른 대안을 모색하던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놔뒀다가는 언제 또 지금까지 벌어졌던 아마추어적인 미숙한 행정처리가 재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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